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20일. 언론 역사에 눈사태가 일어났다. 가 ‘스노폴’(Snow Fall)을 공개한 날이다. 스노폴은 언론 지형도를 단숨에 밀어냈다.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랙티브 기사’를 기웃거렸고, 저마다 이것이 혁신이노라 외쳤다. 돌아보자. 미디어 환경은 3년 전에도, 지금도 급변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건 딱 하나,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이란 상투적 문구뿐.
뉴스의 미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 낡은 질문에 가 다시금 파문을 일으킨다. 이번엔 현실 너머로 뉴스를 안내할 심산이다. 2015년 11월5일 내놓은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 ‘NYT VR’를 보자. ‘NYT VR’는 가상현실 뉴스 앱이다. 가상현실 뉴스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감과 현장감이다. 스노폴이 양방향으로 교감하는 뉴스 서비스의 지평을 열었다면, 가상현실 뉴스는 말 그대로 뉴스를 눈앞에 현실로 둥실 띄운다.
‘NYT VR’에 올라온 ‘The Food Drop’(식량보급) 뉴스를 보자. 앱을 실행하고 뉴스를 내려받은 뒤 스마트폰을 구글 카드보드에 끼우면 구독자는 곧바로 아프리카 초원으로 입장하게 된다. 이제 고개를 상하좌우로 돌려보자. 굉음을 내며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 곧이어 우수수 떨어지는 구호식량, 앞다퉈 식량을 향해 초원을 내달리는 아프리카 주민들의 모습이 시선을 따라 생생하게 살아난다. 가상현실에선 뉴스가 곧 현장이요, 구독자가 카메라가 된다.
는 2016년 1월 초 현재, 9개의 가상현실 뉴스를 ‘NYT VR’ 앱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엔 BMW, GE 등이 제공하는 가상현실 광고도 포함돼 있다. 가상현실이 뉴스를 넘어 광고 수익까지 도모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할 여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컴캐스트와 타임워너도 꿈틀댄다. 이들은 2015년 11월 넥스트VR에 종잣돈을 댔다. 자금 규모는 약 350억원이다. 넥스트VR는 가상현실 방송사업자다. 2015년 하반기 미국 프로농구(NBA)와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을 가상현실 방송으로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월트디즈니는 12월 말, 자회사 리틀스타를 통해 360도 동영상을 안방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리틀스타는 애플TV를 통해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부터 짧은 시간에 즐기는 가벼운 볼거리까지 두루 제공할 심산이다. 이 서비스엔 도 파트너로 참여했다. 은 5분 안팎의 뉴스를 디즈니 채널을 통해 안방에 송출할 예정이다.
가상현실은 영화나 방송, 의료와 교육 부문까지 두루 빨아들인다. 구글은 2015년 11월 ‘유튜브’ 모바일 앱에 ‘가상현실 보기’ 기능을 덧붙였다. 앞으로 유튜브 속 모든 동영상을 가상현실로 즐기게 할 심산이다. 12월에는 스마트폰용 ‘카드보드 카메라’ 앱도 내놓았다. 이 앱은 일반 스마트폰으로 가상현실 영상을 찍게 해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홀로렌즈’로 의료와 교육, 게임 부문을 흘깃거린다. MS는 2015년 9월 구글 ‘카드보드’와 비슷한 가상현실 체험 기기 ‘VR 킷’을 개발자를 대상으로 사전 공개했다. 10월 뉴욕에서 열린 ‘윈도10 기기 이벤트’에선 가상현실 헤드셋과 홀로렌즈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시연하기도 했다. 11월엔 볼보와 함께 홀로렌즈를 이용한 가상 자동차 쇼룸도 만들었다.
가상현실 기기 업체도 잰걸음이다. 오큘러스VR는 2016년 1분기 안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정식 시판한다. 이미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리프트 SDK’도 공개했고, 다양한 VR 서비스를 한데 모은 앱 장터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도 오큘러스VR와 손잡고 2015년 11월 말 ‘기어VR’를 정식 출시했다. 우리돈 10만원이면 가상현실 동영상을 눈앞에 둥실 띄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골판지와 플라스틱 렌즈를 종이 접듯 뚝딱 만들 수 있는 구글 카드보드는 2만원이면 살 수 있다. 병신년, 현실보다 현실 같은 가상현실 뉴스가 뉴스거리다.
기자 asadal@bloter.net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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