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사람은 티가 난다. 행복감, 충만감, 안정감…. 세상이 무지갯빛이고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 왜 그럴까? 동서고금의 문인과 철학자들이 사랑을 탐구하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사랑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이라는 게 통념이어서, 그 본질은 이성의 영역 너머에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스테파니 카치오포가 쓴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김희정·염지선 옮김, 생각의힘 펴냄)는 인류의 진화와 뇌과학을 토대로 “인간의 뇌는 사랑을 하도록 진화했다”고 단언한다. 사랑을 시어가 아닌 과학의 언어로 말하는 건 건조하고 썰렁하다. “당신이 내 심장(♥)을 훔쳤어요”라는 고백은 ‘심쿵’하지만, “당신이 내 뇌를 훔쳤어요”라는 말은 이상하다 못해 기괴하다. 그러나 과학은 사랑이 싹트고 자라는 곳은 심장이 아니라 뇌라고 말한다. 사랑의 묘약은 도파민, 옥시토신 같은 신경화학물질이다.
“사랑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이자 속절없는 낭만주의자”인 지은이는 “사랑을 현미경 아래로 밀어 넣으면 그동안 생각조차 못했던 새로운 질문들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몇백 시간을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를 스캔하고 분석”하고, 실험과 인터뷰를 통해 그 질문들의 대답을 찾아간 여정의 결실이다.
초기 인류는 먹이사슬에서 취약한 위치였다. 날카로운 발톱, 예민한 감각, 날렵한 질주와 거리가 멀었다. 그 한계를 채운 게 관계를 맺는 재능이었다. 관계는 뇌에서 먼저 시작됐다. 인간의 뇌에는 860억 개나 되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 수보다 연결이다.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은 더 큰 뇌를 가졌지만 신경구조가 달랐다. “그들은 짐승 같은 무적 용사였던 반면, 호모사피엔스는 사회적인 전사”였다.
동물의 뇌는 배고픔, 통증, 위험 같은 생물학적 ‘혐오 신호’에 반응해 생존율을 높인다. 인간 뇌의 특징은 외로움도 혐오 신호로 인식한다는 것. 이는 뇌가 내부 신경망의 연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는 사회적 연결로 진화한 것이다. 공감·협력·유대, 나아가 언어와 추상적인 사고가 그렇게 발달했다. 우리의 뇌는 위험 회피뿐 아니라 다가가고 싶은 것에도 기능이 활성화한다. 지은이는 성적 욕망과 사랑의 감정이 별개라는 것도 실험으로 증명해 보인다. “관계 맺기는 시간 낭비나 인생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인간이 현재의 생물종으로 존재하는 이유”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김경집 지음, 동아시아 펴냄, 3만2천원
팝그룹 비틀스 열풍, 흑인 민권 운동, 히피 문화, 내밀한 섹스를 공론화한 킨제이 보고서, 유럽의 68혁명과 미국의 반전 운동,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제 몸을 불사른 노동자 전태일의 분투…. 이 모든 사건이 1960년대에 일어났다. 인문학자 김경집이 짧지만 특별했던 시기의 시대정신을 보여준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3만2천원
생태·젠더·인권 등을 천착해온 캐나다 여성 작가의 에세이 62편을 추려 엮었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를 연대순으로 나눈 5부로 짜였다. ‘타오르는(burning) 질문’은 전쟁, 금융위기, 기후위기, 민주주의 위기, 진실의 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가 그만큼 ‘급박한’ 상황임을 은유한다.
도러시 고 지음, 최수경 옮김, 글항아리 펴냄, 3만원
12세기부터 20세기까지 존속한 중국의 전족 풍습은 여성의 발과 정신까지 옥죄었다. 그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여성 억압과 인권침해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의 중국사 연구자가 민족주의·오리엔탈리즘·페미니즘의 도식을 넘어 인류학과 문화사, 욕망의 관점에서 전족을 분석했다.
이용우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1만7천원
독일 나치 점령기 프랑스(1940~1944년). 레지스탕스의 저항과 희생은 전후 프랑스를 승전국 지위로 끌어올렸다. 한국 서양사학자가 전후 프랑스에서 출간된 ‘피총살자 서한집’에 실린 편지 중 48통(23명)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처형을 앞둔 이들의 사랑과 저항, 신념이 애절하고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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