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역사 · 문화 · 개발의 상처를 더듬는 두권의 책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난민의 도시’ 서울에선 사람들이 자신의 도시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시민들의 술자리에 서울이 안주로 오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버스 체계 개편, 이명박 시장의 ‘불도저식’ 개발 등은, 어쨌든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더듬는 두권의 책 (홍성태 지음·궁리 펴냄), (장규식 지음·혜안 펴냄)는 시기를 제대로 맞춰서 태어났다.

는 서울내기 사회학자 홍성태 교수가 서울의 곳곳을 탐사하며 공간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유린하는 개발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 치유 방안을 모색하는 글들을 묶었다. 지은이가 보기에 서울을 경쟁의식만 헐떡이는 난민의 도시로 만든 ‘악의 축’은 일제 시대와 박정희 시대의 개발이다. 특히 근대의 천박한 욕망이 알몸을 드러낸 개발 독재는 서울 600년의 역사를 지우는 데 큰 몫을 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지은이를 따라 산책하며 같이 탄식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식민과 독재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있는 세종로. 총독부 청사가 경복궁을 파괴하면서 닦여진 이 길은 박정희가 이순신 동상을 길 가운데 들여놓으면서 파시즘의 추억까지 간직하게 됐다. 게다가 곳곳에 미 대사관을 경비하는 전경들이 서성이고 있는 ‘감시의 거리’이기도 하다. 세운상가는 또 어떤가. ‘박정희-김현옥’이라는 환상의 복식조가 만든 세운상가는 종묘의 숲이 남산으로 이어지는 생명선을 끊어버리고 거대한 슬럼가를 형성한다.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재개발 계획에는 주변에 고층건물을 세우는 안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이런 식의 재개발은 강북의 역사와 문화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강북의 강남화’”라고 탄식한다. 산동네, 시민아파트, 황학동, 북촌, 대학로나 이태원 등도 나름의 상처를 안고 신음하고 있다. 지은이는 문제를 파헤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공간의 상황에 맞는 대안까지 제시한다.
책의 후기 ‘만보기를 마치며’에는 이명박 시장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들어 있다. “이명박 시장의 가장 중요한 시정 목표는 ‘강북의 강남화’로 줄일 수 있다. 강남에 비해 훨씬 다채로운 강북의 자연과 문화를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로 없애려는 것이다.” 지은이는 특히 2004년 4월 발표된 도심재개발계획변경안을 걱정한다.
가 도시 공간의 잘못된 디자인과 그 개선 방안을 얘기한다면 은 역사를 치밀하게 고증하는 책이다. 책은 역사적 사건과 공간의 관계를 다룬 논문 모음, 서울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로와 북촌의 문화지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지은이와 함께 서울을 제대로 구경할 수 았는 두 번째 장이 재미있다. 지은이는 그럴듯하게 보존돼 있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주요 건물이 없어졌거나 너무 초라해서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 재미있는 서울 산책은 정동에서 시작돼 북촌을 지나 피맛골에서 끝난다. 강북 삼성병원 본관의 현관으로 쓰이는 2층 양옥 건물이 경교장이다. 경교장은 김구 선생이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한 장소다. 현대사옥 뒤편 ‘안동손칼국수’라는 음식점 간판이 붙은 집은 도로 확장으로 반토막이 나 있는데, 바로 몽양 여운형이 살던 집이다. 이런 진기한 ‘보물지도’를 읽고 다리가 근질거리지 않는 독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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