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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안 없었다면 중국도 없다

패퇴 거듭하던 홍군이 혁명 근거지로 삼은 ‘‘붉은 수도’ 옌안… 김산부터 시진핑까지 거쳐간 황토의 도시
등록 2013-03-16 08:39 수정 2020-05-02 19:27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16살이던 1969년 중국 산시성 옌안 으로 하방됐다가 석 달을 못 버티고 도망친다. 혹독한 노동과 토굴 생활, 옌안은 그런 곳이었다. 이후 이어진 7년간의 옌안 하방은 그를 중국 최고 지도자로 밀어올린 힘이 됐다. “나는 옌안에서 공산당에 입당했다. 옌안이 나를 길러주고 가르쳤다. 옌안은 나의 뿌리이고 영 혼이다.” 시진핑의 아버지는 혁명 원로인 시중쉰 전 부총리다. 시중 쉰은 1947~49년 옌안 지역을 관할하는 중국인민해방군 서북야전 군 부정치위원이기도 했다. 옌안혁명기념관 전시실에 걸린 서열표에 는 시중쉰의 이름이 선명하다.

중국 산시성 옌안시 옌안혁명기념관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마오쩌둥 동상이 옌안시를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김남일 기자

중국 산시성 옌안시 옌안혁명기념관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마오쩌둥 동상이 옌안시를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김남일 기자

옌안의 조선인 혁명가와 조선의용군들

옌안이 없었다면 중국도 없다. 중국 공산당에 옌안은 그런 공간이 다. 패퇴에 패퇴를 거듭하던 홍군이 옌안에 자리를 튼 것은 1936년. 대장정의 종착지였다. ‘길 정’(程)이 아닌 ‘칠 정’(征)을 쓰는 대장정이 지만 중국 서북부 오지로의 장정은 전진이 아닌 퇴각의 다른 이름이 었다. 1945년 항일전쟁에서 승리하고 국공 내전 승리까지 눈앞에 둔 1948년에야 옌안을 떠난다. 그 13년 동안 옌안은 붉은 수도였고, 중 국 공산당은 와호장룡이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팔로군 총사령 부가 항일전쟁과 국공 내전을 옌안에서 지휘했다. 붉은 법률 아래에 서 정치·사상·경제·교육·문화에 걸쳐 갖가지 실험이 이뤄졌다. 진 행되는 혁명을 실감하고 반파시스트·반제국주의 국제연대를 실천하 려고 세계 각지에서 정치인·직업혁명가·기자·의사들이 험난한 자 연과 국민당 봉쇄를 뚫고 옌안으로 몰려들었다. 그곳에서 1939년 패 배로 끝난 스페인 내전의 상처를 보상받으려는 듯했다. 서사시적 행 군으로 기록된 대장정의 신화 역시 흙먼지 풀풀 날리는 옌안을 주목 하게 했다. 우리에게 옌안은 낯설지만, 70여 년 전 독립과 혁명을 하 나로 가져가려 했던 조선의 혁명가와 조선의용군 수백 명이 그 대열 에 합류했다. 이후 ‘연안파’라는 어쩌면 쓸쓸한 이름으로 사라진 이 들도 거기에 있었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옌안에서였다.” 는 이렇게 시작한다. 기자였던 헬렌 포스터 스노(필명 님 웨일스)는 1937년 초 여름 중국 산시성 옌안에서 조선의 젊은 혁명가 김산을 만난다. 한 해 전 남편인 에드거 스노는 옌안보다 조금 위쪽에 있는 바오안에서 넉 달 동안 머물며 마오쩌둥과 홍군을 취재했다. 그러고 쓴 이 유튜브 동영상처럼 전세계가 옌안을 바라보게 했다. 당 시 산시성 시안은 외지인들이 옌안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님 웨일스는 1937년 4월 시안 팔로군 판사처(사무소)를 통 해 옌안으로 들어갔다. 김산은 1936년 8월 조선 혁명가 대표로 선 출돼 옌안에 머물다가 이듬해 님 웨일스를 만났다. 척박하고 초라하 고 변변찮았던 황토지대 옌안은 김산과 님 웨일스 같은 유랑하는 국 제주의자들을 통해 여러 색깔을 얻었다. 김산과 갈등을 빚기도 했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한위건도 1937년 옌안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장티푸스에 걸려 옌안에 묻힌다. 전라도 광주가 고향 인 작곡가 정율성은 1939년 옌안에 들어가 (현 )을 작곡한다.

‘동방민족 반파시스트대회’ 참석한 무정

1941년 10월26일에는 ‘동방민족 반파시스트대회’가 옌안에서 열 렸다. 당시 옌안에서 발행되던 공산당 신문 는 18개국 대 표가 참석했다고 전한다. 사흘째 폐회식날 조선 대표로 연단에 오른 무정은 “조선은 장차 조선인의 조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안파였 던 무정은 한국전쟁 중 숙청돼 중국에서 죽는다.

옌안(중국)=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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