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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시작 온라인결제

‘편한 나라’ 한국에서 살기 불편한 때는?
등록 2017-06-08 16:49 수정 2020-05-03 04:28
청와대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S대에서 박사과정 4년, 주한 중국 언론인 생활 5여 년을 합치면 나는 대한민국이란 땅에서 거주한 지 벌써 10년이 돼간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10년 전과 10년 후 대한민국이 나에게 사뭇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외국인들은 한국 하면 한류, 인터넷 강국, 24시간 쉬지 않는 역동적 도시, 부지런하고 친절한 사람들, 패션·미용·성형의 대국, 휴대전화와 자동차의 원산지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한다. 실제 한국에서 살아보니 정말 생활하기 편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한국 생활이 불편하게 느껴진 적이 없진 않다.

우선, 온라인결제 서비스의 번거로움이 있다. 자주 출장을 다니는 관계로 급하게 지방 호텔을 예약할 때가 있다. 직접 호텔로 전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만능 앱(애플리케이션)’ 시대에 당연히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광고에서 자주 보는 호텔 예약 전문 앱이다. 하지만 호텔을 선택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는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된다. 신용카드 정보를 상세하게 입력해야 하고, 본인 인증과 공인인증서를 요구할 뿐 아니라 온라인결제 비밀번호 입력(맙소사, 나처럼 정신없이 살고 기억력 안 좋은 사람이 그걸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는가!) 등 갖은 요구를 해오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특정 회사의 신용카드를 쓸 경우 지정된 결제 시스템으로 갈아탈 것을 요구하거나, 휴대전화 결제를 시도하면 법인 명의의 휴대전화는 거부되는 등 10여 페이지를 넘겨서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S대 박사 학위를 받은 나도 결국 두 손 다 들고 포기하는데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다른 외국인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상상해본다. 중국에서는 유사한 앱으로 호텔을 예약할 경우 단 세 절차, 세 페이지만 넘기면 결제가 끝난다. 물론 정보 보안상의 이유로 절차를 일부러 복잡하게 만든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강국으로서 언제까지 이 복잡한 시스템을 유지할지 의문이다. 여하튼 그 뒤로 나는 호텔 예약 앱을 쓰지 않았다.

또 다른 실화가 있다. 지난 5월 초 연휴가 시작되기 전 아파서 몸져누운 어머니를 위해 부랴부랴 대형 할인 가전 매장에 들러 유명 브랜드의 과즙기를 샀다. 점원은 연휴를 고려해서 배송이 평소보다 사나흘 늦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과즙기가 배송되기 기다렸는데 2주가 지났는데도 함흥차사였다.

마침 그때 한 포럼에서 주최한 조찬강연에 초대받아 강의를 나가게 되었다. 강의 도중 이 배송 지연 사태를 한국 물류배송업의 취약점이라며 예로 들었다. 공교롭게도 좌중에 해당 대형 할인 가전 매장의 책임자가 있었다. 강의가 끝난 뒤 그는 나를 찾아와 바로 배송 지연에 대해 조처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아침 출근하려는데 아파트 현관문 앞에 놓인 과즙기를 발견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분명 웃을 일이 아닌데 절로 웃음이 났다. 지난 음력설 때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있는 동생네 집에 놀러 가서 두유기 한 대를 온라인 주문했는데 1시간 만에 두유기가 도착해서 크게 놀란 일과 비교하면 참 대조적이다. 한국 가전제품이 중국에서 잘 팔리려면 물류 배송 시간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인내심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택시 탈 때 70~80대 고령 운전자가 많아 조마조마했던 일은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분명 나이 들면 종사하기에 적절치 않은 직종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규제하는 것이 운전자 본인이나 승객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중국어 속담에 ‘양약고구이우병 충언역이이우행’(良藥苦口利于病 忠言逆耳利于行)이란 말이 있다. ‘좋은 약이 입에 쓰나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 이롭다’란 뜻이다.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옥에 티’ 몇 가지를 지적해봤다.

중국 한국지사장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터넷판인 한국지사장 저우위보가 10년에 걸친 한국 생활의 내공을 바탕으로 한국인이 잘 모르는 중국 이야기를 3주에 한 번씩 독자에게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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