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야외 ‘광장마당’에 200명가량이 모였다. ‘세상을 바꾸는 2022 대선공동행동’(대선공동행동)이 주최한 ‘3·1 정치파티’에 모인 사람들이다. 대선공동행동은 2022년 2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개인들이 꾸린 단체다. ‘미래의 비전 대신 네거티브와 막말이 난무하는 대선을, 답답해서 두고 볼 수가 없다’는 데 동의하는 이들이 알음알음 모였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정권 교체 아니면 정권 재창출’ ‘정권 재창출 아니면 정권 교체’라는 돌림노래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지워지고 사라진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장애인,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려야 한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를 말할 때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 정치와 나라를 책임지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같이 다녔던 지역주민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동서울시민의힘’ 회원들도 이날 참석했다. 김신옥진 집행위원장은 “대선 후보 TV토론을 보면 주요 후보들이 서로 ‘거짓말하지 말라’는 공방만 하고 정작 성평등·노동권 같은 중요한 가치는 말하지 않는다”며 “대선에서 사라진 목소리를 함께 내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정치파티’의 마지막 순서는 거리행진이었다. 참가자들은 맨 앞에 ‘기미년엔 독립선언, 임인년엔 주권선언’이라고 쓴 펼침막을 세웠다. 지나가던 한 시민이 참가자들의 구호를 듣고 혼잣말하듯 말했다. “인정, 인정. 나도 누굴 뽑을지 모르겠어.”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겨레21>은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선거 국면에서 주요한 ‘표’로 계산되지 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선 후보들이 좀처럼 발언하지 않는, 국민 개개인의 삶과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다. 총 25명을 인터뷰했고 그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20대 여성, 장애인, 빈민, 비정규직 노동자, 기후위기 활동가, ‘차별금지법 활동가’ 등 7명이 직접 말하는 형식으로 재구성해 글을 싣는다. 이들은 말한다. 주어진 양자택일형 시험을 거부하고 문제의 오류부터 지적해야 한다고. _편집자주
“개 식용 산업의 조속한 종식 방안을 마련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개 식용 종식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동물권대선대응연대가 2022년 1월,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의견을 묻자 두 후보가 보내온 답변
이 몸은 고양이다옹. 이름은 ‘양댕냥’. 거리에서 자랐지만 우연한 기회에 인간 친구를 만나 보살핌을 받게 됐다. 우리 야옹이들에게는 인간들의 선거에 표를 던질 권한이 없지만, 그래도 한국 땅에 발 딛고 사는 동물로서 인간 친구들에게 몇 마디 조언할 수 있을까 해서.
요즘은 이 나라에서도 동물권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인간들의 대표 중 대표를 뽑는 이번 선거에서도 1~2등을 다투는 후보들이 우리들의 병원비에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게 이 몸의 밝은 귀에 쏙 들어왔다. 그동안 우리 동물들은 아프면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도 못하고 버려지거나, 반려인 집사에게 병원비 폭탄을 안긴 미안함에 마음고생했다.
동물병원마다 많게는 6배까지 진료비가 차이 나는데, 이번에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 후보가 이걸 ‘진료행위별로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비슷한 수준의 병원비’를 내도록 맞춰주겠다고 약속한 거다. 물론 우리 진료비를 엇비슷하게 맞추려면 진료행위를 세분화하고 행위별로 비용을 맞추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내 노후를 걱정하는 집사의 시름을 덜게 됐으니 이 몸이 기쁘지 않을 텐가.
하지만 거리에서 자란 이 몸이 볼 때 인간 선거에서 나오는 동물권 이야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옹. 우리 같은 ‘반려동물’만 동물은 아닐 텐데 말이야. 인간들이 돈을 벌기 위해 사육하는 ‘농장동물’들도 있다고. 돼지, 소, 닭, 오리, 말 친구들. 법의 사각지대에서 댕댕이 친구들도 식용으로 사육되지만.
식용견이라니! 이 견공을 인간이 어떻게 사육하고 도살하는지 알면 누구도 먹을 수 없을 거다옹. 이재명, 심상정(정의당) 후보, 두 사람 다 ‘개 식용 금지’를 약속했으니 반가운 일.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사회적 합의 결과’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개 먹는 사람과 안 먹는 사람이 모여서 회의라도 해야 한단 말이냥? 토리 집사, 이러기냐옹.
견공들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돼지, 닭, 소 같은 농장동물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인간들은 잘 모른다. 1평짜리 고시원에서 인간 10명이 발도 뻗지 못하고 먹고 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공장식 축산’을 바꿔보겠단 약속은 듣기 어렵다. 심상정 후보가 ‘동물복지 축산농장’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게 전부다옹. 더 안타까운 건 야생, 유기, 전시, 실험 동물 친구들 이야기다.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말이다. 1~3번 후보 중에선 심상정 후보만 이 사각지대를 들여다봤다. 우리 친구들을 가두고 아프게 하는 체험 동물원, 동물체험 카페를 규제하고 동물 실험도 줄이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모쪼록 인간 대표들아. 집사들 눈치만 보지 말고 이 나라 동물들을 위한 진짜 복지는 뭔지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 그럼 이 몸은 ‘츄르’ 벌이 간다냥.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반려동물 가정, 동물권 단체 활동가의 이야기를 종합했습니다.
*대화 나눈 사람: 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기획팀장,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 반려동물 집사 김동섭, 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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