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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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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을 이벤트로 만들자

고정지출 줄이기
등록 2013-11-22 14:10 수정 2020-05-03 04:27

대부분의 가정이 막연히 ‘우리 집은 쓰는 게 뻔해서 아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상담을 해보면 큰돈이 새는 가정은 많지 않다. 하지만 푼돈은 줄줄 샌다. 미래에 중요하게 써야 할 돈을 지금 푼돈으로 하찮은 곳에 마구 쓰고 있는 것이다. 잡동사니 소비가 지속된 탓에 소득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저축은커녕 빚만 쌓이게 된다. 잡동사니 소비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냉장고를 열어보자. 언제 넣어뒀는지도 모르는 먹거리로 가득 차 있다.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자. 냉장고가 꽉 차 있으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뿐더러 오래된 식재료들 사이에서 싱싱한 먹거리를 골라내기도 힘들다. 주말에 남은 채소를 모아서 비빔밥이나 볶음밥, 카레 등을 해먹는 것도 냉장고를 비우는 데 효과적이다. 냉장고를 다시 채울 때는 마트 대신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을 이용하자. 주말마다 대형마트에서 카트 한가득 담아오는 집과 동네 슈퍼나 시장을 이용해 필요한 것만 장바구니에 담아오는 집의 식비가 같을 수 없다. 대량구매를 하지 않았으니 버려지는 식재료도 줄고 냉장고를 정리하는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가벼워진 전기요금은 덤이다.
외식 횟수를 줄이고 질을 높여보자. 많은 가정이 매주 외식을 한다. 습관적인 외식을 하면 식비 지출은 늘어났는데도 먹는 즐거움은 크지 않고 자녀들도 고마워하지 않는다. 어릴 적 외식이 즐거웠던 건 좋은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라 외식이 일상적인 일이 아닌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외식 횟수는 절반으로 줄이고 금액은 20~30%만 깎는다면 식비 부담이 크게 감소한다. 가끔 하는 외식은 이벤트로 만들어보자. 자녀들과 맛집 투어를 기획해보거나 평소 잘 가지 않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찾아간다면 외식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다.
채워넣기 대신 비우기에 열중해보자. 잡동사니가 떡하니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질수록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되레 좁아진다. 언젠가 쓸 데가 있을 것 같아서 보관해두는 물건들이지만, 이사를 갈 때나 손대는 물건이 수두룩하다. 그러다보면 아까운 방 하나를 잡동사니 창고로 써야 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집 안에 몇십만원어치 물건을 더 들여놓느라 집값에 수천만원씩을 더 쓰게 되는 셈이다. 주방 역시 비슷한 용도의 물건이 여러 개씩 있지만 정작 사용하는 물건은 한 가지다. 싱크대가 꽉 차 있으니 물건을 꺼내기가 번거로워서 더 안 쓰게 된다. 사용하지 않은 지 2년이 지난 물건들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무리하게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옷장부터 시작해서 각종 전자제품, 싱크대, 베란다, 큰방, 작은방 등 순서를 정해서 차근차근 정리해보자. 그리고 다시 소비를 할 때는 꼭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만 사자. 집에 짐이 줄어들면 난방비 역시 아낄 수 있다.

박종호 에듀머니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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