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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유쾌한 골짜기’ 메타버스와 AI 아바타들

[아바타 놀이 ①] 제페토, 본디 그리고 다음의 얼굴들
등록 2023-02-24 14:06 수정 2023-02-28 00:10
필자의 아바타들. 본디(Bondee) 앱(왼쪽)과 스노우(SNOW) 앱의 ‘AI 아바타 필터'(오른쪽)를 이용했다. 도우리 제공

필자의 아바타들. 본디(Bondee) 앱(왼쪽)과 스노우(SNOW) 앱의 ‘AI 아바타 필터'(오른쪽)를 이용했다. 도우리 제공

챗지피티(ChatGPT) 등장으로 곧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이 작가니 변호사니 의사를 대체하리라고 이야기되는 와중에, 우리 얼굴도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싸이월드·제페토·인스타그램을 섞었다는 평을 받으며 화제를 몰았던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Bondee)가 그랬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면 본디와 본디의 선배 격인 제페토, 그리고 각종 콘셉트의 AI 아바타로 변신한 지인과 팔로어의 얼굴이 바글바글하다. AI 아바타는 AI 필터를 제공하는 카메라 앱에 셀카 10~20장을 올리면 AI가 사이버펑크 여전사나 디즈니 캐릭터, 인상주의 초상화 스타일로 제작한 이미지다. 스노우(SNOW) 앱에선 AI 아바타 필터에 최소 4천400원을 내야 하는데도 출시 보름 만에 20만 명(당연히 나도 포함이다)이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제 3차원(3D) 캐릭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없더라도, 걸그룹 에스파처럼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서포트를 받지 않더라도, 제임스 캐머런 감독처럼 시각효과팀을 거느리지 않더라도, 지브리스튜디오 소속이 아니더라도, 고흐의 예술혼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나를 본뜬 버추얼(가상의) 아이돌, 3D 모형, 외계인, 지브리 화풍, 인상주의 스타일의 ‘디지털 얼굴’을 갖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 디지털 얼굴이 데려다준 ‘유쾌한 골짜기’에 푹 빠졌다. 아바타계 화석인 사이버 가수 아담부터 그간의 디지털 얼굴들은 줄곧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넘지 못했다. 잘 알려졌듯 ‘불쾌한 골짜기’란 개념은 인간 아닌 대상이 인간과 닮을수록 호감이 커지지만, 어설프게 닮으면 오히려 불쾌감이 든다는 설명이다. 조악한 짝퉁처럼 느껴지든,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좀비처럼 무섭든 혼란을 유발해서다. 지금의 디지털 얼굴들은 나(인간)와 적당히 닮아서 안 불쾌한 걸까?

한 고등학생은 마케팅 미디어 <캐릿>과의 인터뷰에서 AI 아바타 필터를 결재한 이유를 이렇게 꼽았다. “AI가 나를 과연 어떻게 해석해줄까 하는 호기심, 나를 소재로 한 셀프 굿즈(상품)를 얻을 수 있다는 소장 욕구 때문에.” 여기서 핵심은 ‘나를 해석해준다’이다. 기존 증명사진에 과감히 색깔을 입히는 등 사진을 색다르게 찍는 걸 넘어 패러다임까지 바꾼 사진관 ‘시현하다’도 그랬다. 사진 보정이야 기존 사진관들도 했지만, ‘시현하다’는 단지 미화하는 것 이상이었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기 동일성을 증명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개인의 개성을 ‘시현’했기 때문이다. 본디 유행의 비결도 아바타 디자인 자체가 아주 귀엽고 예쁜 것이어서도 있지만, ‘방 꾸미기’까지 자신을 표현하는 얼굴의 일부로 구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Z세대는 기존 세대와 달리 아예 아바타를 자신과 닮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나는 여기서 내가 확실히 Z세대가 아닌 밀레니얼세대라는 걸 실감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 이 칼럼의 소재로 본디를 정한 뒤 벌써 유행이 식었다는데, 디지털 얼굴의 유행은 왜 이리 짧을까? (3주 뒤 계속)

도우리 작가·<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청춘의 봄비: 같은 비라도 어디에 내리느냐에 따라 풍경과 수해로 나뉘는 것처럼, 흥미롭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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