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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최태민의 꼭두각시” 2007년의 예언자

대선 앞두고 폭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김해경 목사 “종교가 돈을 벌었을 것”
등록 2016-11-08 22:18 수정 2020-05-03 04:28
1_ 범죄
박근혜 대통령은 11월4일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자신의 죄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은 정말 아무 죄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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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후보로 나선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폭로한 인물이 있었다. 김해경 목사다. 김 목사는 과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술에 걸렸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최태민에게 의지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인 1만 명을 거느린 단군교 교주였다가 이후 기독교로 개종해 활발한 선교활동을 벌여왔다. 김 목사는 단군교에서 활동할 때 최태민과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다며 “최태민이 만든 영세교는 교리도 없는 작은 종교에 불과했다. (최태민 일가가 보유한 수천억원 규모의) 재산은 육영재단과 대한구국선교회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007년 이명박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겨뤘던 박근혜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은 당시에도 최태민 일가와의 관련성이었다. 경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2007년 6월17일 김해경 목사는 ‘김해호’라는 이름으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박 후보가 “최태민과 그의 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대통령 주술 걸렸다고 보진 않아”

그는 최태민 일가의 재산 형성 경위 의혹은 물론 박 후보가 최태민 일가의 집과 건물 근처인 서울 삼성동으로 이사한 점, 최순실씨 남편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은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논란이 된 의혹의 상당수를 그는 일찌감치 폭로한 셈이다.

김 목사는 당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뒤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목사의 기자회견이 이명박 후보 쪽과 협의해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과의 통화에서 “정치에 연루됐던 것을 후회한다”면서 “2012년부터 한국을 떠나 동남아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며 살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2007년 기자회견 때 내용은 신빙성이 있었나.

당시 사실도 있었고 뭐랄까 포장된 것도 있었다. 최태민이라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곁에 등장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건 이미 다 보도되지 않았나. 그래서 나도 기자회견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방적으로 공격한 사람이니까 법을 어긴 것이다. 그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기자회견을) 했으니까 죄인인 것이다.

최태민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태민과 박 대통령이 영적 부부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그건 왜곡되고 부풀려진 말이다. 박 대통령이 주술에 걸렸다고 보지 않는다. 의지할 곳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기자회견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면 당시 박 대통령의 남동생은 마약을 하고 있었고 여동생은 언니와 육영재단을 두고 싸우고 있었다. 두 동생 모두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였다. 박 대통령이 상의할 대상이 아니었다.

물론 최태민이 종교적으로 접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에 형제관계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봐야 한다. 박 대통령에게 자식이 있다는 이야기도 다 확인해봤다. 여러 경로로 독일 교민 사회도 탐문해봤다.

왜 하필 독일을 탐문했나.

당시 박 대통령이 독일에 자주 갔다. 그래서 의심하고 조사를 했지만 자식은 없었다. 정보기관에도 박 대통령의 자식과 관련한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안다. 최태민의 행각에 대한 자료는 있지만.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이 억울한 점도 있어 보인다.

최태민을 직접 만난 적은 있나.

그 사람도 나도 종교활동을 했기 때문에 스쳐 지나간 적은 몇 번 있었다. 최태민이 확실한 교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을 홀리고 아픈 사람 고쳐주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최태민을 따른 것이다.

최태민의 영세교가 영생교로 발전한 것은 맞나.

아니다. 영세교를 하다 때려치웠고 영생교랑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영세교는 그냥 없어진 것인가.

당시 ‘영애’이던 박 대통령을 잡았는데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오겠나? 그러니까 목사로 갈아탄 거다. 영세교는 특별한 교리가 없었다. 간판만 붙여놓고 아픈 사람 병 고쳐준다는 것이 전부였다.

최태민 일가의 재산이 수천억원 규모인데 육영재단에서 비롯됐다고 보는가.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잡혀간 거지.

그때 확인한 내용이 있나.

최태민과 최순실이 육영재단 재산으로 먹고살았다고 했는데 그때는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최태민 일가가 어떻게 막대한 부동산을 취득했는지 해명이 안 된다.

간단하다. 종교가 돈을 버는 거다.

영세교는 잘 안 되지 않았나.

나중에 대한구국선교회(최태민은 1975년 대한구국선교회를 꾸려 스스로 총재를 맡았고 박 대통령은 이 단체의 명예총재를 했다)를 엄청나게 꾸리지 않았나. 그 자체가 이단이다. 오갈 데 없는 목사를 불러모아 만들어서 정통이라고 볼 수 없다. 그쪽으로 돈이 많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

“재심? 나는 영웅 아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일단 국민이 최태민 일가가 국정 농단을 한 것은 알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적 판단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사실 사람들이 ‘피보다 진한 물’이라고 하는데 피(박 대통령의 동생들)가 피 같은 일을 안 하지 않았나? 게다가 박 대통령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온실에서만 자라나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최근에는 내가 영웅이다, 재심을 하라고 떠드는데 나는 영웅도 아니고 가이드를 하면서 하루하루 먹고사는 노인에 불과하다. 재심을 해서 뭐하겠나.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라가 새로워졌으면 좋겠다.

본인이 기자회견했던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분명히 실정법을 어긴 사람이다. 정치판이란 게 거짓말을 하게 돼 있다. 하지만 당당하게 죗값을 치렀다. 이제 분노나 미움은 없다. 다 용서했고 평화를 얻었다. 세월이 흐르니까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나더라.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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