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가득채운 굽 낮은 신발들, 귀엽게 사랑스럽게 가볍게 걸어볼까
▣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yws@hani.co.kr
거리가 납작해졌다.
6월4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를 걷는 여성 열에 예닐곱 명은 1~2cm 정도의 굽 낮은 플랫슈즈를 신고 있었다. 고동색 가죽으로 된 발레플랫(발레리나들이 신는 토슈즈와 비슷한 모양. 플랫슈즈의 기본형)을 신은 신가은(21)씨는 플랫슈즈만 네 켤레 갖고 있다. 발레 플랫, 페이턴트 소재를 2차 가공해 가장자리에 쪼글쪼글 주름이 생기게 만든 일명 ‘쪼글이 페이턴트’ 등을 번갈아가며 즐겨 신는다. “높은 신발이 불편했는데 때마침 유행해주는 센스!”라며 플랫슈즈 유행을 반겼다. 대학생 오이심(22)씨도 옅은 색 칠부 청바지에 면으로 된 플랫슈즈를 신고 있었다. “종류별로 일곱 켤레 있어요.” 스타일별로 이리저리 맞춰 신는 플랫슈즈 애호가다.
3월부터 매달 판매 100% 이상 늘어
올봄과 여름 시즌 하이힐의 아성을 허물어버린 플랫슈즈 열풍은 온라인 쇼핑 공간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온라인 쇼핑몰 중 점유율 41%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옥션(랭키닷컴 순위)은 “플랫슈즈 판매가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3배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올 4월부터는 플랫슈즈가 전체 여성화 판매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 쪽도 “플랫슈즈 매출이 지난 3월 이후부터 매달 100%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롯데닷컴 신발 관련 검색어 중에서도 1위여서 우리도 놀랐다”고 말한다.
가격대가 높은 매장에도 뛰어들었다. 20만원대의 구두를 주로 내놓는 금강제화는 14만~15만원대의 플랫슈즈를 내놓았다. 디자인도 30종이 넘는다. 김현주 금강제화 마케팅실 대리는 “플랫슈즈는 저가 아이템이라 우리 브랜드가 취급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아, 이번 시즌에 본격적으로 출시했다”고 말했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모아서 함께 판매하는 멀티숍 레스모아 메가스토어에서는 플랫슈즈만 20종 넘는 디자인이 진열돼 있다. 최근 시에나 밀러, 커스틴 던스트 같은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즐겨 신어 유명해진 ‘스티브 매든’의 잘 빠진 플랫슈즈들이 10만원에서 12만원의 가격대에 대거 수입돼 구색을 갖췄다.
스포츠 제품 전문 매장에서도 투박하지 않은 플랫슈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스포츠웨어 전문 브랜드인 푸마는 3월 말부터 ‘티아’ ‘에스페라’ ‘프란스’라는 세 가지 디자인의 플랫슈즈를 내놓았다. 보통의 플랫슈즈에 고무 밴드를 덧대 활동성을 높였다. 모양도 투박하지 않고 날렵하다. 푸마 명동지점의 김성욱씨는 “여성들이 요즘 매장에 오면 스니커즈(패션 운동화)는 쳐다도 안 보고 플랫슈즈만 본다”고 인기를 전한다. 이 매장에서 팔리는 양도 하루 30족가량으로 운동화와 비슷하다. 진열된 운동화는 40~50가지이나 플랫슈즈는 고작 세 종류이니 인기가 실감난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를 비롯해 에스프리 같은 스니커즈 브랜드들도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플랫슈즈를 내놓고 있다. 대체로 앞부분이 짧고 둥근 모양이다.
찰싹 달라붙은 스키니진엔 플랫슈즈를
플랫슈즈의 유행은 패션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당연하다. 옷 따로 신발 따로 놀 수는 없으니까. 다리 전체에 찰싹 달라붙어 발목까지 다리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는 스키니진, 허벅지 아래 7~8cm쯤에서 치맛단이 끝나는 미니 드레스 등이 유행하면서 이에 어울리는 굽 낮은 플랫슈즈가 덩달아 상종가를 친 것이다. 스키니진에 하이힐을 신으면 영 안정감이 없다. 미니 드레스에도 하이힐보다는 플랫슈즈를 매치해야 사랑스럽고 귀여운 느낌이 배가된다.
이런 플랫슈즈 유행은 여름까지도 죽 이어질 거라고 패션 관계자들은 진단한다. 롤업 미니 청바지, 면 소재의 짧은 바지 등 미니 아이템들이 여름에도 강세를 보이면서 여기에 어울리는 여러 종류의 플랫슈즈들이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는 얘기다. 올해 가장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는 플랫 아이템으로는 반짝이는 ‘글래디에이터 샌들’이 있다. 영화 에서 절정기 로마제국의 전사 막시무스(러셀 크로 분)가 신었던 굽 없는 끈샌들을 말한다. 구치, 루이뷔통 같은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질 샌더, 호간 같은 뉴욕의 인기 브랜드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내놓았다. 짧은 바지를 입고 글래디에이터 샌들의 끈을 발목까지 묶어주는 게 포인트다.
문제는 몸매다.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멋있게 신어주려면 일단 발목이 가늘고, 다리가 길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끈 사이사이로 살들이 삐져나오거나 끈이 허벅지까지 올라올 위험이 있다. 꼭 글래디에이터 샌들이 아닌 일반 발레플랫이나 쪼글이 페이턴트의 경우에도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제대로 살리려면 미니 원피스나 미니 롤업진 등이 제격이다. 봄에 다리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스키니진을 입기 버거워, 플랫슈즈도 살짝 먼 나라 얘기 같았던 여성들이라면 여름도 매한가지다. 6월4일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김아무개(32)씨는 ‘그림의 떡’이라고 내뱉는다. “저는 허벅지가 든든해서 짧은 미니스커트는 절대 못 입어요. 스키니진도 물론이고요. 아마 저들도 저 플랫슈즈 신으려고 밤에 엄청나게 허공에서 자전거 돌릴 거예요.” 사실 플랫슈즈에 스키니진 유행을 주도한 이들은 키 170cm가 넘고 깡마른 모델 케이트 모스나 미샤 바턴 같은 이들이다. 이들이 입어 슬림한 걸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나도 한번’ 생각하며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어리석다.
안돼! 긴 치마에 플랫슈즈
패션잡지 〈W〉의 심정희 에디터는 통통한 여성들이 플랫슈즈를 신을 때 주의점을 짚어준다. “통통한데 플랫슈즈를 신을 경우, 긴 치마에 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더 뚱뚱해 보일 수 있다. 차라리 짧은 치마를 입고 플랫슈즈를 신으면 오히려 발랄하고 귀여워 보인다.” 물론, 발랄하고 귀여워 보일 만큼의 ‘통통함’의 기준은 각자 측정해야 한다. 플랫슈즈를 신으면 로맨틱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밴드가 달린 편안해 보이는 낮은 굽의 플랫슈즈는 쿨한 여성의 느낌이, 동글동글한 앞코에 리본이 달려 있거나 발레리나의 토슈즈처럼 끈으로 발목을 묶게 돼 있는 플랫슈즈는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여성과는 또 다른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미지를 준다. 심씨는 “한국에서는 플랫슈즈를 매치할 때 예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나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로맨티시즘의 부활’이자 ‘소녀들의 부활’인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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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을 선택할 때 건성·지성·민감성이라는 피부 타입을 고려하듯, 신발을 선택할 때도 디자인 못지않게 자기 발의 생김새를 고려해야 한다. 발건강관리 전문가인 김수자 수원여대 예술학부 교수는 “내 발의 생김새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다. 발을 옥죄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발가락뼈 혼자서 몸무게 하중을 내내 견디도록 고안된 하이힐보다는 굽이 편평한 플랫슈즈가 물론 발 건강에는 좋다. 그러나 김 교수는 ‘더 건강한 신발 고르기 습관’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귀띔한다.
족문을 찍어서 발 모양을 확인하자
발바닥에 물을 묻혀 신문지에 찍어보자. 발바닥이 오목한 정도에 따라 평발, 정상발, 뾰족발(요족)로 구분된다. 평발일 경우 발바닥 전체가 찍히고, 요족일 경우에는 앞부분과 뒤꿈치만 찍힌다. 정상인 발은 앞부분과 뒤꿈치 사이의 발바닥이 2분의 1 정도 찍힌다. 평발과 요족은 하이힐이 치명적이다. 평발의 경우 들어올려져 있어야 할 아치뼈가 손상되기 쉽고, 요족은 발바닥뼈와 발가락뼈에 나눠져야 할 몸무게를 발가락뼈 혼자 부담해 관절염에 걸리기 쉽다.
소재가 부드러운 신발을 신어라
플라스틱이나 유리 소재 신발, 딱딱한 가죽 소재 신발은 피해야 한다. 이런 신발은 걸을 때마다 움직이는 발의 근육과 뼈를 옥죈다. 특히 4살 미만의 아이들은 여린 송아지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신발을 신어야 한다.
신발 안에서 발가락이 자유로워야 한다
신발을 사기 전 스무 걸음을 걸어보자. 신발 안에서 발가락이 자유롭게 노는가. 발은 발가락뼈, 발뒤꿈치 뼈, 발바닥뼈(중족골)로 구성돼 있다. 그중 발가락뼈는 발에서도 가장 연약한 뼈다. 또 넓은 발을 감추려고 좁은 신발에 발을 우겨넣는 것은, 모양도 볼썽사납지만 발에 이어 온몸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어느 정도 쿠션이 있는 신발을 신어라
굽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쿠션이 전혀 없는 신발은 걸을 때 발바닥에 무리가 간다. 금방 피로해진다. 땅이 주는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주는 쿠션이 필요하다.
굽 낮은 천 신발을 항상 휴대하라
업무상 하이힐을 신어야 할 경우가 많다. 정장 차림에 너무 낮은 플랫슈즈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가방에 가벼운 천 신발을 넣어 다니자. 쓱 보이게 넣고 거리를 걷는 것도 일종의 패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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