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2022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가장 긴장한 대상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일 것이다. 화내거나 호통치지는 않지만, 팩트로 조진다. 오죽하면 그 말 잘한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동훈서답’이라는 신조어의 주인공이 됐을까.
2022년 6월 법무부는 검찰 수사개시 범위를 규정한 관련 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청구할 때 ‘검찰 수사권이 2개 범죄(부패·경제)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8월 대통령 시행령을 만들면서는 2개 범죄 외에도 범위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법’에 ‘같은 기관’이 ‘다른 해석’을 한 모순을 국회에서 이탄희 의원이 지적하자, 한 장관은 답변을 제대로 못하다가 갑자기 “근데 왜 법안에서 ‘중’을 ‘등’으로 바꾸었냐”고 엉뚱하게 국회에 책임을 돌리며 흐지부지했다.
‘빡침’ 모드인 국회의원이 법사위에 유독 많아서일까.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받는 이가 대놓고 깐죽대거나 뻔뻔하게 구는 일이 잦아서일까. 차분하고도 집요한 ‘팩트체커’로서 이탄희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사실을 기반으로 묻고 또 묻고 확인하고 증명하며 거짓말을 가려내는 능력은 어쩌면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중요한 직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탄희는 성실한 직업인이다.
그가 직무에 충실한 덕에, 대통령실 수석과 부적절한 문자를 주고받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말 바꾸기가 드러났다. 대통령 시행령에 대한 법령 심사안이 있는데도 없다 하고 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이완규 법제처장의 말 바꾸기도 들통났다. 공공지출을 줄인다는 이유로 전자발찌 전담 보호관찰관 수는 단 한 명도 안 늘려놓고는, 서울중앙지검 별관을 새로 짓는 데 800억원 가까이 편성한 문제도 논란이 됐다. 검찰청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의 ‘이상함’도 깨알같이 떠올랐다. “정부의 철학과 진심은 말이 아니라 돈 쓰는 우선순위를 봐야 한다”는 이탄희의 소신과 역량은 나랏돈 쓰임을 심사하는 일에도 도움이 됐다.
그가 2017년 초 사법농단을 알리고 2년 뒤 법복을 벗은 이유도 직업윤리 때문이다. 재판거래, 판사 뒷조사 등 사법농단의 본질은 헌법을 위반하고 재판 당사자들을 농락한 법관의 중대한 직업윤리 위반이었다. 이를 바로잡을 대법원장은 법관 징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법관 탄핵을 할 수 있는 국회도 책임을 방기했다. 판사 이탄희가 직업인으로서 자기 명예를 지키고 동료와의 신의를 지키는 다른 길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이탄희는 파란색 마스크를 자주 쓴다(사진). 민주당 소속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면, 스스로 추스르는 심리적 다짐이나 노력일지도 모른다. 그는 양당 독식 체제에 문제의식이 깊다. 양당이 서로를 헐뜯고 비추며 반사이익만 노리는 정치를 ‘혐오정치’라 부른다. 상대를 악마화해서 우리 편을 결속하는 ‘조직논리’가 정치인의 ‘직업윤리’를 압도하는 지금의 상황을 이탄희는 어떻게 견딜지 궁금하던 차에 소식을 들었다.
그는 9월 말 민주당 이동학 전 최고위원, 전용기 의원, 국민의힘 김용태 전 최고위원, 천하람 혁신위원, 최재민 강원도의원, 정의당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과 초당적으로 ‘정치개혁 2050’ 모임을 만들었다. 국회의원 선거법부터 바꿀 계획이다. 이탄희가 직업인으로서 양당 체제에 갖는 위기의식이 “내가 못해도 남이 더 못하면 이기는” 식의 ‘나쁜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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