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트렌치코트 안에 받쳐 입어도 좋고 청바지 위에 외투처럼 걸쳐도 좋고… 밀라노에서 동대문시장까지 넘쳐나는 최고 히트 아이템, 봄부터 가을까지 쭉~</font>
▣ 심정희 <w korea> 패션 에디터
이렇게 말하면 좀 창피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나도 학교 다닐 땐 잘나갔다(써놓고 보니 좀 자랑스럽기도 하군, 흠). 잘생긴 남학생들이 창문 밑에 서서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혹은 “한 번만 만나주세요” 하는 일은 그다지 자주 (사실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머니 사정만은 지금보다 훨씬 넉넉했다, 이 말씀. 매달 정해진 날짜에 집에서 용돈과 생활비를 보내주었고, 어떨 땐 지금 한 달 꼬박 출근하고, 밥 먹듯 야근하며 간식 먹듯 밤을 새우면서 벌어들이는 월급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과외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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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땐 주택부금이나 적금은 물론이고 세금조차 낼 필요가 없었으니 오죽했을까. 그래서인지 매달 월급날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잔액이 ‘스르륵’ 하고 줄어드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학창 시절이야말로 내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곤 한다(아, 역시 창피해). 그땐 적어도 사고 싶은 것 다 사고, 먹고 싶은 것 다 먹을 수 있을 만큼은 됐는데….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오히려 ‘가용 용돈’이 줄었고, 자연히 생활도 궁핍해졌다. 그러나 언제인가 내 주변의 직장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거의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이 나와 비슷한 아이러니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러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단 하나 고른다면 무조건 화이트 원피스
그런데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나를 비롯한 패션 기자들의 문제는 돈을 조금 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이놈의 트렌드라는 것이 너무 정신없이 변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역사와 마찬가지로 트렌드 역시 어떤 일정한 흐름에 따라 순환하고 반복되게 마련이지만 세월이 흘러 한때의 트렌드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결코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트렌드가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된다면 그다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멋쟁이가 될 수 있을 텐데(아주아주 큰 옷장을 하나 마련한 다음, 유행이 지난 옷들을 차곡차곡 보관해놓았다가 4~5년이 지난 뒤에 다시 꺼내서 툭툭 털어 입으면 될 테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바람일 뿐. 영리한 디자이너들은 조금씩 변형해 같은 아이템인데도 5년 전에 유행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끝없이 만들어낸다.
요약하자면 상황은 이렇다. 트렌드는 끝없이 변하고 그것을 재빨리 따라가야겠는데 옷차림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은 극히 조금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주 오랜 시간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단 한 가지. 그 시즌에 ‘특히’ 유행하는 아이템 하나를 산 다음, 그 옷이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활용하는 것.
그렇다면 올봄에는 어떤 아이템을 사야 할까? 트렌치코트? 럭비 셔츠? 턱시도 재킷? 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단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무조건 화이트 원피스다. 이번 시즌 밀라노와 파리, 뉴욕의 캣워크(모델들의 패션쇼 워킹)는 보고 있노라면 ‘살랄라’ 하는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로맨틱한 화이트 원피스들로 넘쳐났다. 시폰, 실크, 오간자 같은 하늘하늘한 소재에 러플이나 리본, 자수 등 여성스럽기 그지없는 장식들이 잔뜩 달린 원피스들이 완벽하게 캣워크를 장악한 것이다. 세계 어느 유명 백화점보다 유행을 빨리 수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동대문 시장에 그토록 다양한 디자인의 화이트 원피스들이 나와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시즌 화이트 원피스는 그야말로 ‘메가 트렌드’인 셈이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화이트 원피스로 본전을 뽑을 것인가?
1단계! 화이트 원피스를 산다(그걸 말이라고…). 러플과 레이스 등이 좀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이 달려 있는 ‘살랄라’풍 원피스가 대세지만 ‘그건 너무 간지러워서 못 입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은 프라다나 에르메스에서 선보인 것 같은 단정한 셔츠형 원피스를 선택해도 무방하다. 그런 다음? 샀으니 입어야지! 여전히 약간 쌀쌀한 3월 말에는 트렌치코트 속에 입는다. 특별히 멋을 낼 필요가 없을 때는 그냥 입는다.
청바지와 카우보이 모자에도 살랄라
특별히 멋을 내야 하는 날은 코트 깃을 완전히 여미지 않은 상태에서 폭이 10cm 정도 되는 두꺼운 벨트로 코트 자락과 원피스를 한꺼번에 고정해준다. 이렇게 하면 상체와 하체의 구분이 생겨서 키도 커 보이고 허리가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깃의 모양과 매무새가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계속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트렌치코트가 없는데 어쩌지? 트렌치코트 먼저 사야 하나?’ 그럴 필요 없다. 트렌치코트가 없으면 카디건이나 볼레로 등을 매치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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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없다면? 굳이 살 필요는 없다. 원피스를 외투라고 생각하고 입으면 된다. 외투가 뭐 별건가? 겉에 입으면 외투지. 청바지, 정장 바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바지 입고, 얇은 터틀넥이나 보트넥 풀오버 같은 상의(타이트한 것으로 골라야 한다. 설마 원피스 밑에다 품이 넓은 맨투맨 티셔츠를 입는 사람이야 있을까마는)를 입은 다음 그 위에 원피스를 덧입는다. ‘러플이 막 달려 있는 로맨틱한 원피스에 청바지처럼 캐주얼한 옷을 매치해도 되나? 웃길 것 같은데….’ 천만에. 하나도 안 웃기다. 안나 수이나 베라왕 같은 디자이너들은 잠자리 날개 같은 원피스에 당장 로데오 하러 달려가도 될 것 같은 웨스턴 부츠와 카우보이 모자까지 매치했는데 그깟 청바지쯤이야….
‘난 로맨틱한 옷 입기 싫어서 셔츠형 원피스를 샀는데?’ 물론 상관없다. 셔츠형 원피스는 진짜 외투처럼 앞단추를 쪼르르 열어서 걸치고 다닐 수도, 다 잠가서 단정하게 입을 수도 있으니까. 원피스와 바지, 이너웨어를 매치할 땐 원피스를 그야말로 ‘입고 벗기 약간 불편한 외투’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다리를 내놓고 싶으면? 바지를 벗고 대신 다양한 타이즈와 레깅스를 이용한다. 색깔도 길이도 가지가지인 레깅스를 바지 대신 매치한 다음 플랫 슈즈(굽이 거의 없는 구두로 일명 ‘발레리나 슈즈’)를 신어도 좋고, 아찔한 스틸레토(가는 굽의 하이힐)를 신어도 좋다. 좀더 트렌디해 보이고 싶다면 길이가 허벅지 정도까지 오는 타이즈를 느슨하게 흘러내리도록 신은 다음 굽이 높은 구두를 신어라. 프라다 쇼에 등장한 것처럼 플랫폼 슈즈(일명 ‘통굽’ 구두)를 신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것이 없다면 다른 구두들도 무방하다. 단, 이 코디네이션의 포인트는 느슨하게 흘러내리는 타이즈! 그러므로 허벅지가 튼튼한 사람은 가급적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 경험에 비춰보건대 다리가 두꺼운 사람은 타이즈를 느슨하게 신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자칫 아주 민망한 광경이 연출될 우려가 있다.
허벅지가 튼튼하면 타이즈 매치에 주의
그러다 6월 중순 이후가 되면 ‘그냥 원피스’로 입는다. 최대한 로맨틱하면서 청순한 느낌으로 입고 다니다가 지겨워지면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웨스턴 부츠나 커다란 크로스백 같은, 거친 분위기의 소품을 매치해본다. 간지러운 느낌이 좀 줄어들면서 색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셔츠형 원피스를 하나만 입을 때는 썰렁해 보이지 않도록 액세서리에 신경을 써준다. 두꺼운 뱅글을 여러 개 겹쳐서 한다거나, 밀짚모자를 쓴다든가 하는 식으로. 이렇게만 하면 봄, 여름, 가을까지 그야말로 원피스 한 벌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입을 수 있을 테니 ‘본전치기’는 되고도 남지 않을까? 수백만원짜리 화이트 원피스를 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학교 땐 용돈은 더 풍족했을지언정 이런 건 모르고 살았으니 어쩌면 내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인지도 모르겠다(사실, 어제 <긍정의 힘>이라는 책을 샀는데 책 사느라 쓴 돈의 본전을 찾으려면 일단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할 것 같아서 해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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