물고기는 통증을 느낄까? 20세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당연한 상식처럼 통용됐다. 변화가 생긴 것은 21세기 들어서다. 2003년 발표된 린 스네든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처음으로 상식에 균열을 냈다. 연구팀은 송어의 입술에 봉독과 아세트산을 주입했는데, 이 물고기들은 바닥에 누워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자갈이나 벽에 입술을 문질렀다. 이들에게 모르핀을 주사하자 이런 행동은 사라졌다. 이 실험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물고기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쪽 학자들은 물고기가 무의식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인간에게 고통을 느끼게 하는 ‘신피질’이 물고기의 뇌에는 없어서다.
세계적인 과학저널리스트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에드 용은 그의 두 번째 책 <이토록 굉장한 세계>(양병찬 옮김, 어크로스 펴냄)에서 “물고기가 신피질이 없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파리가 카메라눈이 없기 때문에 볼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지극히 인간의 관점에서 본 논쟁이라는 취지다.
지은이는 논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물도 통증을 느낄까?’라는 질문에 숨어 있는 진짜 궁금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를테면 ‘우리가 낚시해도 괜찮을까?’ 같은. 지은이는 실제 우리가 동물이 통증을 느끼는지 궁금해하기보다 인간이 동물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통증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접근은 ‘동물이 실제 무엇을 감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를 제한하게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감각으로 본 세상은 어떨까. 파리의 움직임은 인간의 감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다. 파리는 더듬이의 온도 센서를 이용해 25도 언저리 공간에 머문다. 높은 온도의 공간을 마주하면 피해야 한다는 결정을 놀라운 속도로 하고 공중에서 급커브를 도는데, 이는 인간의 눈에 아무 방향성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파리뿐만이 아니다. 검정넓적비단벌레는 산불을 찾아 100㎞ 넘는 거리를 이동하고, 바다표범은 멀리 있는 물고기를 탐지해 따라갈 수 있다. 모두 인간의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책을 따라가다보면 인간의 감각이 아닌 수백 개의 감각으로 느끼는 각기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다른 것을 보고 느끼는 것, 다양성이란 그런 것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21이 찜한 새 책마쓰모토 하지무 지음, 글항아리 펴냄, 2만1천원
2005년 4월25일 오전, 이타미역을 출발해 달리던 JR 후쿠치야마선 열차가 선로를 넘어 아파트와 충돌했다. 아사노 야사카즈는 회사로 향하던 차에서 뉴스를 들었다. 열차에 탄 아내와 여동생은 세상을 떠났고, 딸은 중상을 입었다. 참사 이후 아사노는 ‘유가족으로서의 고통’은 묻어두고 참사의 진실을 파헤쳤다. 그 지난한 싸움을 <고베신문> 기자였던 지은이가 기록했다.
최병성 지음, 황소걸음 펴냄, 2만5천원
폐타이어, 분뇨, 용산 미군기지 오염토…. 이 쓰레기엔 공통점이 있다. 시멘트 공장들은 돈을 받고 이 쓰레기를 가져와 연료로 사용한다. 시멘트 업계는 이런 폐기물을 유연탄의 대체 자원으로 쓰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30년 동안 시멘트 공장을 찾아다니며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에 어떤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는지 추적했다.
소피 루이스 지음, 서해문집 펴냄, 1만4800원
‘가족’. 공기처럼 익숙하고 당연한 단어지만, 누구에게나 그럴까. 지은이는 국가가 사회적 돌봄의 책임을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으로 밀어 넣는다며 가족폐지론을 주장한다. 그런데 가족을 폐지하면 그 뒤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지은이가 내놓은 답은 무엇일까.
박서련 지음, 안전가옥 펴냄, 1만7천원
여자 대학생 우람은 로봇 조종에 한국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 어느 날 기계공학과 교수가 우람을 불러 거대 로봇 ‘브이’의 조종사로 추천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수의 바람과 달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로봇 조종사를 뽑는 오디션이 열린다. 실력으로 1위는 떼놓은 당상이지만, 지원 자격 첫 항의 글귀에서 우람의 시선이 멈췄다. ‘대한민국 국적의 남성’. 우람은 오디션에 나가 1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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