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우리는 열린 선거를 원해요

대선 공약 한눈에 보고 지지 후보 마음껏 밝힐 수 있는 선거는 언제쯤 올까
등록 2017-03-25 20:44 수정 2020-05-03 04:28
이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나오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어떤 질문이어도 좋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전자우편(khsong@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다음 카카오 1boon 페이지(http://1boon.kakao.com/h21)에서 더 많은 대선 궁금증 풀이를 보실 수 있습니다. _편집자
질문1. OOO 후보 공약은 대체 어디서 찾죠?

아직 경선 과정이지만 국민은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 궁금합니다. 워낙 짧은 기간에 펼쳐지는 선거니까요. 그런데 공약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무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라도 역시 공식 홈페이지 아닐까요? 홈페이지에서 공약 찾기, 어렵지 않겠죠? 제가 일일이 찾아가봤습니다.

이런, 쉽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가 아예 없는 후보도 있습니다. 한 명씩 살펴볼까요. 주관적으로 보기에 홈페이지가 잘 갖춰진 순서대로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 홈페이지는 모범으로 삼을 만합니다. 접속하면 널찍한 사진과 함께 ‘정책 비전’ 배너가 바로 보입니다. 배너를 클릭하자 공약이 분야별로 일목요연하게 펼쳐집니다. 인포그래픽을 포함해 내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뒀네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떨까요. ‘대세’답게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다만 정책은 다소 불친절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어떤 정책들은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 보기 좋은데, 어떤 공약들은 그냥 기조연설문을 복사해 붙여 넣은 정도입니다. 일관성과 직관성이 아쉽군요.

홈페이지는 잘 만들었는데 정책은 블로그에만 모아둔 후보들도 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그중 한 명입니다. 홈페이지에서 ‘정책팩토리’를 클릭하니 블로그로 이동되네요. 그래도 정책들이 블로그에 잘 정리돼 있는 편입니다. 분야별로 나눠놓은데다 이미지 형태로 만들어 눈에 잘 띄네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홈페이지에서 ‘정책’을 클릭하면 블로그가 나오는 후보입니다. 정책이 다양하고 구체적인데, 다만 게시물 제목이 통일성이 없고 형식도 제각각이라 혼란스러운 게 아쉽습니다.

SNS를 잘 활용하기로 유명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홈페이지는 어떨까요. 나이, 직업, 장애 여부 등에 따른 기본소득 배당액을 계산해주는 ‘기본소득 계산기’가 눈에 띄네요. 재밌고 좋습니다만 다른 정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블로그를 검색하다보니 거기에 정책들이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안내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요.

홈페이지가 있는 후보들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경기도정 홈페이지만 운영할 뿐 대선용 홈페이지는 따로 운영하지 않습니다. 블로그에 찾아가니 ‘대한민국 Rebuilding’ 메뉴에 정책을 모아놨네요. 하지만 제목이 제각각이고 형식도 일관적이지 않아 정책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아예 홈페이지가 없습니다. 홈페이지를 클릭해봤더니 페이스북 페이지가 나옵니다. 안 만든 모양이에요. 그래도 블로그를 찾아가면 ‘안철수의 정책 약속’에 정책을 잘 정리해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머리에 분야를 표기하고 내용은 이미지 형태로 잘 만들어놨어요.

아직 대선 레이스 초반이라 그런 걸까요? 적극적인 자기 홍보도 좋고 유권자와 소통하는 SNS 활용도 좋지만, 무엇보다 정책이 궁금한 유권자를 위해 홈페이지 잘 보이는 곳에 정책을 정리해두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점점 나아지겠죠?




대선  후보별  정책  정리  별점


안희정 충남지사 :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
심상정 정의당 대표 : ★★★★☆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 ★★★☆☆
이재명 성남시장 : ★★★☆☆
남경필 경기지사 :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 ★★☆☆☆


강남규 객원기자 slothlove21@gmail.com질문2. 한국에는 왜 ‘트럼프 모자’가 없나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유세를 끝낸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모자를 던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유세를 끝낸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모자를 던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가장 히트한 상품은 뭘까요? 바로 ‘트럼프 모자’입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도널드 트럼프는 유세 기간 내내 쓰고 다녔습니다. 수많은 지지자가 모자를 구입해 쓰고 다니면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냈죠.

미국의 선거 기념품 시장은 규모가 12억달러(약 1조34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큽니다. 유권자는 기념품을 구입함으로써 자신이 응원하는 후보 캠프에 기금을 보태고, 캠프는 선거 자금을 얻게 되죠. 미국에서는 대선 기간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유권자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모자, 열쇠고리, 티셔츠, 심지어 강아지 옷까지 다양한 기념품이 절찬리에 팔립니다. 그런데 왜 한국의 선거에서는 이런 풍경을 찾아볼 수 없을까요?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90조는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마스코트 등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후보자 이름, 색깔, 당명, 기호가 새겨진 옷은 등록된 선거운동원 또는 자원봉사자만 입을 수 있습니다. 후보 이름이 명시되지 않더라도 후보자를 상징하는 경우엔 단속 대상입니다. 엄격하죠?

배우 문성근씨는 2002년 대선 당시 ‘희망돼지 저금통’을 나눠주고 지지 서명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저금통을 나눠주고 돌려받은 행위를 선거법 제90조 위반으로 봤기 때문이죠. 희망돼지 저금통은 선거법에서 금하는 ‘기타광고물’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시였습니다. 당시 노무현 후보를 상징하는 문구가 있고, 해당 행위 자체에 선거운동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가까운 나라 대만에서는 선거 기간에 맞춰 각 당 사무실에서 후보의 기념품을 직접 판매합니다. 2015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차이잉원과 차이잉원이 키우는 고양이가 그려진 머그컵, 티셔츠, 모자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인기 만화 주인공과 차이잉원을 합성한 아바타 인형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현행 선거법을 완화하자는 여론이 형성될 때마다 우려의 목소리가 앞섭니다. 선거법을 개정하면 부패가 양산될 거라는 주장이죠. 그러나 ‘작은 부패’에 매달리는 방식의 각종 정치활동 제한이 오히려 더 큰 부패를 양산하고 정치적 에너지를 무력화하는 건 아닐까요?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말했습니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선거법, 선거운동 기간과 방식의 범위, 예비후보 등록 기간 등을 규제하는 선거법을 최소한의 비용 규제를 제외하고 일정한 선거비용 범위에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지지 후보의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후보자 연설’을 보러 가고, 자신의 지지 후보가 누구인지 적극적으로 밝히는 모습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까요? 정치적 무관심, 낮은 투표율, 냉소주의 해결의 실마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천다민 객원기자 abeairy@gmail.com질문3. 왜 주요 정당들이 기호 1~2번을 차지하나요?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이름 순서가 공평하게 배열되는 ‘교호순번제’가 도입됐다. 선거관리위원회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이름 순서가 공평하게 배열되는 ‘교호순번제’가 도입됐다. 선거관리위원회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거철이 되면 흔해지는 풍경이 있습니다. 유세 차량 앞에 선 사람들이 손가락 하나, 혹은 둘을 펴고 열심히 좌우로 흔드는 모습이죠. 여기서 번지는 의문 하나. 왜 눈에 익은 후보자만 1번, 2번을 차지할까요? 바로 ‘정당기호제’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50조 3항은 “후보자의 게재 순위를 정함에 있어서 후보자 등록 마감일 현재 국회에서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국회에서 의석을 갖고 있지 아니한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무소속 후보자의 순으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의석이 많은 정당 후보자, 의석이 적은 정당 후보자, 의석이 없는 정당 후보자, 무소속 후보자 순으로 게재되는 거죠.

정당기호제는 시장, 도지사 등 정당 관련 선거에 모두 적용됩니다. 단, 교육감 선거는 예외입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추천과 무관하기 때문에 추첨으로 기호를 정하는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가 후보자 앞에 붙은 ‘숫자’의 의미를 오해했죠. 숫자를 보고 자연스레 후보자와 정당을 연관짓게 된 겁니다. 기호 추첨만 잘하면 당선에 유리하다는 풍문이 퍼지면서 교육감 선거는 ‘로또 선거’라는 오명을 쓰게 됐습니다. 자연스레 후보자들은 앞 번호를 선호했죠.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2014년 6월4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부터 투표용지에서 기호를 삭제해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투표용지에 적힌 후보자 순서도 공정하게 분배했습니다. 매번 같은 후보자가 처음에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환배열 방식으로 투표용지를 제작합니다. 이를 ‘교호순번제’라고 합니다.

해외 사례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투표용지 우선 순서에 따른 편견과 유불리는 존재합니다. 적게는 1%에서 많게는 4%까지 순서에 따라 득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모든 나라가 정당기호제를 채택하진 않습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에는 정당기호제가 없습니다. 후보자 이름을 표기하는 순서도 순환제에 따르죠.

투표용지에서 정당과 후보자의 순위를 정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2013년 1월, 녹색당은 공직선거법 제150조 3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이른바 다수 의석 정당 후보자에게 득표를 몰아주는 ‘순서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이 조항이 후보자 선택을 제한하거나,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후보자 외의 후보자나 무소속 후보자의 당선 기회를 봉쇄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1997~2013년 총 여섯 번이지만 헌재는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선거철마다 꾸준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 ‘정당기호제 존폐 논란’.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다면 언젠가 사발통문처럼 생긴 종이에 기표하거나 무소속 후보가 기호 1번을 달고 출마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천다민 객원기자 abeairy@gmail.com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