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앞서고, 시민사회단체는 반발짝 뒤에서 돕는다. 현재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분위기는 그렇다. 서울광장에는 ‘애도와 성찰의 벽’이 설치됐다. 시민단체가 벽을 세우긴 했지만, 내용은 시민이 채운다. 시민과 작가들이 붙인 그림과 글들이 벌써 벽을 메워가고 있다. 조형물을 설치한 작가도 있다.
음악으로 움직이는 이들도 있다. 김창완 밴드의 과 임형주의 , 지근식의 등은 세월호 추모곡으로 화제를 모았다. 인디뮤지션들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백자는 라는 노래를 만들어 “캄캄한 바닷속에서 그 얼마나 추웠니”라고 우리의 아이들을 추모했다. 백자를 비롯한 정문식, 밴드 누키 등 음악인 10여 명은 지난 4월26일 서울 청계천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환을 바라는 뮤지션들의 버스킹, 기다릴게’ 공연을 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가칭)도 만들어졌다. 당초 모임은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 제안했다. 선 소장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모여서 이야기하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안했다. 제안에 응답한 50여 명이 지난 4월29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의 한 카페에 모였다. 이들은 3시간에 걸쳐 무엇을 할 것인지 의견을 모았다. 세월호 관련 시민단체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선 소장은 이날 모임에서 “나는 제안자일 뿐”이라며 “여러분이 대표도 뽑고 모임을 이끌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단 지속적인 만남을 위해 인터넷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운영자도 정했다. 이날 모임에는 경기도 안성에서 올라온 이미숙씨도 있었다. 이씨는 “오보를 양산하는 에 대한 정부 지원금 폐지운동에 힘을 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 ‘다음 아고라’ 청원을 통해 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저는 평범하다 못해 소심한 사람”이라며 “청원운동 하루 만에 1천 명이 서명하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외모가 닮은 2명의 여성이 보였다. 모임이 끝나고 물었다. “혹시 모녀세요?” 웃으며 그들이 답했다. “아닌데요. 직장 동료예요.” 스무 살 차이의 둘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다. 이들은 “오늘 병원에서 지미 헨드릭스 얘기를 막 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었다. 가까이 있어도 서로의 심정을 몰랐던 이들의 마음과 마음이 그렇게 만나고 있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1010호 주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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