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 잊혀지고 감춰지는 어떤 삶과 꿈유년 시절 내가 부모 말을 잘 듣지 않거나 고집을 부릴 때면 내 부모는 당시의 다른 부모들처럼 다리 밑에서 나를 주워왔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서울 잠실에 살았던 탓에 늘 잠실 다리가 입양 장소가 되었다. “잠실 다리 밑에서 널 주워왔지. 잠실 다리 밑에 네 친엄마가 살...2016-01-01 19:28
꽃, 공포 시대의 백신나는 사진 속 구멍이 생각보다 작은 것에 조금 놀랐다. 빠르게 날아든 총알이 꽤 두꺼운 유리창을 뚫고 지나간 자리였다. 지난 11월13일 밤 쏟아진 총알은 프랑스 파리 시내 카페 유리창에 여러 개의 구멍을 남겼다. 2014년 6월 이래 이슬람국가(IS) 및 연관 조직은...2015-12-03 21:18
소란이 일상 인정은 덤사는 곳 지척 거리에 활기를 잃지 않은 재래시장이 있다. 천장이 있는, 골목에 가까운 전통시장이 있고 그 옆 골목에도 채소가게, 정육점, 김밥과 국수가게, 생선가게, 노점상 거리가 연달아 생겨 구역 전체가 시장거리라 할 만하다. 동네에 몇십 년씩 거주하던 이들만이 아니...2015-10-29 21:22
이곳은 꿈의 랜드, 월드, 킹덤, 캐슬!한국에서 한 해를 보내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남편과 택시를 탔다. 트렁크에 짐을 싣는 기사에게 가방에 책이 잔뜩 들어 무겁다고 알렸다. 책이 많다는 말에 택시 기사는 작가인지, 선생인지 물었다. 어디에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우리는 프랑스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좋은 ...2015-10-08 18:50
평화·통일은 가고 새마을만 남았네어른들을 빼고 처음 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밤기차를 탔다. 꼭 밤기차여야 했다. 아직 군인 출신이 대통령이었고, 아직 의 고현정이 소나무 옆에서 기차를 기다리기 전이었다. 아직 인터넷이 없을 때였다. 여름방학을 맞아 여고생 셋은 “선생님과 함께”라는 거짓말로 허락을 받...2015-09-04 11:26
해변은 누구의 것인가프랑스에서 30대를 다 보내고 마흔이 넘어 서울과 파리 사이에서 엉거주춤 가정을 꾸리고 일을 하는 나는 프랑스에서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들뜬 여행을 떠날 때면 프랑스 사람 흉내에 꽤 능해졌다는 생각을 한다. 이국의 문화이자 이해 가능한 문화, 이탈리아 문화에 대...2015-08-13 20:10
도서관보다 차라리 방석집서울 아현동 고가도로가 철거됐다. 아현동 고가도로는 한때 자동차 쌩쌩 달리는 근대 서울의 상징이었다가 근방의 개발을 더디게 하고 수선·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애물단지로 취급받다가 철거됐다. 고가도로가 철거되자 고가도로 아래에 가려져 있던 단층 건물들이 쉽게 눈에...2015-07-24 17:23
처음 만화책을 보았던 곳도 치과중동 호흡기 질병의 감염자가 급속하게 늘어나던 유월 초 일요일 오후, 동네 카페 계단에서 넘어진 나는 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다. 크게 다친 것은 아니지만 일요일 오후에 벽돌 바닥과 앞니 사이에서 입술이 슬쩍 찢어지고, 앞니 둘도 나란히 부러진 탓에 강 건너 목동에 있는...2015-07-04 15:06
각자의 밥을 지어 제각각 먹방을 찍고외국에서 공부할 때 몇 년에 한 번 한국에 들르면 가장 긴급한 일은 지인들과 밥 약속을 잡는 일이었다. 모두들 “밥이나 한번 먹자”고 했다. 밥 대접과 차 대접, 밥상과 술상 사이에는 우정과 친밀성의 위계서열 같은 것이 있다. 가까운 친구나 지인은 차를 사거나 저녁 대...2015-06-06 20:17
훼손된 자유, 그곳에 반달의 흔적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세계 유수의 도시에는 늘 반달의 흔적이 있다. 지난 4월 서울 시내에도 반달의 흔적이 나타나 서울경찰청이 이를 엄벌에 처한다고 공포했다고 한다. 물론 가슴에 작은 무늬를 가진 반달곰이나 밤하늘의 반달 이야기가 아니다. 로마제국...2015-05-07 20:31
나는 랜드마크가 부끄럽다“체력이 국력”이던 시절, 온 국민은 국가가 제정한 ‘국민체조’를 했다. 이제 “문화가 국력”이라며 ‘국민문화’ 운동이 벌어질 기세다. 하지만 문화는 슬로건이 아니라 우선 일상의 경험이 아닌가? 이미지문화 연구가 이나라씨가 땅에 바짝 붙어 겪고 바라본 이곳과 다른 곳의...2015-04-08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