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이 정답인 축제, 200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온다… 10억원대 손해 입은 기획사가 7년 만에 모은 현재진행형 음악들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배낭을 꾸릴 시간이다. 바다로 가자. 이 여름은 음악으로 달궈질 예정이다. 브라운관이라는 치명적인 필터링이 거세된 ‘음악캠프’가 9만여 평 대지 위에 들어선다. 7월28일 금요일부터 7월30일 일요일 자정을 넘긴 새벽까지 3박4일 72시간 동안 인천 송도에서 ‘200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린다. 2만 명을 수용하는 제1무대와 5천 명을 껴안는 제2무대에서 국내외 40여 팀과 부딪치며, 소금바람과 땀방울 중 어느 것이 더 짭조름한지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잠자고 눈뜨면 음악이 있는 캠핑존으로
“매력적인 건 캠핑이야. 애들이랑 같이 노는 게 중요한 거지 누가 오느냐를 가지고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아. 즐기는 게 중요하더라고.” 공연이라면 한 보따리 이미 다녀본 한 음악팬이 유례없는 ‘펜타포트’를 맞이하며 밝힌 소감은 3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캠핑존을 염두에 둔 것이다.
화장실, 식수대, 샤워장, 바비큐장 등 기본 편의시설이 제공되며 렌털 텐트도 일부 준비돼 있다. 1일권의 유효기간 또한 ‘입장 다음날 오전 9시’까지라 축제는 ‘지대로 한여름밤의 꿈’이다. 잠자다 눈뜨면 음악, 돗자리의 점심에도 음악, 술래잡기를 해도 고스톱을 해도 온 천지 음악이다. 세상의 모든 축제가 품는 ‘몽환적 현실’이 여기에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많은 이들이 좀더 놀랄 만한 출연진을 기다리는 눈치다. 5월18일 현재 주연급 밴드로는 데이비드 보위가 사랑한 90년대 후반 인기 절정의 영국 밴드 ‘플라시보’와 히트곡 <where is the love>로 국내 음반 판매량에서 두각을 보인 미국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 그리고 2004년 1집 발매 뒤 세계와 본인을 놀라게 한 스코틀랜드 출신 개러지 록밴드 ‘프랜즈 퍼디낸드’가 있다. 국내 밴드에선 넥스트, 크래쉬, 피아 등의 출연이 확정됐으며 추가 출연진은 웹사이트(www.pentaportrock.com)에서 계속 발표된다. 악천후로 중단된 ‘99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의 딥퍼플, 프로디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을 능가하는 강력한 출연진이 없다는 아쉬움이 일부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기획사 아이예스컴 관계자는 메뉴판에 적힌 ‘오늘의 요리’를 권하는 주방장처럼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내년 즈음 꽤 커져 있을 음악인들을 미리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현재진행형의 음악, 지금 유행하는 음악을 선보이는 자리죠. 국내 홍대 밴드들은 지명도는 낮아도 연주 실력이 좋습니다. 국내외 밴드들을 계속 교섭 중이니 지켜봐주십시오.” 소신과 모험의 라인업에선 정체 모를 산뜻한 음악으로 급부상 중인 영국의 매력남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나 한국계인 캐런 오가 보컬로 있는 뉴욕 아트펑크 밴드 ‘예예예스’, 일본 인기 힙합그룹 ‘드래곤 애시’, 북유럽 빅비트 일렉트로닉 뮤지션 ‘정키엑스엘’ 등이 눈에 띈다.
10여 년간 에릭 클랩튼, 케니지, 세계 3대 테너 등의 내한공연을 기획한 아이예스컴은 1999년 트라이포트 페스티벌의 좌절로 10억원대의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 다음해부터 매해 페스티벌을 시도해왔다. 수백만달러의 개런티와 국내 팬들의 요구 수준을 맞추고 협찬업체를 모아 조율하는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되고, 결국 7년여 만에 성사시켰다. 쌈짓돈 모아 영국 글래스톤배리 페스티벌이나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으로 날아가던 국내 팬들을 송도로 모으겠다는 포부다. 1일 입장료 7만원은 2시간의 콘서트 티켓값과 견주면 결코 ‘비싸서 못 간다’고 투덜거릴 정도는 아니다.
‘펜타포트’라는 행사명은 공항, 항만, 정보화라는 ‘트라이포트’에 비즈니스와 레저 항목을 추가한 인천시의 ‘펜타포트’ 성장 전략에서 유래했다. 인천시는 이 행사의 공동 주최자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지자체 축제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번개탄이 될 수 있을까. 자갈치 시장의 부산국제영화제는 10여 년간 탄탄한 조직위의 운영 덕분에 도시의 문화적 아이콘이자 아시아 영화의 거점으로 자리잡았고, 여기엔 600억여원의 경제효과 이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열매가 있다. 바다를 매립해 헤딩할 맨땅을 만들고 맨땅에 헤딩하는 송도지구·영종지구·청라지구의 인천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보이는 무서운 속도를 생각하면 이 페스티벌이 도시의 쉼표가 되어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음악’은 ‘영화’보다 축제에 더 어울린다. 촬영장이나 편집실에 가도 별것 없는 영화란 장르는 원본에 대한 동경을 허락하지 않는 복제의 산물이자 광장과 괴리된 밀실의 문화이다. 그러나 음악이나 연극, 뮤지컬, 스포츠 등의 공연 문화는 CD나 DVD 기술이 주는 만족감과 다른 종류의 질감을 내포한다. 현장의 우발성과 참여자의 함성은 날것의 매력을 증폭시킨다. 한 걸음 나아가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야외의 ‘페스티벌’에서는 동선 제한이 없는 ‘비규칙 자연’이 제공되고, 사람들은 교감으로 음악 이상의 음악을 만든다.
풀밭의 프론티어 정신, 지역적으로 행동하기
블러와 오아시스의 대결이 차트와 가십을 넘나들던 1995년, 각종 매체와 수상식이 앞다퉈 음악 여론을 주도하면서 영국 브릿팝은 태동했다. 알고 보면 그 뒤엔 <bbc> 라디오 DJ의 혁신과 주류음악 미국 얼터너티브 록에 대한 대항 심리가 있었다. 어차피 배는 한 사람이 저을 수 없고, 저어지지도 않는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유기성이 약한 한국의 현실에서 펜타포트 페스티벌의 개최가 당장 음악적 변화를 가져올 순 없다. 그러나 수준 이상의 연주를 접한 관객은 음악인의 분발을 요청할 것이고, 팝과 힙합과 록이 혼재된 대형 페스티벌은 세포 분열을 할 것이다. 이 모든 걸 떠나 풀밭의 프런티어 정신으로 송도를 방문해도 좋다. 음악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다. 주류인 발라드와 리메이크에 대한 대항심리는 옵션이다. 여하튼, 뒤집어진 우산 아래에서 온 몸을 비에 적신 채 망연자실했던 1999년의 인천은 나쁘지 않았다. 아름다운 자연이 안겨준 소중한 무용담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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