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가 나서 아직까지 뉴스를 못 보고 있다.” “참담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대선이 끝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정권 교체’ 열망이 높았던 30대들의 충격과 혼란은 여전했다. 세대 전쟁이 남긴 상처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들은 50대의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교사 채용 면접, 박근혜 공약 정답은?
“나름 관심을 갖고 스스로 많이 준비한 선거였다. 정책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토론도 많이 했다. 정치판을 바꿔보자는 의지가 강했는데, 박근혜 당선인은 수구 정치인 아닌가. 젊은 층은 기회 평등을 바라는데, 가장 지지해주고 서포트해줘야 할 부모 세대인 50대가 청년 세대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기간제 교사인 이지선(31·서울 양천구)씨는 “친구가 사립학교 교사 채용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들이 박 당선인의 공약을 두 글자로 말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말문이 막혔는데, ‘소통’이라고 하더란다. 그렇게 대답해야 취직할 수 있는 건가 싶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장재석(35·서울 마포구)씨는 “박정희 향수가 역시 무섭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젊은 세대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50대는 ‘과거가 좋았지’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분들이 박정희 시대를 이성적 판단으로 극복하길 기대했는데…. 내 주변의 50대는 이번 대선 때 참여정부 욕을 많이 했다. 대선이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로 치러져 세대 갈등이 더 증폭된 것 같다.”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는 박은지(37·서울 영등포구)씨는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부정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50대 사장님들과 대선 얘기를 했는데 ‘네가 뭘 아느냐’고 하더라. 텔레비전 토론회 때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식 창씨개명 이름) 얘기가 나와서 좀 설득해보려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논쟁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
이희정(31·서울 은평구)씨도 50대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다고 본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적 위업’을 달성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돈에 대한 개념은 박정희 시절의 경제 발전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재벌, 부동산 투기, 돈이 돈을 낳는 사회, 초등학생도 집평수를 따지는 이런 세상이 그냥 왔나? ‘무데뽀’식 경제 발전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아닌가. 모든 게 참여정부 탓인가? 사회가 제대로 가려면 제대로 성찰하고 가야 한다.” 이씨는 “50대가 지금까지 쌓아온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좀더 길게 바라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상을 좀더 길게 바라봐주었으면”
박근혜 당선인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어버이의 마음’을 당부했다고 박선규 대변인이 1월10일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를 풀 때 여러 가지 제도·방안들이 있지만, 인수위원 여러분의 아들딸이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하고 그 마음으로 풀어달라.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문제를 해결할 때 여러분의 자제가 결혼해서 그네들이 세 들어가고 집을 사는데 어떻게 하는 게 그네들을 돕는 것인지 그 마음으로 풀어달라. 어버이의 마음으로 풀어달라.” 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30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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