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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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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의 여왕이냐 광고의 제왕이냐

친구와 수다 떨듯 세세한 ‘화장법’ 알려줘 공감 끌어낸 <겟 잇 뷰티>
협찬 제품 광고와 방송 사이 아슬아슬 오가는 한계 극복할까
등록 2013-03-26 12:29 수정 2020-05-02 19:27

성공한 하나의 프로그램이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온스타일 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KBS 드라마 이나 SBSE! 채널 처럼 직접적으로 뷰티를 다루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의 형식을 본떠 패션을 다루는 온스타일 , 남자의 뷰티를 다루는 , 그리고 분리된 코너처럼 보이기도 하는 같은 프로그램까지 생겨났기 때문이다.

‘겟 잇 뷰티‘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아름답기를 응원하며 케이블 뷰티·패션 프로그램의 기준이 됐다. 그러나 소재의 한계가 있는 프로그램 특성상 ‘겟 잇 뷰티‘는 광고홍보의 노골적인 유혹에 언제든 빠져들 수 있다. 2013년 ‘겟 잇 뷰티‘는 어떤 진화를 보여줄까. 온스타일 제공

‘겟 잇 뷰티‘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아름답기를 응원하며 케이블 뷰티·패션 프로그램의 기준이 됐다. 그러나 소재의 한계가 있는 프로그램 특성상 ‘겟 잇 뷰티‘는 광고홍보의 노골적인 유혹에 언제든 빠져들 수 있다. 2013년 ‘겟 잇 뷰티‘는 어떤 진화를 보여줄까. 온스타일 제공

‘굿걸’이 아니라 ‘베러걸스’인 이유

여성의 패션이나 뷰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는 오직 뷰티만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45분을 꽉 채우는 것으로 이 분야의 원조가 되었다. 여성을 주 시청층으로 삼는 토크쇼나 아침방송에서 뷰티를 메이크오버의 도구 정도로만 사용할 때, 화장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또 그 과정을 집중해서 지켜보는 시청자가 있다는 사실을 가 확인해준 것이다. “오리지널 뷰티 바이블”을 자임하는 의 자신감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가 단순히 화장법을 알려주면서 화장품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가 이 프로그램을 왜 보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법 정보를 얻거나 메이크오버의 극적인 변화를 감상하는 것은 부차적인 이유다. 에서 메이크업 전문가들과 진행자들이 나누는 대화, 방청객이면서 출연자인 ‘베러걸스’와 나누는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여자들이 나누는 수다에 가까운 형태다. 서로 화장품과 화장법을 추천해주거나 외모의 단점을 가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그들은 서로의 고민에 공감하고 다가선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자신을 과시하려는 게 아닌,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가꾸려는 의 변함없는 태도는 프로그램의 지향점인 동시에 시즌을 거듭하면서 다른 뷰티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누군가를 따라하더라도 자신에게 맞게 응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남자친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맞춰가는 뷰티 기술을 소개한다. 가장 좋은 기획 중 하나였던 어버이날 특집에서는 화장품을 나눠 쓰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 여자들의 마음에 공감했다. 최근 화이트데이 특집에서는 남자친구에게 예뻐 보이는 화장법과 함께 여자친구에게 멋지게 보이는 남자의 화장법도 소개했다. 는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아름답길 원하고, 또 응원한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구성원이며 열렬한 시청자라고 할 수 있는 방청객이 이미 좋지만(good) 더 좋아질(better) ‘베러걸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분장의 영역이 아닌 이상 뷰티 영역을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계절 화장이나 특별한 날을 위한 화장 기술은 이미 몇 번씩 반복된 소재다. 그 과정에서 는 좀더 구체적인 팁을 알려주는 식으로 변화를 꾀하려 했지만 제한된 화장법 안에서 새로움을 요구하다보니 결국 제품의 성능을 강조하거나 신제품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 자체의 딜레마 때문이 아니더라도, 뷰티 프로그램은 간접광고와 방송 사이를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저렴이’라 불리는 중저가 브랜드에는 뷰티 프로그램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 자체가 큰 광고가 된다. 블라인드라고는 하지만 체험단에만 가려질 뿐 브랜드는 시청자가 검색하지 않고도 알 수 있을 만큼 노출되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한 브랜드의 제품만 사용하는 특집 방송을 하거나 광고 카피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도 흔하다. 류 프로그램의 공식처럼 된 방청객 선물이 그날 화장에 사용되면서 성능이 자세히 소개된 바로 그 제품인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궁금하지도 않다. 시청자는 ‘이것을 사라’는 암묵적 요구와 ‘당신에게 어울린다’는 권유를 구분할 줄 안다. 전자의 요구가 강해질 때, 방송이 광고가 되는 것은 순간일 수 있다.

진화하는 2013 를 위하여

는 분명히 욕망을 팔았지만 고객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방식으로 케이블 뷰티·패션 프로그램의 기준이 됐다. ‘적의 화장법’을 따라하며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 다른 뷰티 프로그램들과 언제든 빠질 수 있는 광고홍보의 노골적인 유혹 사이에서 2013년의 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할 때, 좋았던 상태에 머무르는 것은 퇴보와 다르지 않다. 더 좋아지는 ‘베러 ’를 위한 전문가의 세심한 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이나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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