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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보다 비싼 경유, 왜?

코로나19 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유류세 인하 등 복합적인 영향
등록 2022-06-18 02:07 수정 2022-06-18 02:07
*자료: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운송을 멈췄던 배경에는 화물차 연료인 경유값의 급격한 상승이 있다. 현재 경유값은 리터당 2090.62원(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2022년 6월15일 기준)으로 1년 전(2021년 6월 셋째 주, 1361.33원)보다 729.29원이나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 하면 경유값(월평균 기준)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022년 5월(1964.28원)에 가장 높았고, 이제 리터당 2100원대를 넘보고 있다. 화물연대는 “운송료의 30% 이상이 유류비로 지출되는 화물노동자의 특성상 심각한 생계 위협에 내몰려 있다”고 했다.

이번 유가 상승의 특이한 점은 그동안 리터당 200원가량 더 비쌌던 휘발유값마저 제칠 정도로 경유값 상승이 가팔랐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시장의 거래가격을 따르는데, 2022년 초 비슷한 수준에서 출발한 경유값은 휘발유값보다 배럴당 28달러가량 비싸졌다. 6월 셋째 주 기준 경유값은 배럴당 178.38달러, 휘발유값은 150.06달러다.

싱가포르 시장 경유, 두 배 이상 올라

이는 코로나19 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022년 들어 감소하면서 2년 동안 참았던 소비 심리가 풀리기 시작했고, 상품을 실어나를 화물차 운행을 더 빈번하게 했다. 여기에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유값 상승에 불을 붙였다. 유럽이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를 수입하지 않기로 하고 중동으로 수입처를 돌리면서, 국제시장에서 경유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유럽은 그동안 경유의 60%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싱가포르 시장의 경유값은 2021년 같은 기간(6월 셋째 주 79.24달러)과 견줘 두 배 이상 올랐다.

최근 정부가 운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 것도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비싸진 요인이다. 경유는 원래 국제시장에서 휘발유보다 더 싸지 않은데 국내에선 휘발유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유값이 더 싸졌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유류세를 30% 정률로 인하하면서 휘발유에 붙었던 세금이 경유 세금보다 더 많이 줄었고, 이것이 가격 역전으로 나타났다.

가격 고공행진으로 서민 경제에도 영향

정유업계는 경유값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장은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 팀장은 “미국이 휴가철을 맞아 8월까지 ‘드라이빙 시즌’에 들어가는 등 수요는 계속 높아지는 반면 전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재고량은 낮은 수준이어서 현재로선 유가가 떨어질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경유값 상승은 이제 화물차 운전 노동자뿐만 아니라 서민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기름값만 오르는 게 아니라 전력이나 가스 등 에너지 가격도 유가와 연동됐고, 플라스틱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제품이 석유화학에서 나와 거의 모든 물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와인 가격은 2021년 같은 기간과 견줘 20∼30%, 섬유 가격은 30∼40% 오르는 상황”이라고 김승태 이마트 과장은 전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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