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신도시는 민주당’ 공식 무너질까

노동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자산 격차 경험한 뒤에 따라올 표심
등록 2022-03-08 23:46 수정 2022-03-09 11:19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2월 경기도 도시 지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부동산 문제가 3월9일 치르는 대통령선거를 넘어서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보여준다. 박빙 구도 속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추격하는 형세가 된 이유도 시사한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경기일보>·조원씨앤아이가 2월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자동응답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 지지율(43.2%)이 이 후보(41.1%)를 2.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김포시는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갑 선거구 득표율 52.9%, 을 선거구 53.8%로 압승한 곳이다. 김포한강신도시 등 아파트 단지에서 몰표를 받은 덕분이다.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고양시의 경우 일산동구와 일산서구에서 윤 후보가 45%를 약간 넘는 지지율로 우세했다.

서울 35.8% 오를 때 수원 영통구 61.4%

2014년을 전후해 민주당이 경기도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기도에 늘어난 신도시 거주민의 지지였다. 도농 복합 지역이던 남양주시는 서울 통근자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면서 인구가 2005년 34만 명에서 2021년 73만 명으로 늘었다. 토박이 비중이 높아 보수세가 강했던 남양주의 병 선거구까지 민주당이 총선에서 휩쓸었다. 경기도는 유권자 중 40대 비중이 20.1%(2021년 기준)로 서울(17.8%)이나 6개 광역시(18.7%)보다 높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경기도 신도시 표심의 변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경기도 정치 지형이 확 바뀐 데는 부동산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매매가는 물론이고 전세가가 뛰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아파트 매매 지수(2019년 1월을 100으로 놓고 해당 지역 매매가격을 지수화한 것)를 보면 문재인 정부 전반부는 변동폭이 작았다. 2017년 5월 95.1에서 2020년 1월 100.5로 소폭 오른 정도다. 그런데 2022년 1월 146.7로 2년 만에 46%가 뛰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 지수도 99.4에서 125.7로 26.5% 급등했다.

수원 영통구(매매 지수 증가율 68.3%), 고양 덕양구(61.4%), 의왕(60.1%), 수원 권선구(59.3%), 남양주(56.9%), 수원 장안구(56.0%), 부천(53.6%) 등은 지난 2년간 전국에서 가장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이다(표1). 같은 기간 서울은 35.8%, 광역시는 29.7% 올랐다. 전세가 상승률도 비슷한 양상이다. 남양주(36.3%), 시흥(35.4%), 오산(33.7%), 고양 덕양구(32.9%), 고양 일산동구(32.4%), 평택(30.0%) 등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전세가 급등 지역이다(표1). 다만 전세가는 서울(25.5%), 인천(25.9%), 대전(24.8%) 등 대도시를 가리지 않고 뛰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주택 가격 급등이 정치적 불만에 불을 지피는 이유는 다주택자를 제외하면 모두가 손해를 보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는 물론이고, 생애주기에 따라 좀더 면적이 넓거나 교육 등 주거 환경이 뛰어난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1주택자도 소득 대비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곤란을 겪는다. 지난 5년간 가격 상승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고, 시기를 틈타 ‘상급지’로 이동하는 전통적인 중산층 자산 증식 과정은 붕괴됐다. 대신 자산의 상속이나 증여가 주택 마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됐다. 노동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자산 격차를 경험한 유권자가 정권심판론에 기우는 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전세가 급등은 자본 차익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주택의 실수요 가치가 올랐음을 의미한다. 공급 부족, 유동성 확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수출 대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상위 중산층 소득 증가 등이 전세가도 끌어올린 것이다.

전세가 오르면 보수정당 득표율 상승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주택 문제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동별 아파트 제곱미터(㎡)당 매매가·전세가(KB국민은행 2020년 3월~2021년 3월 자료)와 총선과 재보선 득표율(총선은 거대 양당과 위성정당, 진보정당 비례대표 득표 합산)의 변화(표2)를 살폈다. 투표 불참자를 고려해 전체 유권자 수 대비 득표율을 기준으로 했고, 법정동을 기준으로 자료를 결합했다. 분석 결과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국민의힘·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등 보수정당의 득표율은 더 많이 올랐고,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정의당 등 민주·진보 정당은 떨어졌다. 전체 지지율 변화 효과를 쪼개면 보수정당 득표 증가가 85%, 민주·진보 정당 득표 감소가 15% 정도였다. 게다가 과거 1년간 전세가 상승률이 유의미하게 영향을 줬다. 전세가가 100% 오르면 보수정당 쪽 득표율은 2.7%포인트 높아지고 민주·진보 정당 쪽 득표율은 0.6%포인트 하락했다.

지금 상황은 ‘주택 가격 상승→유권자 보수화’ 등식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주거 불안정과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이 문제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내 임차인의 불안 요인을 묻는 문항을 따로 분석해봤다. 분석 대상이 되는 지역을 경기도로 좁혔다. 임차료 인상 가능성을 불안해하는 비율은 2017년 30.4%에서 2020년 37.8%로 7.4%포인트 증가했다.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에는 8.2%포인트, 재계약 거부에는 6.9%포인트 각각 불안하다는 비율이 증가했다.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

부동산 세제를 가격 안정화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도 불만을 키운다. 세율 인상은 보유자 몫이던 가격 상승에 따른 이득을 세금 형태로 국가가 가져가는 효과가 있을 뿐, 무주택자 처지에서 미래 주택 보유에 따른 부담을 줄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행 이자 대신 보유세를 더 내야 할 뿐이다. 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가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라고 규정한 것은 수도권까지 확대된 매매가·전세가 급등을 마주한 유권자의 심정을 보여준다. 부동산 이슈가 계속 선거 구도의 기저에 깔려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귀동 <전라디언의 굴레> 저자·<조선비즈> 기자

*조귀동의 경제유표: 경제유표란 경제를 보면 표심, 민심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격주 연재.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