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큰맘 먹고 시작했다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일 중 하나가 가계부 쓰기다. 포기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가계부상의 숫자, 지갑 속 현금, 계좌 잔액이 서로 잘 맞지 않는 까닭에 속을 태우다 결국 항복하게 된다. 또는 처음에는 돈을 많이 쓴 것을 반성하다가 어느 순간 자책감도 무뎌지면 ‘왜 가계부를 써야 하나’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가계부를 너무 정확하게 쓰려는 욕심이 낳은 결과다. 새해에는 가계부 쓰기에 한번 성공해보자. 다음 3가지만 지키면 가능한 일이다.
우선 기록은 단순하게 하되 예·결산은 꼼꼼하게 한다. 영수증에 있는 구매 목록을 모두 가계부에 옮겨적을 필요는 없다. 장을 본 뒤 콩나물부터 샴푸 값까지 하나하나 옮겨적다보면, 쓰다가 지치게 된다. 가계부는 개별 품목의 물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 아닌 만큼 소비 내역을 일일이 적을 필요는 없다. ‘식비 ○○○원’이나 ‘마트비 ○○○원’처럼 단순하게 적으면 충분하다. 굳이 식비와 생활용품비를 나눠서 적지 않아도 된다. 영수증 하나당 한 줄만 써도 된다. 다만 평소에는 내역을 단순하게 적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예·결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매달 지출에 대해 평가하고, 이를 다음달 예산을 짤 때 반영하기 위해서다. 가계부가 별로 신통치 않다고 말하는 가정의 대부분은 그냥 가계부를 쓰기만 한다. 평가와 개선의 과정 없이 기록만 하는 가계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둘째, 잔액을 맞추려는 욕심은 버리자. 가계부를 쓰다보면 하루이틀 기록을 빼먹기도 하고, 꼬박꼬박 기록해도 숫자가 잘 들어맞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연스레 가계부의 효용성을 의심하게 된다. ‘어차피 카드 명세서에 다 나오잖아’라고 합리화하며 가계부를 손에서 놓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는 10원짜리 한 장까지 아끼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완벽하게 기록하려다 포기하느니, 조금은 숫자가 안 맞더라도 지속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월급이 200만원인 가정이 있다. 가계부상의 숫자가 50만원 정도 안 맞더라도 나머지 150만원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잔액을 정확하게 맞추는 게 쉽지 않다. 물건은 이번달에 들여놨는데 돈은 할부로 6개월, 12개월 빠져나가니 기록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수증만 잘 챙겨도 절반은 성공이다. 물건을 구입하면 영수증이 따라온다. 이 영수증을 지갑 속에 잘 보관해두면 누락되는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지갑 속에 영수증이 자꾸만 쌓여서 눈에 거슬릴 때쯤, 영수증 정리도 할 겸 하나하나 가계부에 옮겨적으면 실제 지출과 가계부상 지출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 사실 평범한 가정에서 하루에 돈을 쓰는 횟수가 아주 많지는 않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주말을 빼면, 하루에 많아야 5건 이내다. 결국 지출 건수를 일주일치 모아도 30개 이내란 소리다. 이를 한꺼번에 가계부에 옮겨적는다고 해도 5~10분이면 충분하다.
박종호 에듀머니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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