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문학계간지 의 발랄한 시작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청소년을 위한 문학계간지 (문학동네 펴냄) 창간호가 나왔다. 창간호의 특집 제목은 ‘심심해…?’다. 페이지마다 문화예술계 필자와 청소년들의 발랄한 글이 가득하다.
시인 문태준씨는 ‘혼자 남겨져 수습한다는 것’이란 글에서 시와 만나고 시와 대결하는 개인적 체험을 이야기한다.
소설가 은희경씨는 자신의 처녀작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놓고, ‘세상 vs 작가’ ‘우화 vs 우화’ ‘작가 vs 작가’ ‘소설 vs 인문학’ ‘소설 vs 영화’라는 재미있는 비교의 글들이 연타석으로 등장하며, 박정대 시인과 안양예고 양수영양의 ‘파격적인’ 인터뷰, 웃음보를 자극하는 청소년의 친구 소개, 소설가 조선희씨가 털어놓는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앙꼬와 김태권의 만화가 이어진다(묘하게도 둘 다 두발과 관련된 소재다). 특집은 심심함에 대한 다양한 에세이와 만화로 채워지고, ‘국제문학축전’에 참가한 세계의 젊은 작가들에 대한 제법 진지한 인터뷰도 있고, 청소년 문학상 우수작 단편소설 (전경화 지음)도 돋보인다. 헉헉. 자세한 소개 생략.
여기서 우리는 ‘청소년 문학계간지’란 타이틀과 특집 ‘심심해…?’의 문제의식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의 놀라운 출발점이다. 청소년과 문학은 어울릴 듯하면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이 땅의 청소년들은 문학수업을 받으면서 문학과 결별한다. 천편일률적인 해설과 밑줄긋기와 암기와 사지선다에 신물이 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들에게 고전문학 필독 목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고전과 만나면서 고전을 떠난 청소년들은 다시는 고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청소년들이 문학을 사랑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문학의 즐거움을 느낄 기회를,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강탈해가는 것이다. 제발 아침 저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바른 자세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라. 차라리 화장실에서 읽는 책이 낫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건 도서목록과 개념 이해가 아니라 심심함이다. 그리고 심심함을 달랠 다양한 것들이다. 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심심함을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문학이란 놈을 요리조리 찔러대고 뒤집어보고 깔깔댄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한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전경화양의 단편 은 기대 이상이다. ‘오버’하지 않는다는 건 그 무렵에 굉장히 힘든 일인데, 이 작품은 너무 솔직하고 자연스럽다. 젊은 세대 여성들의 글쓰기엔 어떤 공통된 미덕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청소년 문학상’이 문장과 묘사에 이르기까지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고 우수작과 가작을 선별하지 않으면 참 좋겠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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