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진법사' 전성배씨(왼쪽)와 윤석열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공동취재사진(왼쪽)·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한 선거에서 각기 다른 후보의 공천을 약속하면서 ‘공천 개입’ 대결을 할 뻔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이 대결은 명씨가 공천을 약속한 후보가 법적인 문제로 낙마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한겨레21이 확보한 명씨의 피시(PC)와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의 하드디스크 등을 보면, 명씨는 2022년 4월4일 오후 5시44분 메시지 3개를 미래한국연구소 임직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공유했다. 3개의 메시지는 경북 안동 지역 사업가 정아무개씨가 보낸 것으로, 여기에는 2022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경북 봉화군수 국민의힘 후보 공천에 대해 약속하고, 안동 재력가 조아무개씨의 아들 청와대 취업도 약속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명씨가 실질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의 김태열 전 소장과 직원이었던 강혜경씨가 이 대화방에 참가하고 있었다.
메시지를 보면, 정씨는 ‘명태균 사장님, 김태열 소장님’을 지칭하며 “저에게 이제까지 조○○이 청와대 보내준다는 약속 하고 저에게 봉화군수 공천 가능하다는 것과 경북도청특보 약속한 것에 대해 답변해주세요”라며 “이제 얼렁뚱땅하지 마시고 이번주 안에 이에 대한 답변 주십시요”라고 말한다.

정씨가 언급한 ‘봉화군수’는 당시 현직이었던 엄아무개 전 봉화군수인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정씨가 2021년 7월 명씨 쪽에 “내 친구가 봉화군청에 있으니 봉화군수나 도와줘라”라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엄 전 군수는 관급공사 수주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재판받고 있었다. 실제로 정씨의 친구인 봉화군청 직원 ㄱ씨는 정씨를 통해 2021년 말께 변호사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엄 전 군수의 재판과 관련한 법률 상담을 받기도 했다.
즉 정씨가 보낸 ‘봉화군수 공천 가능하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엄 전 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선거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정씨는 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정씨는 한겨레21에 “엄 전 군수의 공천을 부탁한 적이 없다. 명씨가 여기저기 동네방네에 ‘누가 군수도 된다’ ‘공천도 된다’ 사기 치고, 소문을 떠들고 다녔다. 그래서 ‘네가(명씨가) 말하고 다닌 거니까 네 말에 책임져라’라는 의미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ㄱ씨도 “엄 전 군수의 공천을 부탁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엄 전 군수는 당시에 병상에 누워서 거동도 못하셨다. 저는 공천 같은 걸 입 밖에 꺼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당시 봉화군수 선거에는 건진법사가 국민의힘 공천을 도와줬다는 의혹을 받는 또 다른 후보도 출마한 상황이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건진법사는 박현국 현 봉화군수 쪽의 공천을 청탁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면, 사업가 김아무개씨는 2022년 3월27일 건진법사에게 봉화군수 출마 예정자였던 박현국 당시 경북도 의원의 명함을 전달했다. 건진법사는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이 청탁을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오아무개씨에게도 이 명함을 보냈다. 이후 건진법사는 권 의원에게 직접 박현국 군수의 프로필을 문자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서로 다른 후보를 위해 움직이던 명씨와 건진법사의 ‘공천 청탁’ 대결은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다. 엄 전 군수가 결국 출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 전 군수는 당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구지법에서 재판받고 있었는데, 2022년 2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하던 도중인 2022년 3월 말께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신 건진법사에게 공천을 청탁한 박현국 당시 도의원이 2022년 5월2일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됐고, 결국 봉화군수로 당선됐다. 결과적으로 건진법사의 청탁이 먹힌 셈이다. 엄 전 군수는 2023년 6월 징역 6년6개월의 실형과 벌금 2억1천만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정씨는 한겨레21에 “공천이나 청와대 취업 등이 딱 된다고 (명씨에게) 약속을 받거나 청탁을 한 게 아니라, 너네(명씨와 김씨)들이 주변에 이야기했던 것에 대해 사기 아니냐 한(따진) 것”이라며 “제가 조씨나 봉화군수나 소개해준 것뿐이지 돈을 받은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명씨는 입장을 묻기 위한 한겨레21의 거듭된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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