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탄핵 정국 관련 질문을 하려던 대전문화방송(MBC) 기자에게 “MBC는 왜곡하니, 답 않겠다”고 하며 입을 틀어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 날 대전MBC는 “이 시장의 왜곡된 언론관은 언론의 자유는 물론 시민의 알 권리에 도전한다”며 대전시에 공개질의서를 보냈지만, 이 시장과 대전시는 지금까지(14일 기준) 답변은 물론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2·3 내란사태 이후 ‘기자들을 피해 다닌다’는 의심을 샀다. 지난해 12일12일 예정됐던 ‘보물산 프로젝트 기자브리핑’도 3시간 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보물산 브리핑 취소 하루 전인 12월11일 열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착공식에서 대전MBC 문은선 기자는 이장우 대전시장에게 “내란사태 당일 밤,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시장은 “집에서 보고를 받으면서, 우리 집사람과 밤새웠다”며 “시장은 대전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시 발전을 위해 오로지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지, 그것(계엄 상황)은 정치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대전MBC의 이 보도는 한겨레를 비롯해 여러 언론에 인용되며 파장을 키웠다. (관련기사: 계엄의 밤, 사라진 이장우 대전시장의 11시간…“집사람과 밤새워”)
실제 12·3 내란사태가 일어난 당일 밤 이 시장은 시청에 나타나지 않았다. 긴급 간부회의는 유득원 행정부시장이 주재했고, “시민 여러분은 걱정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업에 종사해달라”는 시장 담화문도 계엄 선포 11시간 만인 12월4일 오전 9시40분에야 나왔다. 이 때문에 내란사태 이후 지역에선 ‘계엄의 밤, 사라진 대전시장의 11시간’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많은 상황이었다. 내란사태 뒤 이 시장을 처음 만난 공식 석상에서 대전MBC 기자가 ‘계엄의 밤 11시간 동안 어디에 있었고, 왜 시청에 나오지 않았는지?’라고 질문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전시가 착공식 다음 날 예정된 기자 브리핑을 돌연 취소하고 송년 기자회견마저 새해로 미룬 탓에, 1월6일 신년 기자회견은 내란사태 이후 이 사장이 기자와 시민 앞에 나서는 첫 공식 브리핑이었다. 마침 전날인 1월5일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는 “공수처의 대통령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고 이장우 대전시장도 이름을 올렸다.
대전MBC 이승섭 기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전날 낸 입장문에 대전시장도 함께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신년 기자회견에서 체포영장과 내란죄 수사에 대한 이 시장 본인의 생각을 물으려 했다. 그런데 ‘정국 관련’이라고 말을 꺼내자마자 이 시장이 정색하며 ‘왜곡할 거 아니냐’고 질문을 끊었고, ‘그대로 답변해주시면 될 것 같은데, 질문해도 될까요?’라고 재차 묻자 이 시장은 ‘MBC엔 답을 안 하겠다. 아 됐다. 답하면 왜곡할 건데, 답하면 뭐합니까, 안 하는 게 낫지’라며 질문 자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대전MBC는 1월7일 이 시장과 대전시에 “대전MBC는 1월6일 진행된 대전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으로부터 질문 기회를 박탈당하고 왜곡 언론으로 치부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대전시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질의서를 송부한다”고 시작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는 △이 시장이 기자 질문을 가로막으며 주장한 MBC 왜곡 보도의 구체적인 내용 △질문 거부가 시장 개인의 판단인지 대전시 결정인지 여부와 추후 대전MBC 질문과 취재 행위 거부 여부 △‘질문 거부는 비판적인 의견에는 귀를 닫아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훼손한 것’이라는 지역 사회 지적에 대한 입장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와 체포영장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입장문이 나온 경위 △12·3 내란사태 당일 이 시장이 비상계엄 상황을 알면서도 긴급 간부회의에 불참한 이유 등 다섯 가지를 질문하며 이장우 시장과 대전시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대전MBC가 질의서를 보낸 1월7일 대전 한 교회의 신년감사예배에 참석한 이 시장에게 대전MBC 김성국 기자가 “MBC 어떤 보도가 왜곡된 것이냐”고 물었다. 이 시장은 “스토커냐”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대전충남기자협회 소속 대전시 출입기자단도 1월8일 비상총회를 연 뒤 “이 시장의 대전MBC 질문 거부는 광역단체장으로서 기본 책무를 망각한 행위이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사안으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해당 언론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이 시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기자단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 시장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언론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날 오후 대전시는 기자들에게 “1월9일로 예정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관련 대전시장 브리핑’을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1월14일 현재까지 이장우 시장과 대전시는 대전MBC에 사과는 물론 공개질의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대전시 대변인실에 “왜 대전MBC 공개질의에 답하지 않고 있나. 이장우 시장과 대전시는 대전MBC와 대전시 출입기자들에게 사과할 용의가 있나”라고 입장을 물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대전=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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