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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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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을 고민하는 시민의 교과서

촛불 개혁과제 70개 담은 <새로고침 대한민국>
등록 2017-07-30 11:10 수정 2020-05-03 04:28

갸륵하다. 착하고 장하다는 뜻.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시민 17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떨어져 쌓인 촛농이 단단히 굳어 일편단심 새 나라를 만들자는 다짐이 되었다. 5·9 대선이 그렇게 치러졌고, 오매불망 갈망하던 민주정부가 9년 만에 다시 들어섰다. 그런데….

(이매진 펴냄)은 ‘그런데’(의문)를 ‘그러므로’(당위)로 바꿔내려는 시민들의 길라잡이다. 대한민국의 주어는 언제나 시민이어야 하며, 대한민국의 목적어는 언제나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대한민국의 서술어는 언제나 시민이 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을 가로지르는 정신이다. 그러면….

이 책은 ‘그러면’(방법)을 고민하는 시민들이 어떻게 할지를 3부 9장 70개 개혁과제에 담았다. ‘특권과 반칙 없는 주권자의 나라, 모든 사람을 위한 돌봄과 살림의 사회, 평화롭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세상’이 큰 줄기다. 참여연대 사람들 40명과 외부 전문가 3명이 함께 썼다. 2012년 낸 의 전면 개정판이다. 개혁과제 70개의 배경 설명과 관련 통계, 쟁점 분석을 아울렀다. 시민을 위한 훌륭한 교과서다. 모든 공공도서관에 있어야 할 책. 500쪽 넘는 분량이지만 크기를 줄여 ‘휴대용’으로 맞춤하다.

최저임금 과제 항목을 펼쳐 간추린다. 간명하고 정확하며 지향점이 뚜렷한 이 책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평균을 기준으로 볼 때 34.8% 수준이다.”(팩트) “이 정도도 지급하지 않는 사업주와 고용노동부의 허술한 관리로 최저임금은 근로 빈곤층 해소나 소득 양극화 개선 같은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진단) “경제협력개발기구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위원회와 연구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감소는 상관관계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미미하다고 한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은 인건비 부담보다는 원·하청 관계에서 재벌 대기업의 갑질, 임대료 등 상가 임대차, 카드 수수료 등 운영비 등이 원인이다.”(쟁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자.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자.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자.”(제안)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 필자들을 대표해 적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 앞에 서 있다. 이 역사의 문을 열어젖힌 주체는 행동하는 주권자들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행보와 발언들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특권과 반칙의 질서, 유착된 권력 집단의 부패한 기득권 구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7월19일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표방하며 국정과제 100개를 내걸었다. 이 책의 개혁과제 70개와 비교·검토해볼 만하다.

갸륵하다는 말. 착하고 장하다는 뜻 말고 딱하고 가련한 처지를 가리키기도 한다. 우리는 어느 쪽으로 가고 있을까.

전진식 교열팀장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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