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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건강 장수의 진짜 비결은 공감과 애정

자라스카의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넓은 사회관계와 성실함 강조
등록 2021-01-03 15:41 수정 2021-01-08 01:56

1960년대 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마을 로제토가 건강한 장수 마을로 주목받았다. 심장병 고위험군인 55~64살 주민 중 최소 7년 동안 발병자가 전혀 없었다. 65살 이상 고령층 환자 발병률도 전국 평균의 절반(약 1%)에 그쳤다. 수돗물과 의료시설까지 공유하는 이웃 마을들과 견줘 로제토 주민의 사망률도 35%나 낮았다.

로제토 마을은 이탈리아 이민자 사회였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본국의 전통대로 여러 세대가 함께 살고, 틈날 때마다 모이며, 서로를 보살피며 사이좋게 어울렸다. 연구자들은 이 마을 주민들의 건강함이 유전자나 식단, 과학적 건강 관리가 아니라 친밀한 사회성 덕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른바 ‘로제토 효과’다.

과학 저널리스트 마르타 자라스카의 신간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김영선 옮김, 어크로스 펴냄)은 ‘장수 비결’에 대한 지금까지의 통념과 신화를 깨고, 진정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새로운 관점에서 탐사한 책이다. 과학과 의학, 식생활의 획기적인 개선 덕분에 오늘날 인간의 기대수명은 전례 없이 연장됐다. 세계의 노화 방지 시장 규모도 2500억달러(약 273조원)를 웃돈다. 그러나 신체적 생명 유지가 건강수명 내지 삶의 질과 꼭 일치하진 않는다.

지은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실험실에서 세포 노화를 관찰하고, 유럽과 일본의 장수 마을 노인들의 생활을 유심히 살펴봤으며, 노화와 건강, 수명에 얽힌 다양한 조사를 했다. 분자생물학, 전염병학, 신경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을 분석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인터뷰도 했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남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큰지, 애착관계가 불안정한 사람의 면역체계는 어떠한지, 자원봉사와 친절이 우리의 스트레스호르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로 설명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자라스카의 발견, 그리고 그 분석과 결론은 얼핏 놀랍거나 당황스러워 보인다. “윗몸일으키기와 케일주스가 (…) 건강과 수명 연장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만큼 중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지중해식 식단이 수명을 늘려준다면, 채소와 올리브유의 양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건강한 장수를 위해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헌신적인 애정관계다. 2017년 미국 심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이는 사망 위험도를 최고 49%까지 낮춘다. 둘째는 친구·가족·이웃으로 이뤄진 폭넓은 사회관계망, 셋째는 성실한 성격이다. 이는 조기 사망 가능성도 크게 낮춘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마음이 오가는 ‘공감의 마법’이 결정적이란 이야기다. 공감 능력이 고독감을 막아주는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 흔히 ‘남성호르몬’으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이 공감 능력을 위협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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