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 엮음, 작은책(02-323-5391) 펴냄, 9500원
월간 은 윤구병 선생이 1995년 창간했다. 최근 5년간은 버스운전 노동자 출신의 안건모씨가 맡아 꾸려왔다. 회사원, 노동자, 일용노동자, 학원강사, 노동조합 대의원, 주부 등 일하는 사람들의 글을 받아 꾸며왔다. 이 창간 15주년을 맞아 그간 실린 이야기를 세 권으로 엮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책 와 는 5월10일 발간 예정이다.
안건모씨는 발간사에서 “글만 쓰던 사람은 노동을 못하겠지만 노동을 하던 사람은 글도 쓸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고 말한다. 이오덕 선생은 노동자가 글을 쓰는 이유를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쓰는 글이어야 하겠는데… 한마디로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다.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그 소중한 삶의 세계, 마음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 삶을 지키고, ‘말’을 지키고, 겨레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쓸 수밖에 없어서 쓰는 글은 입말과 생생함의 연속이다. 장영란씨는 1년 된 구두를 화이트와 까만 사인펜으로 새 신으로 만들어주는 남편을 이야기한다. 대원강업노동조합 조합원(웬일인지 이름이 없다)은 설에 고향에 내려갔다가 선을 봤는데, 대충 끝내고 나오려 하자 여자가 바짓가랑이를 잡아 속옷이 드러나게 되었고 “사과하는 뜻으로 제가 평생 그 한복을 빨고 손질해드리겠습니다” 한 여자의 재치에 그녀와 결혼하게 된 사연을 말한다. 사회교육센터 ‘일하는 사람들’에서 글을 배운 뒤 “어머님, 이제는 자신 있지요?”란 아들의 편지에 답장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쓰게 된 마수분씨의 글도 꾸밈이 없어 즐겁다.
4월13일 ‘작은책’ 노동조합도 출범했다. 글을 쓴 사람만이 아니라 책을 만든 사람도 노동자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작은책’ 노동조합은 10년 만에 설립된 출판사 노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상급단체로 둔 출판사 노조는 창비·돌베개·우리교육뿐이었다. 이 네 번째 귀한 출판사 노동조합은 앞서의 노동조합보다 작은 규모다. 조합원이 3명이다. 그래서 더 ‘큰일’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임옥희 지음, 여이연(02-763-2825) 펴냄, 2만원
페미니즘은 자신의 소멸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여성 억압이 없는 때가 도래해 페미니즘이 용도폐기되는 게 목표인 것이다. 요즘 여성가족부, 여성학과, 여성단체 등이 해체되거나 해체하자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아무도 이를 애도하지 않는다. 목표하던 자기소멸의 때가 왔기 때문인가. 저자는 애도 없는 이유를 ‘부르주아 독재’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고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페미니즘 내부의 자기성찰을 제안한다.
〈굿바이 쇼핑〉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좋은생각(02-330-0232) 펴냄, 1만5천원
‘쇼핑하지 않기’를 실행한 1년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한도까지 긁은 신용카드로 산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뉴욕 거리를 걷던 중 물웅덩이에 빠뜨린다. 갑작스런 쇼핑에 대한 회의에 빠진 저자는 동거인 폴과 함께 ‘1년 동안 쇼핑하지 않기’를 결심한다. 쇼핑 안 하는 1년은 소비에 중독된 삶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학출〉
오하나 지음, 이매진(02-3141-1917) 펴냄, 1만3천원
‘학출’이란 공장행을 택한 대학생을 말한다. 1980년대 광주항쟁 뒤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당사자가 되어 해결하기 위해 공장으로 ‘위장취업’한 이들이다. 언론은 ‘불순세력’이라 불렀다. 저자는 학출들을 직접 만나 당시 상황과 현장에서 겪은 일을 들었다. 학출은 먹물의 흔적을 없애는 데 집착해 평범한 노동자가 되거나, 공장을 그만두거나, 여기저기 떠돌곤 했다.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조르주 아감벤·알랭 바디우·슬라보예 지젝 등 지음, 김상운·양창렬·홍철기 옮김, 도서출판 난장(02-334-7485) 펴냄, 1만1800원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자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만큼 민주주의라는 말은 아무 뜻도 없는 말이 돼버렸다. 태어날 때부터 민주주의는 구성원리가 모호한 개념이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대의제나 선거제도로 보는 것을 경계하며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재발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크 랑시에르는 한국의 촛불시위를 스펙터클한 형태의 민주주의 재발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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