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들 매출액 축소신고로 세금 빼먹어… 택시 노동자의 부가세 감면혜택이 턱없이 적은 이유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택시회사들의 부가세 경감액(세금의 50%)을 법 제정 취지대로 택시 노동자들에게 전액 지급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택시회사들은 “그러면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부가세를 완전 면제해달라”는 요구도 슬슬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택시 노동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회사에 입금한 돈에 비해 회사쪽이 감면받은 부가세액이 터무니없이 적은데, 이는 회사쪽이 매출액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하고 세금을 빼먹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택시 노동자들은 “택시회사들은 사납금을 꼬박꼬박 받아 쉽게 돈을 벌고 있으며, 제대로 세금 신고를 한다면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부가세 감면액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뇌물 사건
택시 노동자들의 이런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택시업체들이 얼마나 쉽게 탈세를 했으며, 탈세 사업주를 세무당국이 어떻게 비호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은 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한 택시회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과정에서 뇌물을 받고 탈세 추징액을 크게 줄여줬다가 구속돼 지난 5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밀착 취재했다. 취재 결과, 택시회사들 사이에 탈세가 만연해 있으며, 그럼에도 세무당국이 탈세를 제대로 추적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뇌물 사건은 지난 200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가 청장을 맡고 있던 중부지방국세청은 인천의 동일운수와 삼우운수에 대해 탈세 제보를 받고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 조사반은 회사 사무실에 들이닥쳐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년간의 비밀 장부들을 전격 압수했다. 4년간 회사쪽이 수입금을 신고하지 않고 누락시킨 액수는 무려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세금을 추징하면 30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8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것으로 그쳤다. 국고로 들어가야 할 22억원의 세금을 눈감아준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공무원들의 비리가 개입돼 있었다.
비리는 묻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 탈세 택시회사 사업주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선한 또 다른 택시업주 사이에 갈등이 일면서 비리가 드러났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 7월 봉태열 당시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의 뇌물수수 사건을 적발했다. 조사결과는 이렇다. 동일운수와 삼우운수의 대표 김복태씨는 특별 세무조사가 실시돼 거액의 세금 추징이 불가피해지자 친구인 풍진기업 대표 김철주씨를 통해 국세청에 로비를 할 창구를 물색했다. 인천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 자유총연맹 간부를 지낸 김철주씨는 국가정보원 인천지부장(전북지부장으로 전보)이던 서금석씨에게 로비를 부탁했다. 서씨는 봉태열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추징 세금이 적게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서씨는 일이 잘 성사되자, 그 대가로 자기앞수표 2천만원을 받아 이사 비용 등으로 썼다. 김복태씨는 또 국세청 조사반장이던 최상로씨에게 2천만원, 봉태열 청장에게도 2천만원을 현금으로 건넸다. 법원은 지난 5월 이들 모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정리해놓고 보면 사건은 단순하다. 그러나 검찰 조사 자료와 피고인들의 법정진술은 이 사건이 단순히 몇몇 사람의 뇌물비리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택시회사들은 과연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가? 동일운수와 삼우운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결과는 다른 택시회사들도 대부분 세금 납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택시회사들이 실제 낸 세금은 택시 보유 대수에 비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세무당국은 왜 이를 포착해 처벌하지 않는가? 물론 탈세 증거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인천 동일운수의 경우, 사장이 매일 작성하도록 한 비밀 장부를 경리 직원이 복사해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다가 국세청 조사반에게 압수당해 탈세 실체가 쉽게 드러났다. 하지만 적발이 어렵다는 것만으로는 변명은 되지 못한다. 인천 ㅅ택시회사의 경우 지난 2002년 1분기부터 2003년 2분기까지 분기별 부가세 감면액을 원 단위까지 똑같게 신고했다. 매출이 이렇게 똑같다는 것은 실제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세무당국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국정원 지부장 개입… 비밀장부 외려 돌려줘
탈세 사실을 누군가 고발해도 탈세한 업자가 빠져나갈 구멍이 매우 크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은 공무원 직급상 아래인 국정원 인천지부장이 탈세 조사를 가볍게 해주도록 요청하는데도 쩔쩔매며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봉태열 전 청장의 변호사는 법정 반대신문에서 “(국가정보원이 수집하는) 정보는 해당 기관장들에 대한 인사나 신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러므로 국정원 지부장이 만나고자 하거나 간단한 선물을 주는 것조차 냉정히 거절했다가는 자칫 괘씸죄나 불경스러운 것으로 인식되었지요?”라고 질문했고, 봉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봉씨는 국정원 지부장의 부탁을 받고 조사를 담당하는 부하 직원에게 직접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실제 조사를 담당했으며, 2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법정 구속된 최상로 반장은 “(봉 청장이) 외부 기관에서 부탁을 하는 것이니까 신경을 써서 서운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며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경과를 물었고 줄인 세금액을 말하면 더 경감할 것이 있는지 모르니 세밀하게 검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속한 조사반 직원 3명은 특별 세무조사가 끝난 뒤 조사한 택시 사업주 김복태씨가 병원에 입원하자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
법정신문 과정에서 드러난 놀라운 사실은 세무당국이 탈세 추징액을 크게 줄여줘도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내부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봉 전 청장에 대한 신문에서 변호사는 “대부분의 세무조사의 경우 외형 대비 추징세액 비율이 3~5% 정도가 되면 충실한 조사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는 내부 평가기준이 있지 않느냐? 이 사건에서 문제된 택시회사의 세무조사는 외형액 대비 15%의 세금 추징을 한 것으로, 이는 상당히 많은 세금을 추징한 것에 해당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또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당시 택시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의 경우 대부분 2억원 정도를 추징하였음에 비해 (동일운수와 삼우운수에 대한 추징액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하였죠?”라고 물었다. 봉 전 청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실제 당시 동일운수와 함께 탈세 조사를 받은 회사들의 탈세 추징액도 외형의 3~5%에 그쳤다. 국세청의 이런 내부 관행은 탈세 조사가 언제든 비리와 쉽게 연루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중부지방국세청 조사반은 동일운수의 비밀 장부를 96년치부터 99년치까지 확보했음에도, 99년치 1년분만 탈세액을 추징하는 데 그치고 나머지 비밀 장부는 회사쪽에 돌려줘버렸다. 더욱이 나중에 감사에 걸릴 것에 대비해 99년치 비밀 장부조차도 조사 서류에 덧붙이지 않았다. 그동안 수많은 택시 운전사들이 회사의 탈세를 고발했지만,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버렸던 비밀이 여기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유류보조금으로 매출액 추정해보니…
전국택시개혁추진연합 이주협 공동의장은 올해 초 인천지역 17개 택시회사 대표를 탈세 혐의로 중부지방국세청에 고발했다. 이 업체들이 2001년부터 2003년 5월 말까지 20개월 사이에만 721억원을 실제 매출보다 적게 신고했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택시회사들이 유류 보조금을 받고 있으므로, 보조금을 받은 유류 사용액에 ℓ당 평균 운송수입금을 곱해 총매출액을 계산했다. 그리고 택시회사들이 감면받은 부가세액을 근거로 세무당국에 신고한 매출액을 다시 뽑았다. 그 차액은 바로 누락시킨 수입금이 된다. 그러나 국세청은 “조사를 보류했다고 연락해왔다”고 이씨는 말했다.
택시운전사들에게 택시회사의 탈세는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사납금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매일 입금하는 액수들을 합산하면 매출액의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택시운전사는 “우리 회사가 감면받은 부가세는 노동자 1인당 월 5만원대인데, 내가 낸 사납금을 근거로 계산해보면 월 11만~12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 차액이 탈세액이라는 것이다. 은 서울시에 서울지역 택시회사들의 유류보조금 내역과 부가세 경감분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택시 운행 대수가 가장 많은 서울지역 택시회사들의 탈세 규모를 가늠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택시회사 직원이 아니므로 이해 관계자가 아니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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