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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책 독후감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에 대한 79편의 ‘메모’ 묶은 <정희진처럼 읽기>
등록 2015-07-24 19:43 수정 2020-05-03 09:54

는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정희진씨가 9년 만에 낸 책이다. 토요판 ‘정희진의 어떤 메모’에서 연재한 글 가운데 79편을 묶었다. 원래 책으로 묶을 생각이 없었지만, 독자들이 복사해 돌려읽는다는 소식에 출간을 결심했다고 한다.

<정희진처럼 읽기> 교양인 펴냄. 정희진 지음. 1만5천원.

<정희진처럼 읽기> 교양인 펴냄. 정희진 지음. 1만5천원.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

이 책에 대해 지은이는 “다르게 읽기”와 “자기 탐구로서 독후감”이라고 요약한 바 있다. 보통 독후감이라고 하면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그 책에 대한 비평이나 도전을 곁들이기 마련인데, 그의 글은 책 소개를 건너뛰고 바로 책과 관련된 본인의 생각을 전하는 식으로 ‘직진’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서평이자 독후감이자 칼럼이자 비평”이다.

이 책에 언급된, 사유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들도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같은 인류 고전부터 (에릭 시걸) 같은 대중 소설, (장승수) 같은 유명인의 자서전류도 있다. 분명한 건 그가 “자극적인 책”만 읽는다는 점이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이 있다. 이것이 자극적인 책이다.”

“고통에 관심이 많다”는 사람답게 1장의 제목부터가 ‘고통’이다. 첫 독후감은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로 잡았다. 고통·평화·용서의 문제를 다루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는 혼란스럽게 뒤엉키는, 영화 의 원작이 바로 이 작품이다. 여기서 정희진은 아이의 죽음보다 잔인한 사건이 바로 피해자에게 용서와 치유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짚어낸다. “나는 용서와 평화를 당연시하는 사회에 두려움을 느낀다. 2차 폭력의 주된 작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2장 ‘주변과 중심’에는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조직’을 보호하고, 사건 은폐와 축소에 가담한 활동가들을 비판한다. “진보 진영이 ‘일반 사회’보다 성폭력이 더 빈번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직 보호를 내세운 이들의 사후 대응 방식은 유별나다. ‘공작 정치’(social rape)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진짜 피해와 무서움은 이것이다.”

읽으면 “괴롭고, 슬프고, 마침내 사고방식에 변화가 오거나 인생관이 바뀌는 책”을 선호하는 지은이는 그 또한 남이 읽으면 불편한 글을 자주 쓴다. 지은이의 관심은 “정치적 모순, 갈등, 위계의 내용을 다시 구성하는 것” “정치적 전선을 이동시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읽기”야말로 기존의 논쟁 구도를 바꾸고, 독자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까닭이다. 따라서 책 읽기는 고통을 지나 쾌락에 이르렀다가 다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자신을 바꾸어가는 구도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다음 책은

“독서는 저항, 불복종의 시작”이고, 좋은 글쓰기 또한 다르게 읽는 데서 출발한다. 이 책에 이어 나올 책은 라고 한다.

이유진 문화부 책지성팀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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