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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살겠다 갈아보자’ 다음 대통령 슬로건은?

대선 후보의 국정 철학을 표현하는 한 방

역대 대통령 후보들은 어떤 슬로건을 내세웠을까
등록 2017-04-05 11:52 수정 2020-05-03 04:28
이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나오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어떤 질문이어도 좋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전자우편(khsong@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다음 카카오 1boon 페이지(http://1boon.kakao.com/h21)에서 더 많은 대선 궁금증 풀이를 보실 수 있습니다. _편집자
질문1. 역대 대통령선거에는 어떤 슬로건이 나왔나요?
제15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구호가 적힌 포스터를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곽윤섭 기자

제15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구호가 적힌 포스터를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곽윤섭 기자

결정적 한 방!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을 볼 때, 하다못해 소개팅을 나가도 날 각인시킬 ‘한 방’은 필요하죠. 대선이라고 다를까요. 19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한마디, 슬로건을 내놓습니다. 어떤 미래를 꿈꾸고, 왜 자기가 적합한 후보인지 한마디로 응축하는 거죠. 당대 시대정신을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에 따라 표심이 좌우됩니다. 거의 모든 대선에서 그래왔으니까요.

슬로건의 역사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에서 시작됩니다. 가장 유명한 슬로건이죠. 1956년 3대 대선 때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들고나왔습니다.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를 규탄하며 나온 구호였습니다. 여론도 들끓었습니다. 이승만은 ‘갈아봤자 별수 없다’는 구호로 대응했지만, 자신들의 실정을 인정한 셈이어서 도리어 민심만 잃었습니다. 신익희 후보가 슬로건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거죠. 신익희 후보가 급서하는 바람에 ‘갈아보자’는 국민의 염원은 선거로 이뤄지지 못했지만요.

슬로건은 12·12 쿠데타의 주역을 대통령 자리에 앉히기도 합니다. 1987년 민주화 뒤 이뤄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위대한 보통 사람의 시대’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습니다. 6월 거리를 메운 ‘넥타이 부대’처럼 그도 흰 셔츠를 입고 소매를 걷고 나와 ‘보통 사람’이라고 외친 겁니다. 덕분에 노태우는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됐고, 그 시대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얻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주장하던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라는 프레임을 일거에 뒤집어버렸죠.

잘 만든 슬로건은 다음 대선에서도 변주됩니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후보가 내놓은 ‘준비된 대통령’은 대권 4수라는 약점을 전환한 슬로건입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준비된 여성 대통령’은 이를 차용했다고 볼 수 있어요. 19대 대선을 준비하는 문재인 후보 역시 ‘준비된 대통령, 문재인’이란 슬로건을 내놓았습니다. 오랜 정치 경력을 부각하고 많이 소비된 이미지를 보완하는 데 효과적인 슬로건임이 증명된 셈이니까요.

어떤 슬로건을 내세우냐에 따라 표차가 크게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들고나왔는데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뒤 경제위기를 겪은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 슬로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가족행복’ 구호를 들고 나왔는데요.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큰 표차로 패하게 됩니다. 경제위기에 따른 당시 국민들의 ‘성공 바람’을 얼마나 잘 읽었느냐가 표심의 향방을 좌우한 듯합니다.

당선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많이 회자된 슬로건도 있죠. 바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저녁이 있는 삶’입니다. 원래 구호는 ‘정의로운 민생정부, 함께 잘 사는 나라’였는데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아 출마선언문에 있던 ‘저녁이 있는 삶’으로 바꾼 것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제 ‘저녁이 있는 삶’은 현대인의 팍팍한 삶을 표현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쓰이고 있어요.

19대 대선은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이뤄지는 선거입니다. 그만큼 대선 후보들이 어떤 시대정신을 담은 구호를 들고나올지 주목되는데요. 적폐 청산? 대통합? 어떤 구호가 우리 마음을 잡아끌까요?

김가윤 객원기자 gaga0618@naver.com질문2. 후보의 매력과 정책만으로 당선될 수 있나요?

선거에서 당선을 결정짓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후보의 매력과 정책이겠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구도가 어떻게 짜이는가, 누가 누구와 단일화하는가, 대선을 앞두고 어떤 사건이 터지는가, 이런 변수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죠. 물론 중요한 변수처럼 보였지만 막상 선거 결과를 뒤집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 대선들에선 어떤 변수가 있었을까요?

1987년 13대 대선은 구도가 중요한 변수 중 하나였습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한국 정치사의 거인들이 맞붙은 선거였기 때문이죠. 국민은 민주화운동을 이끈 김영삼·김대중 두 정치인이 하나로 합심하기 바랐지만, 두 사람은 결국 단일화에 실패했습니다. 결과는 36.6%를 얻은 노태우의 승리였고요.

1997년 15대 대선은 변수가 많았습니다. 특히 사건 이슈가 엄청났습니다. 선거를 한 달 앞둔 11월21일, 외환위기를 맞은 김영삼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함으로써 대선 이슈를 모조리 휩쓸어버렸죠. 구도 싸움도 치열했는데, 호남의 맹주 김대중과 충청의 맹주 김종필이 ‘DJP 연합’을 결성했고, 신한국당 경선 결과에 불복한 이인제가 신당을 만들어 출마해 이회창의 표를 잡아먹었습니다. 이 선거에서 이인제는 19.2%를 득표했습니다. 이처럼 유리한 사건과 구도 속에서도 김대중은 1.6%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거뒀지요.

2002년 16대 대선은 후보 자체가 변수였습니다. 경선에서 승리하리라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노무현이 경선 룰에 힘입어 대선 후보가 됐죠. 그다음에는 구도가 중요했습니다. 당시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월드컵 흥행에 힘입어 출마를 선언한 겁니다. 선거가 가까워오자 노무현이 정몽준과 단일화를 이뤘는데, 선거 하루 전날 밤 10시 정몽준이 안보 문제를 이유로 지지를 철회하는 대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무현은 2.3%포인트 차이로 승리를 거둬 제16대 대통령 당선자가 됐습니다. 이 선거는 지금까지도 가장 드라마틱한 선거로 기억되죠.

2012년 18대 대선은 구도 변수가 완전히 제거된, 그야말로 총집중 선거였습니다. 지난 선거의 이인제처럼 보수 진영 박근혜 표를 갉아먹는 후보도 없었고, 진보 진영에서도 심상정·이정희가 문재인을 지지하며 후보 사퇴를 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것은 안철수·문재인의 단일화 협상이었죠. 안철수의 문재인 지지 선언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반면 사건 이슈가 강력했습니다. 선거를 두 달 앞둔 10월에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며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선거를 일주일 앞둔 12월11일에는 그 유명한 ‘국가정보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이 시작됐죠. 한바탕 이슈가 들끓었으나 3.6%포인트 차이로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60일간의 짧은 선거입니다. 이 짧은 기간은 강력한 변수를 만들어내는 요인이 될까요, 아니면 변수 없이 무난하게 선거가 끝나는 요인이 될까요? 모를 일입니다.

강남규 객원기자 slothlove21@gmail.com질문3. 선거는 누가 준비하나요?
4월22일이면 19대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가 전국에 게시 완료된다. 18대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4월22일이면 19대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가 전국에 게시 완료된다. 18대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선거’ 하면 쉽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후보자 얼굴과 기호가 적힌 포스터 앞에서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죠. 투표용지 앞에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성숙한 시민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이 장면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요? 누군가 포스터를 인쇄해 부착했을 겁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투표용지를 뽑고 보관한 사람도 있었겠죠.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선거철 ‘분위기 메이커’ 벽보는 누가 붙일까요? 벽보 붙이는 과정을 알아봤습니다. 벽보는 후보자가 직접 제작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하는 규격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죠. 포스터 제작을 마친 후보자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 이후 5일 뒤까지 관할 구·시·군 선관위에 완성본 포스터를 제출해야 합니다. 구·시·군 선관위는 후보자들로부터 받은 벽보를 읍·면·동 선관위로 배부합니다. 벽보는 읍·면·동 사무소가 주관해 붙입니다. 직원들이 나서거나 사람을 채용해 벽보를 게시합니다.

벽보 붙이는 위치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 포스터만 덩그러니 붙어 있다면 후보자들이 열심히 만든 벽보가 무의미해집니다. 선관위는 “선거인의 통행이 많고 통행인이 보기 쉬운 건물 혹은 게시판 등에 게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직 벽보를 보지 못하셨죠? 선관위에 문의해보니, 4월22일 선거 벽보 게시가 완료된다고 합니다. 전국 8만7천여 곳에서 벽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벽보가 붙어야 선거 분위기가 좀 날 것 같습니다.

벽보가 선거 분위기를 만든다면, 투표용지는 우리의 대통령을 만듭니다. 투표용지는 어떤 과정을 거쳐 준비될까요?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뽑을 인쇄소부터 선정합니다. 투표용지 인쇄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쇄소의 명칭과 소재지는 사전에 공지됩니다. 인쇄소 선정 기준은 까다롭습니다. 선관위는 “위원회와 가깝고 투표용지 인쇄 경험이 있으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와 관련이 없는 인쇄소를 선정한다”고 말합니다.

인쇄 과정에 수많은 관계자가 참여합니다. 먼저 경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안전하게 인쇄하고 옮기기 위해 관할 경찰서장에게 경비 협조를 의뢰합니다. 경찰은 인쇄가 끝날 때까지 인쇄소의 안전을 책임집니다. 다수의 선관위 직원들도 참여합니다. 직원들은 인쇄 초고의 이상 유무를 교차로 확인합니다. 이후 초고를 상급위원회로 보내 최종 점검을 받습니다. 상급위의 확인이 있어야 본격적인 인쇄 작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해당 선관위의 정당추천위원도 함께합니다. 투표용지 인쇄와 납품 과정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섭니다.

투표는 어렵지 않습니다. 선거날 투표소에 가서 도장 한 번만 찍으면 됩니다. 하지만 투표 준비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선거를 위해 바쁘게 움직입니다. 국민의 뜻을 온전히 담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땀 흘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우리도 투표를 준비해보는 게 어떨까요. 5월9일 대통령선거에 한 표, 어떠세요?

나경렬 객원기자 nakr72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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