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에서 단 한 명의 혁명가를 꼽는다면 그가 삼봉 정도전입니다. 성공한 혁명가는 삼봉뿐이죠. 또한 문과 무를 넘나드는 철학의 폭과 정치적 실천의 너비에서 정도전을 뛰어넘을 혁명가는 없습니다. 해방 정국의 걸출한 혁명가들도 국가 구상과 철학에서 정도전보다 못해요.”
“정몽주와 정도전은 혁명 동지였다”
김명진
지난 2월17일 서울 서교동 카페에서 만난 김탁환 작가는,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창업했으나 그의 아들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비운의 혁명가 정도전을 이렇게 평가했다. 대중적 성공과 더불어 자신의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으로 줄곧 쓰였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인 그가 정도전에 대한 역사소설을 펴냈다. 대장군 이성계가 해주에서 낙마한 1392년 3월17일부터 포은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암살당하는 4월4일까지, 고려가 지고 조선이 뜨던 그 18일 동안의 격동기를 다룬 (민음사 펴냄)은, 편년체에 비망록 형식을 더해 정도전의 내면을 성공적으로 드러낸다.
“역사가는 자료가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잖아요. 근데 소설가는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죠. 상상력을 동원해 ‘역사의 검은 구멍’을 메울 수 있는 거죠. 그게 작가의 특권이니까요.” 정도전의 내면으로 들어가기 위해 정확한 고증과 방대한 자료 조사를 했던 작가가 바라보는 삼봉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우리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혁명가이자 정치가로 그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정도전은 지금 말로 하면 굉장히 자학개그에 능한 사람이었어요. (웃음) 나주에 귀향 갔을 때 농부와 귀신 등의 이름을 빌려 스스로를 자주 꾸짖고 비난하고 있거든요. 일종의 하방을 한 그 시간에 민중에게 야단맞으면서 스스로를 벼린 거죠. 국가에 대한 이상과 비전도 원대했지만 장난꾸러기의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그도 우리처럼 진중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하루하루를 보낸 거죠. 조선의 궁중음악을 손수 지을 정도로 예술적 감각도 뛰어났죠. 광활한 인간인 거죠.”
맹자에 발 디딘 역성혁명, 백성의 나라를 향한 염원, 혁명가의 고뇌 등이 가득한 정도전의 일기에는, 30년 지기 포은과의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도 눈에 띄어 이채롭다.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 부분인데요. 포은은 삼봉의 멘토였어요.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나도록 다리를 놔준 이가 정몽주가 아닐까 싶어요. 또 정도전은 이색 문하에서 최고 권위를 가졌던 정몽주에게 맹자를 배웠죠. 말년의 2~3년 반목하기 전까지 둘은 혁명 동지였습니다.”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그 둘의 질긴 인연은, 명을 달리해서도 얄궂었다. 그 둘을 차례차례 암살한 이방원은 자신이 권력을 잡고 태종이 되자 혁명의 적이었던 정몽주를 영의정에 추서해 훗날 사림의 태두가 되는 길을 열었고, 자신과 함께 조선을 창업한 정도전을 만고역적으로 규정해 고종 때까지 복권되지 못했다.
정도전을 시작으로 조선사를 소설로써 재구성하는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대장정에 나선 김탁환 작가는, “여지껏 35권의 책을 써왔는데 이제 반환점을 돈 느낌”이라며 “물론 출판사에서는 재촉하겠지만 60권으로 완간될 이 책을 죽을 때까지 써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인물을 중심으로 조선 500년을 그려내겠다는 국문학과 출신의 소설가가 역사학과 출신의 기자는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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