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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단체 당대표 선거 불법 개입 증거 나왔다

단체대화방으로 동원 지시 내리고 동원 수 보고…

“지부별 인력 동원해 투표하자” 독려
등록 2019-04-20 11:26 수정 2020-05-03 04:29

“경기지부 합계 199명” “제주지부 선거 인원 50명 투표” “충남지부 100명 중 투표 참여 71명”.

북파공작원들로 꾸려진 보훈단체가 특정 정당의 당대표 선거에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해 불법 정치 활동을 한 증거가 잡혔다.

투표 위해 당 가입, 선거 뒤 바로 탈당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HID·이하 특임)가 지난해 민주평화당 대표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특정 후보 지지 투표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4월18일 은 특임 본부에서 각 지부장에게 시도별 동원 인력을 할당하고 투표 결과 보고를 지시하는 대화방 내용을 단독 입수했다. 불법적인 인력 동원 지시를 따르지 않은 간부들에게 특임 쪽이 징계 조처를 한 황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훈단체가 관제데모에 나서기는 했으나, 정당 선거에 직접 개입한 불법 증거가 포착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앞서 피우진 국가보훈처 장관은 “법으로 금지돼 있는 보훈단체의 정치 활동을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은 2018년 7월27일~8월20일 한 달 동안 특임 간부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 민주평화당은 대표 선거를 지난해 8월5일 치렀다.

지난해 7월27일, 특임 지부장 18명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민주평화당 대표 선거에 인력을 동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7월31일까지 지부별 동원 수를 올리고, 8월7일 투표 확인 결과를 보고하라는 내용이었다. “문의 및 의견 사항은 회장님께 직접” 하라는 표현도 담겼다. 이종렬 회장이 불법 정치 활동을 조직적으로 지시했음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당시 투표에 동원됐던 특임의 한 회원은 “지부별로 인원수를 할당해 민주평화당에 강제로 가입시키고 모바일 투표를 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탈당했다”고 말했다.

문자 투표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7월31일, 회원들이 투표할 3명의 명단이 내려왔다. 당대표로 나선 후보 2명과 청년위원장 후보로 나선 후보 1명이었다. 이때도 “문의와 기타 의견 사항은 회장님께 직접 하라”는 지시가 뒤따랐다. 각 시·도당 대의원대회 장소와 일정표도 올라왔다.

8월5일 개표 당일, “지부장들은 앞장서지 말고 지시만 하라”는 행동 요령이 하달됐다. 이틀 뒤인 7일엔, 동원 투표를 마친 지부장들의 결과 보고가 이어졌다. “전북지부 20명 추가해서 총 30명 투표”했고, 제주지부는 50명이 투표한 것으로 보고됐다. 경기지부의 투표 참여자가 가장 많아, 199명에 이르렀다. 충남지부 71명, 대구지부 40명, 충북지부 23명, 전북지부 1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일부 지부장들은 터무니없는 인력 동원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특임 본부에서는 8월22일 지부장 등 9명의 간부에게 ‘업무 지시 미이행에 대한 경고 조처의 건’이라는 문서로 징계 결과를 통보했다. “정치 활동 미신고와 관련해” 경고 조처를 내린다는 불법적이고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민주평화당 “협조한 일 전혀 없다”

당시 특임의 조직적 지지를 받은 민주평화당의 한 의원 쪽에서는 에 “우리 뜻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나섰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선거 때나 그 뒤로 특임 쪽과 서로 협의하거나 협조한 일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특임의 한 간부는 “지난 정부에서 새누리당 선거 때마다 불법적으로 투표 인력을 동원했고, 2018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때도 같은 방식으로 불법 정치 활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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