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비슷하다. 일도 많고, 탈도 많다. 그래서 세밑엔 늘 ‘다사다난’이다. 올해도 여지없다.
‘박근혜 대세론’을<font color="#017918">한</font> 방에 날려버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지지율 5%’로 서울 시정을 떠맡은 박원순 시장은 정당 중심의 기존 정치권을 공황상태로 몰아갔다. 야권의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집권여당은 해체 직전까지 몰리며 ‘비상’을 걸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외롭게 웅변했다. 처절하달 수밖에 없는 그의 투쟁을 지켜낸 건 팍팍한 삶에 분노한 평범한 우리들, 외부세력이었다.
은 이들을 열쇳말 삼아 2011년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지난 12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카페 코의 2층 구석방에 역사학자와 작가, ‘끈 떨어진’ 정치인을 불러모았다. ‘직설 2인조’인 <font color="#017918">한홍구</font> 성공회대 교수(이하 한)와 <font color="#006699">서해성</font> 작가(이하 서), <font color="#C21A8D">최재천</font> 전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이하 최)이 그들이다. 2시간여에 걸친 ‘말의 성찬’은 유쾌했지만, 현실은 곱씹을수록 알싸했다. 2012년<font color="#017918">한</font> 해도 그럴 것이다.
<font color="#006699">서</font> 그냥 내가 사회 본다. 먼저 ‘올해의 인물’을 우리가<font color="#017918">한</font> 명씩 꼽아보자. 난 최재천 의원이다.
<font color="#C21A8D">최</font> 난 한홍구 선생님.
<font color="#017918">한</font> 그럼 난 서해성 작가. 이런 게 ‘회전 깔때기’다. (웃음)
<font color="#006699">서</font> 난 한홍구 선생 반댈세.
<font color="#017918">한</font> 지가 두 표 받고 싶어서. (웃음)
<font color="#006699">서</font> 미국 시사주간지 은 ‘프로테스터’(시위대)를 올해의 인물로 꼽았더라.
<font color="#017918">한</font> 신자유주의가 그렇게 만들었다. ‘악’이 전세계적 현상이 됐잖아. 20년을 그렇게 쥐어짰으니, (저항이) 터져나올 수밖에.
<font color="#C21A8D">최</font>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말만 무성할 뿐이었는데, 드디어 (사람들이) 현장으로 나섰다. 그 세계사적 흐름에 우리도 동참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격’이 높아진 거지.
<font color="#017918">한</font> 아니, 흐름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뽑은 것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뽑은 미국보다 한참 빠르고. 올해도 선거를 통해 보여줬잖아.
<font color="#C21A8D">최</font> 드디어 1등을 했네.
<font color="#017918">한</font> 이게 다 ‘가카’ 덕분이다. (웃음)
<font color="#006699">서</font> 프랑스혁명 이후 초기 자유권 투쟁이 평등권 투쟁으로 나아갔다. 혁명의 핵심이 먹고사는 문제이고 보니, 그리 된 거지. 자고로 돈이 안 돌면 머리가 돌게 돼 있다. 결국 내가 ‘또라이’가 될 거냐, 쟤들을 ‘또라이’로 만들 거냐가 평등권 투쟁인 거지.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따져보면 안철수는 ‘올모스트’(거의) 데모(데몬스트레이션)여. ‘악에게 필요한 것은 선의 침묵’이라고 했잖아. ‘안철수 현상’, 정체가 뭐냐?
<font color="#C21A8D">최</font>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다.
<font color="#006699">서</font> 부정적인 거 말하면 ‘×’ 돼. (웃음)
<font color="#C21A8D">최</font> (안 원장은)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많이 지녔다. 서울대 출신이지, 의사지, 상속 부자가 아니라 벤처사업가로 자수성가했다. 그뿐인가.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했고, 카이스트 교수를 거쳐 서울대 대학원장을 하고 있다.
<font color="#017918">한</font> 강남 엄마들의 롤모델이지.
<font color="#C21A8D">최</font> 모든 걸 가진 인격체라고나 할까.
<font color="#006699">서</font> ‘자격체’지. 안 원장에게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성공모델이다.<font color="#017918">한</font> 번도 실패한 적이 없으니까. 안 원장이 가진 그런 측면에 사람들이 기대를 거는 거다. 동시에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font color="#C21A8D">최</font> 통속적 의미의 ‘한계’는 아닌 것 같다. 서울대 의대 나와서 강남에서 피부과 개업하지는 않았잖아.
안철수 현상의 숨은 공신, 정세균·손학규·박지원
<font color="#006699">서</font> 안랩의 대표상품이 ‘백신’이다. 일종의 ‘희망’이지.
<font color="#017918">한</font> 역대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모두 희망을 걸었는데, 얻어먹은 건 하나도 없다. 내가 어려울 때, 내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도와준다. ‘덕’을 본 거지. 아래아 한글은 상업화하고 돈 받았지만, V3는 안 그랬다.
<font color="#006699">서</font> 에서 ‘직설’ 대담할 때 만난 일이 있는데, (안 원장이) ‘삼성동물원’이란 표현을 썼다. ‘광주항쟁에 대한 부채감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도 했고.
<font color="#017918">한</font> ‘한나라당은 없어져야 할 정당’이란 얘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지금까지 진보는 대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이를 뒤집으려 했다. 수많은 대중이 ‘못 살겠다 꾀꼬리’를 외치고 있다. 안 원장은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있다. 그 위로가 마음에 쏙쏙 들어오는 건, 그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중은 이 체제가 살 만해지고, 자신도 사다리를 올라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font color="#006699">서</font> 굳이 비유하자면 정치적으로 안 원장은 굉장히 희고, 깨끗하고, 튼튼한 말이다. 하지만 아직 마구간에 있다. 박차고 나와 뛰다보면, 뭐든 묻게 돼 있다. 그랬을 때, 대중이 그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정치인이 원래 그렇다. 너무 늦게 나오면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게 묻을 수 있다. 기왕에 나서려면 경기장에 빨리 나와야 한다.
<font color="#C21A8D">최</font>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잠시 집권하고 사라지는 게 정치가 아니다. 제도적 집권, 프로그램식 집권이어야 한다. 같은 이념과 정책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토론하고 합의하는 공화제 정치가 필요하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font color="#017918">한</font> 안 원장을 ‘올해의 인물’로 만든 사람을 꼽아보자면, 일등공신이 정세균·손학규·박지원이다. 그 ‘삼총사’의 활약이 없었다면, 현 정부가 아무리 똥볼을 차도 그 반사이익은 민주당 등 야당이 가져가야 했다. 민심은 폭포처럼 흘러내렸는데, 민주당은 간장 종지로 그 물줄기를 받아내려 했다.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다. 야권이 다 같이 죽을 쑤니까 홍수로 불어난 물이 기존 정치권을 휩쓸어버린 거다.
<font color="#C21A8D">최</font> 시대의 흐름을 야당이 전혀 못 읽고 있다. 반사이익을 자신들의 ‘권리’로 착각하고 있다. 반사이익으로 집권하는 게 되풀이되는 건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그러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인물과 패러다임이 나온 거다. 지금 같은 정치적 대변혁이 어디서 촉발됐나? 무상급식도<font color="#017918">한</font> 축 아니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시작하고, 지방선거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에 반대해 시장직을 내걸었고, 진퇴 투표 끝에 박원순 시장 당선으로 이어졌다. 안철수·박원순이 바람을 일으키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 벌어지자 결국 한나라당 해체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복지 문제에서 촉발돼 나온 거대한 흐름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거다.
<font color="#006699">서</font> 신자유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삶이 어려워지고, 대중의 정당에 대한 기대치가 바뀌었다. 우리에게 진짜 뭘 해줄 거냐는 쪽으로. 그런 면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역사적 기여’를 했다. 그 ‘또라이’ 짓이 10·26 재보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책에 표를 던지는 사건을 만들어냈다. 그 경험이 앞으로 한국인 몸속에 ‘정치적 DNA’로 남을 것이다.
<font color="#017918">한</font> 안 원장이 얘기해야 하는 것도 결국 정책인 거지.
<font color="#C21A8D">최</font> 현재의 지지율이 반사이익임을 알아야 하고.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color="#017918"><font size="3">
한홍구</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박원순, 블랙홀에 빠지지 않다
<font color="#006699">서</font> 박원순 시장 탄생은 ‘안철수 현상’과 맥을 같이하는 건가?
<font color="#C21A8D">최</font>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치의 변신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박 시장은 끊임없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삶을 살아왔다. 서울대생이란 기득권, 검사란 기득권, 변호사란 기득권, 대표적 시민운동가란 기득권까지.
<font color="#017918">한</font> 참여연대에서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로 옮겨갔다. 정말 중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꼭 했어야 할 일이다. 그 모든 걸 꼭 박 시장이 해야 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더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이번에 크게 치고 나와 정치판에 나선 건 평가할 만하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아무 ‘5%’한테나 양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점을 박 시장이 쌓아온 것이다.
<font color="#C21A8D">최</font> 서울시장은 정치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자리다. ‘시민운동 모델’이란 새로운 시정을 시도해볼 수 있을 거다. 그간 시민사회에서 작은 대안을 끊임없이 시험해온 분 아니냐. 이를 가공해 시정에 반영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면 좋겠다.
<font color="#006699">서</font> 박 시장이 정치인 출신이 아니란 점이 중요하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라갈 정도로 박 시장에 대해 여론과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결국 참여연대·희망제작소에서 일상적으로 해왔던 일을 시정에 반영하는 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운동 경험이 정책으로 표현되는 과정인 거다. 솔직히 박 시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얘기할 땐 뿌듯하더라.
<font color="#017918">한</font> 그동안 운동권이 정치판에 들어가면 기존 정치권이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다른 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민운동가가 정치를 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font color="#C21A8D">최</font>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인물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라고 생각한다.
<font color="#006699">서</font> 노동자가 자본가와 맞서 살아서, 이기고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직화하지 않은 ‘비정형적 대중’에게 자본이 제압당한 첫 사례이기도 하고.
<font color="#017918">한</font> 한진중공업은 박창수·김주익 열사 등 초상을 많이 치른 곳이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에 올라가며 아예 죽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봄에 씨앗을 뿌려 가을에 김장을 하겠다고 했다.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게 김주익 열사보다 크레인을 오래 지키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지난 6월 즈음부터 시끌시끌해지지 않았나. 그 무렵 희망버스 얘기가 나왔고, 그 힘으로 김 지도위원도 버텨냈다. 그가 잘 버텨낸 게 가장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같이 싸워준 사람들도 있었다. 밥 올려주고, 용변 받아내리고…. 기막힌 얘기 아닌가.
<font color="#006699">서</font> 그간 노동문제는 노동자들만의 문제였다. 신자유주의와 이명박 정부 덕분에 노동자가 아니라 중산층까지 이를 ‘우리 문제’로 다층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단군 이래 노동자 문제가<font color="#017918">한</font> 해 내내 이슈가 될 수 있었던 것 또한 한진중공업 사례가 처음인 것 같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color="#006699"><font size="3">
서해성</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우애와 연대의 시대로
<font color="#017918">한</font> 노동자와 시민이 합쳐졌을 때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1987년도 그렇다. 6월 항쟁에 이어 7·8·9월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다. 이후 한국 사회는 여러 갈래로 갈렸다. 재야운동이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제도권으로 갈렸다. 노동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리고…. 김진숙 지도위원이 밟고 내려온 계단 하나하나에 시민들이 가서 등을 대줬다. 한국 사회에서 시민과 노동이 다시 만나는 지점이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 소중하다.
<font color="#C21A8D">최</font> 지하철 파업하면 모두들 욕했다. 출·퇴근길 막는다고. 연대의식이 부족해서다. 투자자이자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노동자란 복합적 지위에 있는 게 시민이다. 지금까지는 이를 그때그때 단절적으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희망버스를 통해 비로소 모든 게 연계된 게 ‘시민’이라는 점에 눈을 떴다. 연대와 우애라는 근대 혁명의 정신으로 돌아간 셈이다.
<font color="#017918">한</font> ‘외부세력’이란 말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법적으로 예전에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파업노동자들 법률 자문을 하다가 ‘외부세력’ ‘제3자’로 걸려 수감되기도 했다. 아예 연대를 법적으로 차단한 거지. 헌법에는 노동3권이 보장돼 있지만, 파업을 하면 손해배상과 업무방해로 죄다 걸려든다. 판사들은 당연히 유죄를 때리고. ‘그러지 말라’고 등장한 게 외부세력 아닐까?
<font color="#C21A8D">최</font> 예전에 현대그룹 노동자들이 본사 주차장에서 시위를 하니까 회사 쪽에서 고소·고발을 했다. ‘주차 업무를 방해했다’고. 법원은 회사 쪽 손을 들어줬고.
<font color="#017918">한</font> 걔네들 이름 다 적어놔야 돼. (웃음)
<font color="#006699">서</font> 외부세력은 2008년 촛불집회 때 처음 등장한 게 아닌가 싶다. 태어나서 그때처럼 즐겁게 데모한 때가 없었다. 집회도 재밌었지만, 소울드레서가 검은 옷 차림에 검은 우산을 들고 나타난 게 제일 반가웠다. 그건 물대포에 대한 상징이었다. 물대포는 우산으로 막을 수 없다. 그런데도 멋쟁이 아가씨들이 우산을 들고 나왔다. 시민이 가진 건강성을 그보다 잘 보여줄 순 없을 것이다.
‘명박산성’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시위대가 명박산성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기름칠을 해놓으니, 사람들이 너나 없이 거기다 포스터를 붙였다. 황홀한 예술이었다. 전엔 조직화된 대중이 시위를 했다. 이데올로기란 ‘후까시’를 넣지 않고, ‘동지애’란 비장한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도 이슈에 가담하는 비정형적 대중이 지금의 ‘외부세력’이다. 참여의 방식도 미학적으로 고도로 상승했다. 외부세력 앞에 ‘날라리’란 표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이미 풍자다. 우린 지금도 데모하려면 무슨무슨 ‘대책위’부터 꾸리지 않나. 비장한 촌티다.
<font color="#017918">한</font> ‘대책위’는 이제 개그 소재가 됐지. (웃음)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color="#C21A8D"><font size="3">
최재천</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2012년의 인물은 유권자
<font color="#006699">서</font> 마칠 때가 됐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font color="#C21A8D">최</font> 이 정부 들어 노동부가 고용노동부가 됐다. 약칭은 ‘노동’이 빠진 고용부다. 통합진보당도 ‘민주노동’에서 ‘노동’이 빠졌다. 노동이 소멸하고 있다. 진보란 이름으로 추상화하고 모호하게 만든 탓이다. 그런 점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승리’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내년엔 동북아 전체가 체제 개편기를 앞두고 있다. 우리 의지를 떠나 국제관계에 거대한 역학관계 변동이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우리 내부로 눈길을 돌릴 게 아니라, 그런 흐름에도 시선을 뒀으면 한다.
<font color="#017918">한</font> 1987년 6월 항쟁으로 정치적 민주화는 이뤘지만, 경제 민주화가 안 돼 오늘날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신자유주의가 득세해 국제적으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 사회가 급격히 망가진 것은 노동운동의 세가 약해지다 보니 ‘마찰계수’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걸 내년에 회복해야 한다. 논쟁은 복지란 형태로 나타날 것이고, 국민이 국가에 구체적인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이 뽑은 ‘올해의 인물’도 일정하게 그런 정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들을 만든 대중, 우리들 개개인이 주권자로서 체제를 바꿔내야 한다. 그럼 내년 최고의 인물은 ‘유권자’가 될 것이다.
<font color="#006699">서</font> 김근태 전 의원 얘기를 꼭 해야겠다. 얼마 전 그이 딸이 결혼을 했는데, 건강이 나빠져 식장에도 나오지 못했다. 김근태가 남영동에서 물고문을 받을 때, 명동에서 친구와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있다. 그가 모토롤라전자 파업을 지지했다가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에 걸려 구속됐을 때, 휴대전화를 샀던 사람들이 있다. 그가 고문 후유증으로 딸 혼례에 참석하지 못한 날 ‘고문은 예술’이라는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했던) 이근안의 인터뷰 내용이 인터넷을 달궜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예술’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다. 예술을 선택하느냐, 민주주의와 밥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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