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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SWOT-안정적이거나 미지근하거나

민주당 대선주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SWOT 분석
등록 2021-09-22 18:27 수정 2021-09-23 02:51
일러스트레이션 권범철

일러스트레이션 권범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엄·근·진’(엄중·근엄·진지)이라는 별명처럼 신중하고, 합리적이며, 균형 잡힌 태도로 ‘최장수 국무총리’의 소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내딛자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하며 발목을 잡았다. 특유의 균형감각은 신속한 결단에 방해가 됐고, ‘관리자형 리더십’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강점(Strength) 언변과 디테일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의 강점 중 하나는 말솜씨, 글솜씨다. 국무총리 시절에도 연설 담당 참모가 써온 글을 항상 자신의 언어로 세심하게 다듬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표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르게 된 것도 그의 ‘언변’이 한몫했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가 공감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그가 “기자 출신으로서 갖는 강점이 있다”며 “폭넓은 상식을 갖췄고 균형감각이 뛰어나서 디테일에 강하다.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장점이 되레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전 대표가 논란을 일으키는 튀는 발언을 하지도 않지만 “언어의 온도가 미지근하다”고 했다. “메시지의 전달력은 출중하나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의제, 좌표 등이 모호”할 경우 사람들을 사로잡기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디테일’에도 강하다. 매사에 꼼꼼한 성격으로 세부 현안을 두루 살펴 실무를 보는 참모들이 긴장하기 일쑤였다.

약점(Weakness) 당대표 이후 지지율 하락세와 동지의 부재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가 총리직에서 내려와 ‘대선주자 이낙연’으로 시험대에 오르면서 여러 약점이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당대표를 지내면서도 자신만의 성과나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20년 하반기 당대표에 당선된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 전 대표를 오래 지켜본 한 인사는 “이 전 대표는 안정·합리적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탁월한 행정력을 발휘하고 민심을 잘 읽어 다수가 납득할 만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당대표 시절 이런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낙연 캠프에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합류해 ‘세력’은 형성했지만 ‘동지가 부재하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성한용 선임기자는 “대통령을 하려면 동지가 있어야 한다”며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을 할 때도 의원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 이낙연 후보를 돕는 정치인 가운데 진짜 이낙연 후보의 동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는 권노갑·한화갑 등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안희정·이광재·이기명·강금원 등이,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한테는 양정철·노영민·정동채 등이 있었다면, 이 전 대표에겐 ‘수족’이라고 할 만한 이들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 전 대표의 엘리트적 이미지가 실점 요소라는 분석도 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권위에 맞서 싸우며 올라온 사람이 아니라 김대중이라는 정치 거물에 의해 발탁, 곧 ‘권위’에 의거해 올라온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기회(Opportunity) 이재명과 윤석열의 불안정성

1인자의 실수가 2인자한테는 기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다 실수하거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노출하면 경험 많고 안정적인 이미지의 이 전 대표가 득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이들 후보가 실수나 불안정성을 노출할수록 이낙연 전 대표가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낙연은 상대적으로 이들보다는 검증이 많이 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국회의원직까지 던지며 배수진을 친 이 전 대표는 9월12일 민주당 국민선거인단 경선(1차 슈퍼위크) 30%대(31.5%) 득표를 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또 이재명 지사가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를 치를 경우, 이 전 대표가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세를 흡수해 ‘대역전 드라마’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협(Threat) 안정적인 ‘2등 이미지’

이 전 대표는 이재명 지사 다음으로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이지만 ‘2인자’ 이미지로만 일관하는 것 역시 곤란하다. 윤태곤 실장은 “안정적인 2위의 이미지가 너무 오래 유지되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당원 기반을 보면 이 전 대표는 전남 지지층이 특히 두껍다. 하지만 호남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 곧 ‘이길 수 있는 민주당 후보’로의 몰표는 핵심적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재명만이 윤석열 잡는다’는 인식이 번지면 이 전 대표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 전 대표 자신의 독자적 지지층을 확보하지 않는 한 ‘반이재명’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셈이다.

<한겨레>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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