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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앞니가 아프다. 앞니를 너무 자주, 세게 다물었다. 어쩔 수 없다. 손보다 통통한 팔목, 어른 손으로도 다 안 잡히는 토실토실한 허벅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기를 꼬옥 껴안고, 나도 모르게 앞니도 꼬옥 깨문다. 찾아보니 이런 현상을 이르는 전문용어도 있었다. 귀여운 공격성. 귀여운 아기나 동물을 봤을 때 우리의 뇌는 과도하게 행복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자칫 뇌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반대편에 있는 공격성을 이끌어내 감정의 평형을 맞추는 원리란다.
아기를 돌볼 때 이런 긍정적인 감정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육아휴직자들 내면의 평형을 갉아먹는 놈 중에선 지난번에 말한 ‘우울이’만이 아니라 ‘불안이’도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쉬면 나 혼자 뒤처지는 건 아닐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신문에서 또래 기자들의 특종 보도를 보면 축하하는 마음이 들어야 할 텐데 괜히 속이 쓰린다.
휴직을 시작하며, 최소한의 감이라도 잃지 않기 위해 신문을 매일 챙겨 읽기로 했다. 약간 과장을 섞어서 말하면, 신문기자는 정작 자기 회사 신문을 잘 읽지 못한다. 가장 열심히 보는 기사는 내가 취재하는 분야를 다룬 타사 기자들이 쓴 보도다. 내가 어떤 기사를 ‘물먹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직하면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독자의 자리에서 찬찬히 읽는 여유를 누린다. 휴직 석 달째인 지금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신문 읽는 재미를 다시 느낀다. ‘이 기사는 더 길게 썼어도 좋았겠는데?’ 이런 훈수를 두면서.
이런 변화를 관찰하며 휴직의 좋은 점 하나를 발견하게 됐다. 기자 생활은 분주하다. 종일 바쁘게 일하고 집에 돌아와도 머리는 잘 쉬지 못한다. 내일 발제할 기사, 이번주에 마감할 기사를 생각하느라 잠자리에서 이리저리 뒤척일 때도 잦다. 하루살이 또는 한주살이 신세다. 휴직은 이런 나를 강제로 회사일에서 떨어뜨려놓았다. 내 일과 거리를 확보하니 좀더 긴 관점의 물음들이 떠오른다. ‘복직한 뒤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갈까?’ ‘내가 돈을 벌지 못해도 하고 싶은 일, 정말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막연하게 하던 차에, 한 선배 기자가 휴직자의 불안감에 대해 조언해줬다. 최근 이정민 논설위원이 육아휴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는 늘 공급자로서 기사를 쓴다. 거대담론을 많이 다루다보니 기자를 오래 할수록 대중의 정서로부터 멀어진다. 육아휴직은 뉴스 소비자의 감수성을 체험할 좋은 기회다. 시장과 대중의 감각을 익히고 돌아와 기사를 쓰면 차별화할 수 있다. 너무 회사일 걱정하지 말고 휴직 기간을 최대한 즐겨라.” 그 말을 들으며 마음 한쪽의 어둠이 살짝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여성으로 편집국장까지 거치며 33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기자의 긴 시선에서 나오는 긍정의 힘일 것이다.
한창 일해야 할 시기에 일을 중단하는 육아휴직이 일에서 마이너스인 측면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부모가 희생만 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생각의 기술이 아기 키우기의 어려움을 조금은 덜어주지 않을까. 아, 방법이 하나 더 있다. 포동포동 토실토실 귀여운 아기를 꼬옥 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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