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물가는 너무 비싸요. 원룸 월세로 60만원 정도 나갑니다. 내 집 마련은 월급 한 푼 쓰지 않고 꼬박꼬박 모아도 20년 정도 걸려요. 하늘의 별 따기죠.”
신입사원 김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한탄했다. 독신인 그는 아직 부동산 구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집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결혼하기 어렵죠.” 그도 그럴 것이 월급 180만원을 받아 집세, 교통비, 식비 등 꼭 필요한 지출을 제하면 매월 50만원도 남기 힘들다.
서울의 높은 부동산 가격은 이미 가정을 이룬 사람들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35살 이씨는 외국계 기업에서 월급 300만원 정도 받으며 일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4인 가족의 생활비를 빼면 1년간 열심히 모아도 은행 잔고가 1500만원밖에 늘지 않는다.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 서울 지역 33평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사상 처음 6억원을 돌파했다. 평당 1818만원으로 4년 전보다 20% 올랐다. 이씨는 저축한 돈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한숨을 쉬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상황은 어떠한가? 2017년 6월 베이징 지역 부동산 평균 매매가격은 평당 3665만원으로 딱 서울의 2배다. 2016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8866달러가 한국의 1인당 GDP(2만7000달러)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음을 감안하면 베이징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동산 가격은 서울의 6배가 된다.
상황이 이러니 해마다 적잖은 엘리트가 베이징을 떠나고 있다. 물론 갈수록 악화되는 미세먼지도 한몫한다. 얼마 전 중국 SNS에 ‘칭화대학(중국 최고의 대학) 석사들 단체로 베이징 탈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이 젊은이들의 미래와 창조력을 앗아간다’라는 제목의 글이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 지식인들은 베이징이 더 이상 기회가 많은 도시가 아니라, 높은 집값으로 꿈을 좇는 젊은 인재들을 밖으로 밀어내는 공간이라는 데 공감했다.
서울에서 몇 년 산 30살 직장 여성 김씨는 올해 초 서울을 떠나 강원도 원주에 정착해 새 삶을 시작했다. 원주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김씨는 매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할 수 있었다. 집값도 서울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몇 년 뒤 아파트도 한 채 장만할 계획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14만 명 이상이 서울을 떠났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높은 집값이 수도에서 포부를 펼칠 꿈을 가졌던 젊은이들을 부득이하게 서울로부터 도망가게 만들었다.
1200여 년 전 중국 시인 두보는 “어찌하면 천만 칸의 큰 집을 지어, 가난한 선비들과 기쁜 얼굴로 풍우에도 끄떡없는 편안함을 누릴까” 한탄한 적이 있다. 두보는 이 한(恨)이 21세기인 오늘날에도 풀리지 않음을 예상 못했을 것이다.
저우위보 중국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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