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에서 지출 항목을 떠올릴 때 매달 나가는 주거비·식비·교통비 같은 정기지출만 따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놓칠 수 있는 것이 ‘비정기지출’이다. 지난 1월에도 설 연휴로 다른 달보다 지출이 늘었을 것이다. 이런 비정기지출로 인해 현금 흐름이 적자가 나도 ‘다음달이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넘겨버리게 된다. 하지만 3월에도 자녀들 개학으로 인해 등록금·교재비 같은 신학기 관련 지출이 이어지게 된다. 4월에는 자녀 소풍이, 5월에는 어린이날·어버이날이 버티고 있다. 6월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자동차세를 내는 달이다. 7·8월 여름휴가를 다녀오면 9월에는 자녀의 새 학기 시작에 추석까지 기다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우자, 양가 부모님, 자녀의 생일을 챙기다보면 1년 열두 달 중 여덟 달이 생일기념일이다. 물론 결혼기념일에 제사도 있다. 친척과 지인의 경조사도 챙겨야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 옷 한두 벌 정도 사줘야 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비정기지출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상담을 해보면 알뜰하게 쓴다 해도 비정기지출 금액이 월평균 50만원가량 나온다. 가족이 많아서 집안 행사가 많은 경우에는 비정기지출이 더 늘어난다. 계획을 짜서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비정기지출로만 월 100만원 이상 나가기도 한다. ‘1년에 한 번인데’ 하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돈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매달 쓰는 정기지출만 생활비라고 여겨 비정기지출은 예산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언제 얼마나 들어갈지 염두에 두지 않다보니 종종 마이너스통장이나 약관대출에 의존하게 된다. 적자 현금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정기지출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비정기지출 관리는 ‘예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산을 정한 뒤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정기지출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금부터라도 비정기지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략적으로라도 월별 비정기지출 항목과 규모를 예측해봐야 한다. 2월은 설 연휴·졸업, 3월 입학·등록금·교재비·봄옷, 4월 소풍, 5월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소득세(개인사업자) 등으로 지출 내역을 구체화하고 각 예산을 잡는 방식이다. 그 뒤에는 씀씀이를 줄여도 되는 항목을 따져본다. 예를 들어 가족여행을 성수기가 아닌 비수기 주말여행으로 교체할 수 있는지 점검해보자. 의류비라면 구매 시기와 내역을 정하는 것만으로도 지름신 강림을 막을 수 있다. 가족의 생일이나 명절은 날짜가 정해져 있으니 30만원, 5만원, 10만원 등으로 지출 한도를 미리 정해놓으면 좋다.
비정기지출이 적은 달에 남은 돈은 헛되이 쓰지 않는다. 지출이 많은 달을 위한 비상금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써야 하는 돈이라도 미리 지출 계획을 짜는 습관을 만드는 게 돈 관리의 핵심이다.
박종호 에듀머니 본부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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