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투표 불참자 수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억압된 크기”를 보여준다고 했다. 쉽게 풀면, 유권자가 찍을 만한 대안세력(정당)이 없는 만큼 투표 포기자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같은 이유로 지방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권에서도 여야 누구도 합당한 대안이 아니라는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투표 포기 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왔다.
부재자 신고 않고도 주소지 상관없이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은 세 가지 선거 변수에 주목한다. 첫째, 참사 이후 정부·여당에 비판적으로 돌아선 40대 연령층의 표심과, 전반적으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사가 늘었다는 여론조사 지표가 실제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선거에 미칠 파장이다. 시민들이 인내할 임계점을 넘은 시기에 나온 담화라 정권책임론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과, 여권 지지층 결속과 관망하던 부동층 일부를 달래는 효과를 줄 것이란 견해가 맞선다.
그리고 전국 선거로 처음 치러지는 ‘사전투표 위력’ 여부다. 사전투표는 지방선거 당일인 6월4일에 출장·여행 등 여러 이유로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들이 따로 부재자 신고를 하지 않고도 자기가 사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 어느 곳에서든 자기 지역 후보들을 상대로 투표하는 제도다. 사전투표는 5월30~31일 이틀간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읍·면·동에 1곳씩(대체로 주민센터) 설치된 총 3506개의 사전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예를 들어 토요일인 5월31일,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이 있는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자녀들과 조문한 뒤 인근 주민센터 투표소로 이동해 바로 ‘서울시장 투표’를 할 수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시장 뽑기’ ‘제주에서 경기지사 뽑기’가 가능한 것이다.
사전투표 방법도 쉽다. 사전투표 장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출장 또는 여행 중인 동네의 읍·면·동 이름을 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사전투표는 투표소에서 ‘신분증(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 등) 제시→투표용지와 봉투 수령→기표소에서 투표 뒤 봉투에 넣기→투표함에 집어넣기’를 하면 마무리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2010년 지방선거 투표율이 54.5%였는데, 사전투표를 하는 이번 선거는 투표율 6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당일 투표 충성도가 높은 중년·노년 지지층이 많은 여권보다는 야권이 좀더 사전투표 홍보에 힘을 쏟으려는 분위기다. 야권에 비교적 우호적인 청·장년층이 ‘선거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갈 수 있어서다. 사전투표를 통해 야권 지지 의사를 표출해달라고 알리려는 것이다. 6월4일 지방선거 이틀 뒤인 6월6일이 현충일(공휴일), 7~8일이 주말이어서, 5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4~8일까지 ‘닷새 연휴’가 생긴다.
사전투표 이틀·선거 당일, 3일의 투표 기회새정치민주연합의 핵심 당직자는 “사전투표 이틀, 지방선거 당일 등 세 번의 기회가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선 17곳 광역시·도의 광역시장·도지사와 교육감, 구·시·군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시·도 의원 789명, 구·시·군의원 2898명,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의원 5명 등 3952명이 선출된다. 이들을 뽑는 전국 유권자는 4130만4394명이다. 세월호 참사 학생들의 부모들과 연령대가 비슷해 무능 정부에 화가 난 세대로 평가받는 40대가 21.7%(897만188명)로 가장 많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5월22일부터 6월3일 자정까지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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