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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골프장? “사랑하면 지키게 된다”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
등록 2024-03-01 02:07 수정 2024-03-07 23:02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도시 구례’라는 표어와 ‘구례 양수발전소 유치 성공’이라는 모순적인 플래카드가 함께 붙어 있는 구례군청 앞에서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가 오전 피케팅을 하고 있다. 지리산사람들 제공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도시 구례’라는 표어와 ‘구례 양수발전소 유치 성공’이라는 모순적인 플래카드가 함께 붙어 있는 구례군청 앞에서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가 오전 피케팅을 하고 있다. 지리산사람들 제공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는 여전히 바빴다. 오전에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 쪽으로 올무 수거를 나갔고, 저녁에는 구례경찰서 로터리로 피케팅하러 간다고 했다.

지리산은 몇 년 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지리산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2023년 10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뽑은 ‘이곳만은 지키자’ 환경부장관상을 받은 사포마을 다랑논이 위기에 빠졌다. 구례군은 양수댐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남원시는 육모정부터 정령치까지 13.2㎞ 구간에 산악열차를 놓으려고 한다. 우선 1㎞ 시범노선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한다.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지리산사람들’은 3월부터 지리산 산악열차 문제에 관한 좌담회를 열고, 실상을 알리는 유튜브 제작 등 캠페인도 강화할 예정이다. 2024년 2월27일 오후 피케팅을 나가기 전, 전남 구례 ‘지리산사람들’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던 윤 대표와 전화로 만났다.

지리산은 양수댐, 골프장, 산악열차 건설 추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이 구례경찰서 로터리에서 저녁 피케팅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윤주옥 대표. 지리산사람들 제공

지리산은 양수댐, 골프장, 산악열차 건설 추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이 구례경찰서 로터리에서 저녁 피케팅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윤주옥 대표. 지리산사람들 제공


—어떻게 지내셨나.
“2023년 연말엔 최악이었다. 12월28일 신규 양수발전 우선 사업자로 구례 양수댐을 추진했던 한국중부발전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오히려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왠지 무섭다.
“2023년 하반기에 골프장 예정지 벌목지에서 씨앗을 채종해 왔다. 잘려나간 나무들과 같은 씨앗이었다. 인근 ‘한겨레숲’(전남 구례군 봉서리 봉성산 자락 ‘한겨레 생명평화공원’)에 파종해 5년 동안 나무를 기르려고 한다. 파종과 삽목을 공부하고 배워서 나무들을 벌목지로 되돌려 보내는 게 목표다. 곧 관련 강좌를 열 예정인데 재미있을 것 같다. 힘든데도 신나는 건 그래서다.”

―쉽진 않겠다.
“골프장 예정지가 사유지니까. 우리는 벌목지가 다시 다양한 수종으로 이뤄진 숲이 되기를 바란다. 만약 나무가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지리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려 한다. ‘씨앗에서 천년의 숲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구례에 거주지를 구해주는 ‘층층집’ 사업도 하던데.
“지리산 운동을 이어가는 방법 중 하나가 청년들이 지리산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게 되면 지키려고 함께할 수밖에 없다. 마침 ‘지리산사람들’ 회원인 집주인과 인연이 닿아 좋은 집을 좋은 조건에 구할 수 있었다.”

―지리산권에 집 구하는 게 힘들다더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땅이나 집을 사서 올 수 있는데 자산이 부족한 청년들은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 일자리도 알아보고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기회가 부족했다. 앞으로 더 많은 청년이 구례로 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전에 올무 수거를 다녀왔다고.
“2018년 반달가슴곰 케이엠(KM)55가 올무에 걸려 죽었다. <한겨레>에 실린 사진을 보니 구더기가 펴 있었다. 곰이 올무에 걸려 죽어가면서 몸이 썩고 있는 동안 고통스러워한 증거라서 크게 충격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농작물 보호를 위해 신고하고 올무를 설치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이후 올무를 만들고 보관하고 놓는 모든 행위가 금지됐다. 불법이지만 지금도 지역사회에서는 올무를 놓는 분들이 있어 매달 올무 수거를 나간다. 다행히 오늘은 안 나왔다. 지난달엔 거의 100개가 나와서 ‘완전’ 긴장했다. 올무는 많이 수거해도 좋고, 발견을 못해도 좋다.”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하겠다.
“한겨레숲에 파종과 삽목을 위한 작업장을 지을 예정인데, 필요한 돈은 어떻게든 생길 거라 믿는다. 우리가 얼마나 정성 들여 일하느냐가 핵심이다. 올해는 좀더 현장을 지키는 일에 마음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함께하자.”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농협 301-0214-8860-11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가 구례경찰서 로터리에서 피케팅하고 있다. 지리산사람들 제공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가 구례경찰서 로터리에서 피케팅하고 있다. 지리산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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