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색깔 진단부터 성형외과 빨간 의자까지 컬러를 원하는 시대
▣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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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견 기업 신입사원 교육 현장에 컬러컨설턴트가 출동했다. 신입사원들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컬러를 진단받게 한 뒤, 어울리는 컬러와 스타일 연출을 통해 기업의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더 널리 알리겠다는 게 목표다. 과거, 기업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색과 디자인으로 맞춰진 유니폼을 직원들에게 입혀 기업 이미지를 통일성 있게 드러내려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시도다. 한 색으로 통일된 직원들을 통해 이미지를 구현하는 회사가 아닌, 직원들이 저마다의 색을 살려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로 기업 이미지를 살리겠다는 것.

최근 새로운 영상 서비스를 내놓은 한 이동통신회사도 관련 센터 직원들에게 퍼스널 컬러 진단을 시행했다. 새롭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우선 관련 직원들의 이미지부터 개선한 것이다. 개인의 이미지와 기업 이미지는 시너지를 낸다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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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는 문을 열면서 가장 신경쓴 것이 병원의 색깔이었다. 세련되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통해 환자들에게 청량감을 주고 싶었던 병원은 컬러 컨설팅을 진행했다. 우선 빨간색 의자로 강한 인상을 주고 아쿠아블루 커튼을 포인트로 그 앞에 하얀색 커튼을 드리워 도시적인 세련미와 시원한 분위기를 동시에 잡아냈다. 이런 시도는 방문 고객의 기분이 중요한 업종에 더 빈번한데 한 외국 투자회사의 경우 이지적이고 도시적인 감성을 나타내기 위해 따뜻한 회색(웜 그레이)을 메인 컬러로 사용했다. 거기에 검정색과 보라색으로 강조점을 둬 세련미를 부여했다.
눈동자·피부·머리카락 색을 분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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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컬러 하면 단순히 기업아이덴티티(CI)나 유니폼 색상을 생각하던 관성이 깨지고 있다. 최근 1, 2년 사이 사원 개개인의 색을 살리는 변화가 확산되고 있다. 업무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색으로 분위기를 살리는 데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일도 낯설어하지 않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의 ‘색깔 진단’ 수요가 많아짐과 동시에 개인적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컬러 컨설팅 관련 업체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주로 직업상 사람을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 찾는 경우가 많지만 학생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아직 이미지 메이킹의 일부분으로 색깔 진단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독자적인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만, 컬러 컨설팅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에서 시장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백화점은 아예 컬러 컨설팅 업체와 손잡고 고객을 위한 ‘맞춤형 쇼핑’ 서비스에 나설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의 색깔을 진단해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쇼핑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단순히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골라주는 일 정도로 여기기 쉬운 색깔 진단은, 그러나 눈동자·피부·머리카락의 색을 분석한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통해 차가운 색-따뜻한 색의 큰 두 줄기가 갈라지고 그 줄기는 다시 봄-여름-가을-겨울 색깔군으로 나뉜다. ‘컬러 컨설팅’이 널리 퍼진 일본과 달리 이제 시작 단계인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업체마다 색깔군을 분류하는 시스템 체계에 차이를 보인다. 통합된 이론은 아닌 셈이다. 컬러 컨설팅과 교육이 전문인 컬러코드라는 업체의 경우에는 이런 색깔군을 12개로 세부 분류한다. “실제로 12개 컬러군으로 사람을 나눠보면 그 안에서 성격과 같은 특성이 비슷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성향이 비슷하기 쉬운 친구끼리 컬러 진단을 할 경우 같은 컬러군이 결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컬러컨설턴트 이선화씨의 말이다. 색을 ‘군’으로 나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색깔 진단은 단순히 내게 어떤 색이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초록색 중에도 어떤 느낌의 초록색이, 빨간색 중에도 어떤 채도의 빨간색이 내게 어울리는지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군을 알게 되면 적용할 수 있는 범위는 생각보다 많다. 단순히 옷 색깔뿐만 아니라 옷감 소재, 어울리는 무늬, 소품이나 액세서리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어울리는 브랜드나 향수까지 조언받을 수 있다. 결국 ‘색’이라는 것은 활용하기에 따라 그 가치가 무한한 셈이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공간의 특성과 원하는 분위기를 고려해 색을 진단받으면 그 색을 활용해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일은 상상력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색깔 찾기는 시대에 발맞춘 것”
일본에서 컬러 컨설팅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전문업체를 연 컬러컨설턴트 김경미씨는 “1년 전 회사를 시작할 때와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색, 공간에 맞는 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병원이나 상점, 작은 사무실에서도 화분 하나의 색깔까지 공간을 고려해 골라달라는 주문을 한다. 기업과 개인, 사람과 사물로 세분화된 분야에 컬러 컨설팅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시장을 평가했다. 그는 개인에게 시행되는 컬러 컨설팅을 받으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얼굴형과 얼굴색이 보완되고 다크 서클, 잔주름 등 얼굴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 마네킹이 입은 옷이 맘에 든다고 산 뒤 옷장 속에 묵혀둔다거나 립스틱을 산 뒤 맘에 안 들어 화장품 케이스에 모셔둔다거나 하는 일이 없어져 합리적 소비를 돕는다고 한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색과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낭비 없이 최상의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만의 이미지로 자신감이 향상되니 조직에도 이롭고 자신만의 색과 스타일로 커뮤니케이션하게 되면 비즈니스와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이명천 교수는 이런 방식의 컬러 마케팅을 시대적 흐름으로 진단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기본으로 하던 산업사회에서 벗어나면서 획일적 소비도 무너졌다. 1:1 마케팅이 확산되고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매체도 개인 매체로 분화되면서 비즈니스와 관련한 커뮤니케이션도 ‘개인’을 이용한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백인백색으로 다양해지는 시대지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중구난방으로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콘셉트와 이미지를 갖고 일정한 체계를 갖춰야 효율적인 마케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컬러 컨설팅은 개성과 색깔 있는 마케팅의 콘셉트를 잡아줘 이 시대 개인과 기업에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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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는 여름 여자, 검정색을 멀리하라 |
백문이 불여일견. 컬러 진단의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나섰다. 강남에 있는 컬러 컨설팅 업체 사무실에 도착하자 꼼꼼한 개인 카드 작성부터 시작해 가장 간단한 진단만 받았는데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선 기자의 눈동자와 머리카락 색을 색깔판과 대조하며 파악한 뒤에 피부톤을 기계를 통해 진단했다. 보이는 것보다 붉은 기가 많은 피부라고 했다. 목 아래에 색깔천을 갖다대는 것만으로 얼굴빛과 윤곽, 주름과 그늘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설명과 함께 수십 개의 천을 갖다대는 과정을 거쳤다. 기자의 경우 입주변 주름과 광대뼈 주변이 색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반응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진단을 내린 것이 SM-S라는 타입의 컬러. 여름색 중에서도 흔히 파스텔톤이라 불리는 색깔이 어울린단다. 특히 수박색이나 녹색이 잘 어울린다는 설명이다. 하얀색 옷을 입을 때도 우유색을 입는 것이 좋고 액세서리도 금보다는 은을 하란다.
이 색깔군의 키워드는 ‘부드러운·귀여운·페미닌·상냥하게 사랑스러운’인데, 이 군의 색들은 부드럽지만 연약하지 않으며 깨끗한 느낌이 살아 있는 밝고 맑은 톤이다. 흰색이 많이 섞여 시원하면서도 차분한 색상이 주를 이룬다. 화려하지 않은, 부드러운 천연 소재를 선택하고 커다란 프린트 무늬는 사양하란다. 메이크업도 진한 색 사용은 금물. 엷고 흰색이 섞인 눈화장에 역시 흰색이 들어간 립글로스 정도를 바르는 것이 좋단다.
그날 입고 간 보라색 옷은 일단 기자의 컬러와 맞는다며 칭찬을 들었다. 하나 거꾸로 말하자면 그 외에는 다 틀렸다. 금목걸이, 검정색 점퍼, 갈색 가방, 검정색 구두는 모두 기자의 얼굴색을 회색빛으로 만들고 광대뼈를 돌출돼 보이게 하는 어울리지 않는 색의 아이템들로 판명이 났다. 집에 검정색 옷만 많은데, 눈물이 앞을 가렸다. 늘상 사기만 하고 입어보면 안 어울려 구석에 처박아놓던 쇼핑 습관과 참 옷 못 고른다는 구박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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