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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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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건강’을 다스려라

등록 2004-03-26 00:00 수정 2020-05-03 04:23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지구 위에는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들을 건강의 기준으로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일부의 환자와 그 만큼의 건강한 사람, 그리고 대부분의 불건강한 사람으로 구분된다. 거의 모든 사람이 늘 불건강(不健康)한 상태로 살고 있으면서 가끔 잠시 건강의 상태로 되었다가 다시 불건강의 상태로 돌아오거나 병의 상태로 갔다가 다시 불건강의 상태로 돌아오곤 한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항상성 기전이 내재되어 있다. 무엇이 잘못 되어지면 저절로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힘을 지닌다는 뜻이다. 묻혀 살고 있는 주위 환경과 대자연은 이 항상성 기전에 도움을 주거나 제동을 가한다. 자동차의 가속기나 제동기 구실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스스로 가속기나 제동기를 밟는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성 기능의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되고, 이것이 이른바 ‘불건강’이다. 건강하지는 않지만 아직 병이 아닌 상태이다. 이 수준을 지키지 못하고 더 지나치게 되면 질병의 상태로 옮겨가 환자라 불리게 된다.

건강과 질병의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자연 치유력’이 제대로 작동해 우리 몸이 ‘정상’을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제2단계는 ‘자연 치유력’이 균형과 조화를 잃은 상태이다. 제3단계는 무형의 ‘자연 치유력’이 균형과 조화를 상실한 정도를 넘어서 실제로 세포와 조직에 기질적 변화가 생긴 것을 말한다. 여기서 기질적 변화라고 하는 것은 세포나 조직에 부종 충혈 파열 증식 위축 퇴행 등의 변화가 일어난 것을 의미한다. 이 제3단계가 병적 상태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제2단계인 불건강의 상태에 주로 머물러 있다. 바로 이 불건강의 집단이 모든 급성병과 만성 성인병의 예비 후보군이다. 특별한 질병은 없으나 단순한 노쇠화 현상으로 정상적인 건강을 잃은 노인층도 이 ‘불건강의 집단’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참 건강’이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 라고 한 종래의 정의에서 ‘영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는 영적 요소를 추가해 가뜩이나 넓은 불건강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말았다.

전세계적인 대체의학의 붐은 기존 의학이 불건강을 효율적으로 다스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참된 건강의 수호자는 이 불건강의 영역을 지배하는 자이다. 의료인들도 불건강을 다스려야 하고, 일반인들도 불건강을 다스려야 한다. 올바른 생활습관(life style)만이 불건강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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