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를 만나는 간편한 길, CBS 음악FM 팝 전문 프로그램 … 게스트와 잡담 없이 신청곡 2시간, 타 채널에서 10곡 흐를 때 22곡 거뜬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 생각나는 대로 몇몇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보며 “수다만 있고 들을 게 없다”고 투덜거리고 있진 않은가. 그런 당신에게, 친구 결혼식 때 처음 교회 문턱을 넘어본 필자가 대안을 던지니 그건 바로 ‘구십삼쩜구’ 기독교방송(CBS) 음악FM(93.9MHz)이다. 클래식·재즈·올드팝·7080가요와 국내외 최신 음악을 망라하는 이 주파수는 칼럼의 만성 소화불량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묘약의 주파수이자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하는 청량제다.
퇴근길의 감각적인 팝 전문 리퀘스트 프로그램 (오후 8~10시, 이하 FM팝스)도 여름 특집을 준비하고 있다. 7월24일부터 30일까지 7일간 ‘청취자가 고른 이 여름에 어울리는 음악’이 선보인다. 가청권 서울·인천·경기 외의 다른 지역에선 인터넷 실시간 서비스로 들을 수 있다.
구곡과 신곡이 반반, 간단해서 좋다
‘김형준’과 ‘FM팝스’는 CBS 음악FM의 11년사가 만든 여러 이름 중 하나다. 프로그램 성격은 17년째 순항 중인 와 비슷하지만 거주지 등본의 기록은 주파수와 시간대가 살짝살짝 바뀌어야 했던 21년차 DJ 전영혁의 것과 닮았다. 1998년 CBS 음악FM에서 시작하고, 2001년 4월 SBS로 옮기고 2002년 10월 CBS로 복귀했다. 1년여 전 오후 2시대에서 한 번 더 옮겼으니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주청취층들도 덩달아 바빴다. 이사는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
구곡과 신곡이 반반 나오는
7월10일 저녁 방송 전,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난 염소수염의 DJ는 “농담과 흉보기에서 주파수가 맞고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사람들과 술 마시는 게 생활의 낙”인 능청스런 아저씨다. 클럽 디제잉(DJing)에 흥미를 느끼고 ‘롤러코스터’의 지누에게 턴테이블 작동법을 배워봤지만 지금은 보류 중. 4년째 여름마다 내는 라운지 컴필레이션 음반은 라운지 장르 쪽에선 쏠쏠한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알고 보면 83학번 불문학도이고(“심지어 대학원에서 불문 ‘시’(詩)를 공부했다”고 고백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두 부모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지만 그와의 대화에 격의는 없다.
라디오엔 교감의 문화가 있다. “주파수를 공유하며 즐기는 거죠. CD로 듣는 것과 방송에서 듣는 건 달라요.” 청취를 강요하는 건 아니다. “집중할 일이 있을 땐 그냥 끌 수 있는 ‘배경음악’ 방송이면 충분합니다.” 그는 “감각이 구려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 끝이 아니겠냐”며 “요즘 음악에 공감 못한 채 청취자를 속이는 기분으로 방송하는 날 DJ를 그만 둘 예정”이라고 한다. ‘복고’를 지운 현대적 감각의 음악 편집자는 요즘 영국 밴드 뮤즈의 신곡
DJ 김형준은 PD를 겸한다. 사실 PD 생활이 먼저였다. 92년 CBS에 입사해 93년 밴드 ‘빛과소금’을 진행자로 내세운 로 PD 데뷔를 했다. 98년 DJ를 겸하면서 PD·작가·진행자의 역할을 모두 맡는 정통적 의미의 DJ가 됐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헐레벌떡 자료실에 신청곡 음반을 가지러 가는 ‘제작비 0원’의 생활이 한동안 이어졌다. 요즘은 MP2로 인코딩된 디지털 음원을 부스 안에서 바로 불러낼 수 있게 됐지만 소소한 음질의 차이를 고려해 가능한 한 CD를 준비한다. “DJ가 스타의 부업이죠? 얼굴이 안 되어도 말재주와 지식, 카리스마가 있는 이들의 전문직이 되면 좋을 텐데요.”
“DJ를 카리스마들의 전문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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