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맨
1970년대 후반, 80년대 중반까지 내가 어릴 적 즐겨 보던 프로그램들을 떠올려본다. 등등. 여기에 덧붙여 도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초인적 힘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콘셉트가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슷하다. 하지만 나중에 영어를 공부할 때 ‘울트라’(ultra)라는 접두어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울트라맨’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울트라는 말 그대로 ‘초월’ 혹은 ‘맨 끝’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자어로는 ‘초’(超) 또는 ‘극’(極)으로 해석하면 거의 들어맞는다. 그 뒤에 들러붙는 명사의 의미를 질적으로 뛰어넘는 범위로 넘어가게 만드는 게 울트라다. 맨(man)이 인간인데 울트라를 앞에 붙이면 초인간이 되고, ‘울트라하이프리퀀시’(ultrahigh frequency) 하면 극초단파가 된다.
나는 요즘 텔레비전 밖 울트라맨을 본다. 그는 너무나 막강한 힘을 지녀 현실세계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일들도 곧잘 구현하곤 해 일부 사람들에게선 예수 이후 기적을 현시하는 이로 통한다. 그는 4대강 사업의 국회 예산안 심의를 비롯해 정부의 큰 사업이라면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도 초법적으로 이뤄낸다. 그 쓸데없는 사업을 위해 필요한 20조원 이상의 예산을 복지나 교육 예산으로 돌린다면 후대에 엄청난 칭찬을 받을 것이라는 바깥의 평가에도 그는 극단적으로 귀머거리인 양 행세한다.
그가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자기를 도운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거나 중요한 국가기관의 수장을 자신의 마름으로 채우는 양상도 초법적이다. 한국방송 사장은 물론 각종 행정부 산하기관 수장들의 선임 과정과 실제 결과를 보면 그는 ‘초인간’이라는 데 의심이 끼어들 틈이 없다. 명토박아두건대, 그는 우리 사회 보수의 메시아다.
그래도 그가 ‘초인간’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이가 있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논거를 제시해 논박을 할 수 있다. “왜 개발이익은 땅 주인이 다 갖느냐” “왜 세입자는 아무런 발언권 없이 쫓겨나야 하느냐” “서민도 함께 먹고사는 재개발이 어떻게 좀 안 되겠느냐”며 제 나라의 국민 5명이 망루에 올랐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숨진 문제에는 300일 넘게 목에 떡이 걸린 호랑이처럼 침묵하면서 옆나라 국민 7명이 이 땅에 왔다 공권력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이유로 숨진 사건에는 그 나라 총리에게 유감을 표시하지 않는가.
분명 법보다 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상식과 국민의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 너머 어딘가 먼 곳에 계시는 그를 나는 ‘울트라맨’이라고 주장한다. 아니면 의 사오정이든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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