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1988년 자서전에서 최태민 일가에 대한 깊은 신뢰의 감정을 드러냈다. “상대의 믿음과 신의를 한번 배신하고 나면 그다음 배신은 더 쉬워지며, 결국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순수한 마음 하나로 함께한 그분들이야말로 진정 용기와 소신을 지녔다고 생각한다.”</font>
‘문고리 권력, 환관 권력, 인의 장막, 불통의 근원.’
1998년 박근혜 대통령이 초선 국회의원(대구 달성군)이던 시절부터 18년째 보좌하고 있는 3인방을 당·청와대 안팎에서 일컬어온 말들이다. 오랜 기간 박근혜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의 결정과 행보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10년간 정치인 박근혜의 비서실장 노릇을 해 온 정윤회(61)씨가 공식 직함을 뗀 뒤, 이들은 ‘진정한 실세’로 불리며 당 안팎의 견제와 비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1998년 박 대통령이 초선 의원에 당선될 때, 정씨가 추천한 인물들로 알려졌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그들은 이재만(50)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47) 부속비서관, 안봉근(50) 국정홍보비서관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영향력 ‘너무’ 커졌다</font></font>정호성 비서관은 최근 최순실씨 태블릿PC에서 나온 국무회의 모두발언 파일의 최종 작성자이자 최씨에게 ‘대통령 보고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지목됐다. 정 비서관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박 대통령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정무·기획·후보 메시지(연설·발표 자료) 등을 담당해왔다. 박 후보의 발언과 정무·기획 역할을 맡아온 그의 영향력은 2007년 경선캠프에 견줘 2012년 대선캠프에서 ‘너무 커졌다’는 당내 목소리도 나왔다.(제940호 표지이야기 <font color="#C21A1A">‘박근혜를 움직이는 환관권력’</font>)
정 비서관이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대신 핵심 참모 자리인 제1부속비서관에 임명된 데는 박 대통령의 ‘복심’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제1016호 <font color="#C21A1A">‘박근혜 측근 3인방 누가 세나?’</font>)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한양대 경영학과 석·박사를 마치고 박 대통령 보좌진에 합류했다. 그동안 ‘정책’을 주로 맡아왔다. 3인방 가운데 선임자로 정책뿐만 아니라 인사·재무 등 살림살이를 맡고 있다.
안봉근 비서관은 쌍용 계열사 출신으로 박 대통령이 1998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되기 전 대구 달성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비서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며 경호·일정·회계를 담당했다. 안 비서관은 2007년 경선캠프 안에서 “박 전 대표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2007년 5월20일치)
이들과 똑같이 1998년 박 대통령의 정계 입문 때부터 보좌진으로 일해온 이춘상 보좌관은 2012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강원도 유세를 수행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는 인터넷·SNS·팬클럽 관리 업무와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 활동을 챙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최순실 심부름꾼’이었을까</font></font>이들 보좌진이 당내에서 극적인 문제로 불거진 건 2012년 10월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들이 ‘보좌진 4인방’의 퇴진을 요구했을 때다. 당시 상황을 보면 이렇다.
“보좌진의 영향력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달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 후보의 회동이었다. 복수의 캠프 핵심 인사들은 ‘박 후보가 이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한 뒤 내용을 당시 최경환 비서실장이나 이상일 대변인 등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보좌관 쪽에만 알려줬다. 비서실장과 대변인 모두 보좌관 쪽에서 알려준 것 이상은 알 수가 없어 언론의 질문에 매우 곤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2012년 10월10일치 <font color="#C21A1A">‘박근혜 불통의 근원… 비서 4인방에 비난 화살’</font>)
이들 보좌진의 당내 영향력이 상식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2007년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4인방’에게 훨씬 더 의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권력’으로 불려온 그들이 “사실 다들 최순실(60)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최씨와 가까웠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매일 밤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대통령 보고자료’를 최씨의 서울 논현동 사무실로 들고 왔다”며 “최씨는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 성격의 주제별 여러 모임을 각계 전문가들과 열어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임에서는 인사 문제도 논의됐는데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가 결정됐다”며 “사실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2016년 10월26일치 <font color="#C21A1A">‘최순실, 정호성이 매일 가져온 대통령 자료로 비선 모임’</font>)
같은 날, JTBC는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 안 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국무회의 모두발언 파일 등을 최종 수정해 저장한 아이디가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국회 보좌관 시절부터 써온 ‘narelo’로 확인됐다”고 방송했다. 최씨는 태블릿PC를 통해 대통령의 연설문과 외교·안보기밀 등 국정 전반의 파일들을 미리 받아보고 수정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25일 대국민 사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연설문 작성 등에 최씨의 도움을 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박 대통령 출범 이후 지난 7월까지 연설문 초안을 작성해온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10월28일 기자들과 만나 “연설문 초안은 청와대 부속실로 넘겼다”고 했다. 다만 그는 “최순실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며 ‘우주의 기운’이나 ‘혼이 비정상’과 같은 문구를 직접 넣었는지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배신과 보안 트라우마’가 묶어준 인연? </font></font>이런 증언은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 핵심 참모들이 민간인 최씨의 휘하에 있었다는 정황이어서 충격을 준다. 그간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배타적 애착을 분석하면 ‘배신과 보안 트라우마’로 요약된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측근들의 배신을 목격한 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며, 보안에 집착하는 성격 때문에 3인방에게 과도하게 의지한다는 것이다. 이제 이런 분석은 또 다른 질문에 맞닥뜨리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배신과 유출을 그리 두려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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