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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김상중과 함께, 치얼스!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 가장 댄디한 남자 김상중, 그의 매력은 “그런데 말입니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네
등록 2015-07-18 21:02 수정 2020-05-03 04:28
SBS 제공

SBS 제공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를 매주 챙겨보는 습관이 있다. 일명 ‘그알’. 보험·사기·살인 사건을 최고 꿀잼으로 여기며 평범하게 그알을 보던 어느 날, 그알 진행자 김상중(사진)이 날아와 나의 ‘최애’(가장 사랑하는 인물)가 되었다.

불과 몇 달 전, 홍콩 배우 겸 감독인 저우싱츠(주성치)에게 심장을 크게 치인 뒤 심각한 덕통을 앓다 간신히 벗어난 시기였다. 덕통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김상중은 내게 배우라기보단 즐겨 보는 프로그램의 진행자였고, 언제 “그런데 말입니다”를 할까 기대하게 만드는 사람 정도였다. 수년간 그알을 시청하고 있지만 그의 나이조차 몰랐다. 누구였을까, 나에게 김상중의 참맛을 알려준 이는.

누군가 나에게 막 종영한 OCN 드라마 을 볼 것을 권했고, 사는 것을 지루해하던 한 마리 덕후는 앞일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채 덥석 그것을 물었다. 그리고 콰앙! 돼먹지 못한 나쁜 놈들에게 “쓰애끼”를 날리며 퇴폐미를 뽐내던 오구탁 형사 역의 김상중에게 덕통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심각한 덕상. 지금도 쓰라리게 앓고 있다. 이게 다 김상중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50대 남자 배우를 쳐보자. 스크린을 장악한 수많은 1960년생 남자 배우가 나온다. 그리고 김상중. 킁킁, 뭔가 다른 냄새가 난다! 나이를 곱게 쌓아올린 지적인 생김새, 다소 작은 체구지만 날씬하고 탄탄한 몸의 그에게서 술에 찌든 붉은 눈과 두툼한 뱃살을 가진 평범한 50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작품이나 공식 석상에서 선보이는 그의 슈트 패션은 덕후의 심장에 몹시 좋지 않다. 허리에서 발목까지 핏이 딱! 떨어지는 슈트. 이 어디가 흔한 한국 중년 남성의 모습이란 말인가. 가끔 보이는 우아한 애티튜드까지 더한다면 김상중은 아저씨라 불려선 안 된다. 덕후가 장담하길, 김상중은 한국에서 가장 댄디한 남자 중 한 명이다.

그의 댄디함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악역인데도 호감과 신뢰감을 주는 여당 정치인(SBS 드라마 ), 딱 맞는 슈트에 구두·액세서리·시계·넥타이핀 하나까지 고급스러워 보이는 소시오패스 로펌 대표(MBC 드라마 ), 언뜻 보면 허름한 것 같아도 컬러와 스타일을 칼같이 맞추며 놈코어(normcore)의 진수를 보여주는 강력반 형사(OCN 드라마 ). 신이시여, 정녕 이 남자가 지천명을 넘긴 사람이 맞단 말입니까?!

엎어지면 홍대가 코 닿는 곳에 살지만 나의 토요일은 김상중과 함께 불타오른다. 21시39분 즈음 KBS 1TV를 튼다. 고운 한복 차림의 김상중이 “맛있소~” 하며 한우를 선전한다. 그러면 덕후에겐 세상의 모든 소를 먹어치울 만한 호랑이 힘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이어서 21시40분, KBS1 광복 70주년 대하 사극 이 시작하고 약 50분 동안 김상중의 단아한 조선시대 선비 유성룡 연기를 감상한다. 이제 은 8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4주 후면 더는 을, 아니 김상중의 유성룡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23시15분, SBS로 채널을 돌리면 김상중은 ‘그알’을 통해 덕후의 눈물을 어루만진다.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에 고막이 배부르고, 매주 달라지는 슈트 패션에 각막이 즐겁다. 연달아 과 를 보고 나면 덕후의 마음은 오롯이 김상중으로 충만해진다. 아, 즐거운 토요일. 김상중 덕후여서 해피한 새터데이 나이트! 여러분. 토요일은 김상중과 함께, 치얼스.

김상중 덕후 H*어떤 ‘인물’에 푹 빠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귀어줄 것도 아니고 눈길조차 보내지 않을 텐데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멀리서 그들을 흠모합니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인물덕후열전’, 인물 덕질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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