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5년 4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한 재력가의 아들을 청와대에 취업시켜주는 대가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러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확인됐다.
한겨레21이 확보한 명씨의 피시(PC)와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의 하드디스크 등을 보면, 명씨는 2022년 4월4일 오후 5시44분 메시지 3개를 미래한국연구소 임직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공유했다. 3개의 메시지는 경북 안동 지역 사업가 정아무개씨가 보낸 것으로, 여기에는 2022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경북 봉화군수 국민의힘 후보 공천에 대해 약속하고, 안동 재력가 조아무개씨의 아들 청와대 취업도 약속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명씨가 실질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의 김태열 전 소장과 직원이었던 강혜경씨가 이 대화방에 참가하고 있었다.
메시지를 보면, 정씨는 ‘명태균 사장님, 김태열 소장님’을 지칭하며 “저에게 이제까지 조○○이 청와대 보내준다는 약속 하고 저에게 봉화군수 공천 가능하다는 것과 경북도청특보 약속한 것에 대해 답변해주세요”라며 “이제 얼렁뚱땅하지 마시고 이번주 안에 이에 대한 답변 주십시요”라고 말한다.
메시지에 등장하는 ‘조○○’은 경북 안동 지역 재력가 조아무개씨의 아들이다. 앞서 명씨는 2021년 7월 안동 지역 언론사 대표 김아무개씨로부터 2억원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1억원이 김씨와 가까운 안동 재력가 조씨의 아들을 청와대에 채용해달라는 인사 청탁 대가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정씨는 2021년 언론사 대표 김씨에게 명씨를 소개해준다. 김씨는 2021년 7월19∼23일 명씨가 실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 쪽에 2억원을 송금한다. 앞서 재력가 조씨가 김씨에게 1억5천만원을 보냈다. 따져보면, 조씨가 1억5천만원을, 김씨가 5천만원을 명씨에게 건넨 셈이다. 2억원 가운데 3천만원은 안동에서 열린 정치 토크콘서트에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출연시킨 소개비 명목으로 공제했고, 7천만원은 명씨가 김씨에게 되돌려줬다.
명씨가 받은 나머지 1억원이 조씨의 아들을 청와대에 취업시켜주는 대가로 지급된 돈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강혜경씨는 이를 ‘청와대 취업 알선 대가’라고, 김씨는 ‘명씨에게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씨의 아들은 2021년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짧게 근무한 뒤, 2022년 10월11일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전문관 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2024년 4월에야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됐다.

창원지검은 이러한 의혹을 포착하고 명씨 등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했지만, 2025년 2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명씨가) 조씨의 아들을 청와대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검찰은 이 진술들이 주관적 추측으로 보이며, 명씨 쪽에게 명확한 청탁이 이뤄진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당시 돈이 오간 2021년 7월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8개월 전이라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을 확신하기 어려운 시기였다고도 봤다.
대신 창원지검은 2025년 2월에 아버지 조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조씨는 정씨를 통해 명씨에게 보낸 아들의 청와대 채용 청탁 메시지와 별개로 2021년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자신의 회사 법률자문료 명목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4천여만원을 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씨의 아버지가 정치 입문을 원하는 아들 조씨의 편의를 기대하고 김 전 의원에게 보낸 불법 정치자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의 메시지에는 취업 청탁과 공천 약속 등의 대가로 명씨 쪽에 돈이 흘러들어 간 정황도 나타난다. 정씨가 명씨 등에게 2022년 4월4일 오후 5시44분에 보낸 메시지 3개 중에는 “김태열 소장님, 명태균 사장님, 이제까지 미래한국연구소가 원하는 심부름은 대부분 마다하지 않고 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돈 문제에 대해서는요”라며 “서울시장선거 이전부터 이준석 대표 선거. 윤석열 선거에 매번 여론조사 한다고 돈을 요구하여 많은 방법으로 직접적으로 1억이 넘는 돈을 주는 것부터 적게는 80만원까지 20차례나 이상 드렸습니다”라는 것도 있었다.
여기서 정씨가 언급한 ‘1억이 넘는 돈’이 바로 명씨가 조씨로부터 대가성으로 받은 1억원 등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명씨 등에게 메시지를 보낸 2022년 4월 당시에는 아들 조씨가 아직 청와대에 채용되기 전이어서, 정씨가 아들 조씨의 청와대 취업 청탁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명씨를 닦달한 셈이다.
정씨의 메시지를 받고 다급해진 명씨가 ‘잘못하면 이거 사고 난다’며 정씨 또는 아버지 조씨 쪽에 1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급히 돈을 구하러 다닌 정황도 확인됐다.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 단체대화방에 정씨의 메시지를 공유한 당일인 2022년 4월4일 아침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최측근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찾아간다.
이날 명씨와 동행한 김태열 전 소장은 오전 9시55분께 박 전 사장의 사무실 앞에서 강혜경씨에게 전화했다. 김 전 소장은 이 통화에서 “정○○한테 협박한다고 이게 문자로 와가지고 협박한다고 그래갖고 (명씨가 말해서) 빨리 치우자고(돈을 갚자고) 박재기를 (돈을 구하려) 만나러 왔다”며 “안 그러면 사고 난다고 (명씨가 말했다)”라고 말한다. 김 전 소장은 이어 “정○○이가 (명씨에게) 카톡이 왔어. 내가 돈을 1억 넘게 주고 이리저리 이래 했다. 처음에 조○○이도 청와대 띄워(취업시켜)준다고 그랬다”며 “정○○이 청와대 처음에 (취업)하는 것도 명 사장이 이야기했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아들 조씨의 청와대 취업 청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통화 녹음 파일이다.
결국 사흘 뒤인 4월7일 김 전 소장은 명씨의 지시를 받고 박 전 사장으로부터 5천만원 수표를 받아오고 차용증을 써줬다. 명씨는 왜 하필 박 전 사장에게 돈을 얻으러 갔을까? 이는 명씨가 2020년 총선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제공해 이를 빌미로 홍 전 시장의 최측근인 박 전 사장에게 돈을 요구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전 소장은 강씨와 한 통화에서 “홍준표 도와주고 박재기한테 돈을 빌려가지고 이거 빨리 (정씨에게) 갚아야 한다고 (명씨가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에게 아들 채용을 청탁하며 1억원을 건넨 의혹을 받는 경북지역 재력가 A씨가 27일 검찰 조사를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27
하지만 명씨는 박 전 사장에게 빌려온 5천만원을 정씨나 조씨에게 건네지도 않았고, 박 전 사장에게 갚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태열 전 소장은 한겨레21에 “정씨에게 1억원을 돌려주려고 했는데, 박 전 사장에게 5천만원밖에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명씨가 차라리 정씨에겐 나중에 돈이 생기면 갚을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받은 수표는 당장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선거 비용으로 쓴 것 같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박 전 사장으로부터 이 5천만원을 포함해 2020년 9월부터 2년 동안 모두 1억6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씨는 한겨레21에 “공천이나 청와대 취업 등이 딱 된다고 (명씨에게) 약속을 받거나 청탁을 한 게 아니라, 너네(명씨와 김씨)들이 주변에 이야기했던 것에 대해 사기 아니냐 한(따진) 것”이라며 “제가 조씨나 봉화군수나 소개해준 것뿐이지 돈을 받은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명씨는 입장을 묻기 위한 한겨레21의 거듭된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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