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사교클럽의 ‘일베스러움’

AP 연합뉴스

시그마 알파 엡실론, 알파 엡실론 파이, 시그마 파이 엡실론, 델타 파이… 무슨 수학 공식처럼 보이는 이 그리스 문자들은 미국 대학 사교클럽의 이름들이다. 그리스 문자 세 개 혹은 두 개를 골라 조합해 사교모임의 이름을 짓는 건 오랜 전통이다. 대학 사교모임은 마치 로터리클럽처럼 전국 단위로 조직돼 있고 각 대학에 지부가 있다. 돈 있고 힘있는 명문가 자제들이 끼리끼리 모이는 ‘그들만의 리그’다.

대학 사교클럽은 계급차별적일 뿐 아니라 인종차별적이기도 하다. 최근 오클라호마대학 사교클럽 ‘시그마 알파 엡실론’(SAE) 회원들이 버스 안에서 부른 합창 가사가 유튜브를 통해 퍼지며 미국이 들썩였다. 그 가사는 이렇다. “SAE에 절대 깜둥이는 있을 수 없어. 깜둥이를 나무에 목매달 수는 있어도, 깜둥이가 회원이 될 수는 없어.”

는 이 사건을 계기로 미 대학 사교모임의 인종차별 역사를 되짚는 기사를 3월11일 냈다. 이번 사건이 사교클럽 역사에서 딱히 특별한 일이 아니며 정말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미국 대학 클럽의 인종 문제는 미국인의 퇴행 지수로 삼을 만하다는 것이다. 100여 년 전인 1907년 를 보면 컬럼비아대학교 내 사교클럽이 유대인을 배척하는 실태를 고발하는 기사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SAE는 원래 백인만 회원이 될 수 있다는 헌장을 두고 있었는데 1949년 하버드대학교 학생회가 ‘인종, 피부색,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통과시키자 고민에 빠졌다. 하버드대학교 지부를 철수해야 할지, 헌장을 바꿔야 할지. 결론은 헌장을 수정하는 것이었다.

사교클럽들은 역사가 진보하려는 길목마다 장애물이 됐다. 1961년 조지아대학교에 최초로 흑인이 입학하자 한 사교클럽은 남부연합기를 조기 게양하며 항의했다. 같은 해 사교모임 ‘델타 파이’의 예일대학 지부가 흑인을 회원으로 받아들이자 다른 대학 지부 회원들이 예일대를 항의방문하는 일이 있었다. 남부 대학 사교클럽은 1980년대 초까지도 사교클럽에 흑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미시시피대학의 ‘시그마 파이 엡실론’ 회원들은 흑인 민권운동가 제러미 메레디스의 동상에 올가미와 남부연합기를 놓아뒀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해당 클럽은 결국 추방됐다.

고명하신 명문가 자제들로 구성된 사교클럽 회원들이 왜 이런 ‘일베’스러운 짓을 하는 걸까. 는 아마도 “인종차별적 죄를 서로 나누어 짐으로써 소속감를 강화하려는” 것인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http://newspeppermint.com

행복하지 않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한겨레 장철규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 심리학 논문에 등장해 유명해진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행복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일까. (3월8일치)에 유전자 행복론에 힘을 싣는 기사가 실렸다. 어떤 ‘행운의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은 평균적인 사람보다 더 낙천적이고 덜 불안해하며 마약 물질에도 덜 의존하게 된단다. 그래서 더 쉽게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행복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뇌에서 ‘아난다미드’라는 물질을 더 많이 분비하게 되고 이 ‘자연적 마약’은 사람이 불안을 느끼지 않게 한다. 이 행복 유전자는 유럽계 미국인의 21%, 중국 한족의 14%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지리아 요루반 지역 사람들은 무려 45%가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단다. 행복마저도 유전? 참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