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올해에도 한국 사회를 빛낸 ‘올해의 판결’을 뽑아 세상에 내놓는다. 2008년부터 이어온 올해의 판결 기획을 이번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정의와 인권 실현에 기여한 ‘좋은 판결’과 함께 그에 걸림돌이 된 ‘나쁜 판결’을 꼽아본 것도 이번에 달라진 점이다.
2009년 올해의 판결 선정 직후 나온 판결부터 올해 11월까지의 판결을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심사 결과 ‘최고의 판결’을 포함해 9개 부문에서 10개 판결이 좋은 판결(디딤돌)로 뽑혔고, 6개 부문에서 11개 판결이 나쁜 판결(걸림돌)로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학계와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11명으로 꾸렸다. 심사위원장은 민변 사무총장을 지낸 한택근 변호사(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가 맡았다. 학계에선 한국헌법학회 상임이사인 임지봉 서강대 교수, 정인섭 숭실대 교수(노동법), 양현아 서울대 교수(법사회학), 서보학 경희대 교수(형사법)가 참여했고, 법조계에선 정연순 민변 사무총장, 황희석 변호사, 최은순 변호사가 함께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과 김태규 법조담당 기자, 장은교 법조담당 기자도 심사를 맡았다.
디딤돌 판결들만 볼 때, 올해는 진보의 해라기보다 상식의 해였다. 기존의 법률 해석과 법리를 뛰어넘는 진일보한 판결보다는 법령과 제도를 선용한 상식적인 판결이 주를 이뤘다는 것이 심사위원회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특히 형사사법 부문이나 집회·표현의 자유 부문 등에서 기본권과 관련된 판결이 주로 후보에 올랐다. 그만큼 기본권이 위태롭다는 방증일 것이다.
‘올해의 판결’이 저물어가는 한 해를 정의와 인권의 눈으로 돌아보며 더 나은 새해를 만들어가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디딤돌 판결
최고의 판결>> 〈PD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보도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판결
노동 부문>>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도 2년 근무 뒤 직접고용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 교원노조 가입 현황 자료는 민감한 정보로 보호돼야 한다는 서울남부지법 판결
경제정의 부문>> 납품업체 속여 부품 단가 깎은 대기업에 하급심보다 더 엄격한 잣대 댄 대법원 판결
생활 속의 권리 부문>> 발암우려물질 적발된 생수 업체의 이름을 공개하라는 서울고법 판결
형사사법 부문>> 검찰의 용산 참사 수사기록 비공개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라는 서울중앙지법 판결
여성·가족 부문>> 성과 본의 변경을 복리 차원에서 허가한 대법원 판결
교육 부문>> 특목고 출신 지원자를 우대한 고려대에 손해배상 선고한 창원지법 판결
환경 부문>> 환경영향평가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한 서울고법 판결
행정 부문>> 촛불집회 참여단체라는 이유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위법하다는 서울고법·대법원 판결
걸림돌 판결
최악의 판결>>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군법무관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노동 부문>> 공무원 노조의 노조 설립신고 반려 처분이 정당하다고 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신고 반려 처분이 정당하다고 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형사사법 부문>>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현장을 잡아 카메라를 뺏은 행위에 강도상해죄 적용한 의정부지법 판결
>> 공안사범 자료 등에 대한 경찰의 비공개 처분이 적합하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
>>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를 불허한 검사의 행위는 국가배상 대상이 안 된다고 한 대법원 판결
집회·표현의 자유 부문>> 집회로 인한 손해액 전체를 주최 쪽이 배상하도록 한 대법원 판결
>> 국회 앞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과거 청산 부문>> 일제강점기의 판사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볼 수 없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
환경 부문>> 4대강 사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서울행정법원 등의 판결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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