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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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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눈물과 분노의 기록

등록 2003-08-22 00:00 수정 2020-05-03 04:23

“네가 자랐을 때 무엇이 되고 싶니?” “살아 있고 싶어요….”
지난 2월 초 본격 활동을 시작했던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이 그동안의 활동자료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2003 바그다드, 전쟁과 평화’라는 부제가 붙은 (박종철출판사)에는 전쟁이라는 무한폭력에 마주한 젊은 평화운동가들의 고민과 사색이 녹아 있다.

불안하게 떠난 낯선 땅에서 마주친 삶은 너무나 평온했다. 평화팀이 머문 호텔에서는 결혼식이 이어졌고, 거리를 가득 메운 무슬림들은 ‘평화’를 기원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이라크 생활이 길어지면서 ‘인샬라’(신의 뜻대로)의 뜻을 실감하기도 했다.

전쟁이 목전에 닥쳤을 때 바그다드를 빠져나오며 눈물을 흘렸고, 어김없이 시작된 전쟁 때문에 분노했다. 공습이 이어지는 밤마다 불안한 불면이 이어졌지만, 이른 아침이면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거리를 오갔다. 평화팀원들은 ‘평화를 원했지만 삶과 죽음을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자신들의 경험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겼다.

석달여의 작업 끝에 책을 엮어낸 염창근 평화팀지원연대 활동가는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문의를 했고, 그 가운데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평화팀으로 이라크에서 활동했다. 그들의 경험이 더 나은 반전·평화 운동으로 가는 밑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라크반전평화팀은 오는 8월23일 오후 1시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활동 보고대회를 겸한 문화제를 열고 공식 활동을 접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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